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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취당하는 데 신물난 시대 대해부

‘뇌물’을 바치는 게 아니라 ‘갈취’당하는 것?

정리/김보미 기자 | 기사입력 2015/04/27 [11:25]

내야 하는 세금보다 조세감면 연장해줄 금배지 매수하는 게 훨씬 더 싸다?

언뜻 보기에 ‘정치’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것처럼 보인다. 정치인들은 올바른 정책을 만들고, 그 정책이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가 곧 모금활동과 돈벌이의 다른 말이라면? 영속적인 정치집단들의 행위와 관련해 그들의 상업적 동기는 거의 의심받은 적도 없고 사실상 제대로 이해된 적도 없어 보인다.
가령 이런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다고 가정해보자. 법인세라거나 상속세, 혹은 재산세의 세율을 높이는 법안 말이다. 세율이 단 1%만 올라가도 연간 매출이 수조 원에 이르는 대기업들은 극심한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들이 이 법안에 찬성할까? 분명 반대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돈이다. 이 사실을 정치인들 역시 아주 잘 알고 있으며 무기를 꺼내든다. 바로 ‘쥐어짜기 법안’이다. 염소의 젖을 쥐어짜듯, 오렌지에서 즙을 내듯, 기업들의 돈을 ‘쥐어짜내는’ 것이다.
세액 공제 만료를 눈앞에 둔 기업에게는 두 개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하나는 0이 여러 개 적힌 수표를 써서 보내는 것이고, 하나는 세금을 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전자를 선택한다. 내야 하는 세금보다 조세감면을 연장해줄 국회의원을 매수하는 게 훨씬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돈은 국회 앞에서 자신들의 무고함과 투명함을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고 설득력 있는 언어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확히 같은 이유로 정치인들은 조세감면안을 결코 국회로 보내지 않았다.
법전을 냄비받침으로 쓰는 이유
영속적인 정치집단과 마피아 간에는 하나의 큰 차이가 있다. 조직화된 범죄세계에서 우두머리들은 영원히 법 집행을 반대한다. 그들은 아마 판사, 목격자, 경찰 등을 장악하기 위해 갈취하거나 뇌물을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늘 범죄의 편에 서 있다.
반면 영속적인 정치집단은 법망 밖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법의 편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고, 국회의 후광을 입고 서 있다. 그들은 결코 마피아처럼 대놓고 위협하지도 협박하지도 않는다. 유혈이 낭자한 싸움을 벌이지도 않는다. 대신 그들은 돈을 갈취하기 위해 ‘초법적’인 수단을 이용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법을 만든다. 다만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보험 설명서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수십 쪽에 이르는 엄청난 분량은 말할 것도 없이, 수십 쪽을 가득 채운 조항들은 하나같이 난해하고 복잡하며 쓸데없이 길다. 이렇듯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조항은 어째서 존재하는 걸까? 또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것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가능한 한 너에게 돈을 주지 않을 거야.’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법 역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너에게서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뜯어낼 거야.’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법은 규제의 지뢰밭이다. 이 법을 위반하지 않는 것은 마치 첩보영화의 한 장면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레이저를 피해가는 것과 같다. 영속적인 정치집단에게는 바로 이런 법이 갈취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된다. 기업들 스스로도 자신이 법을 위반했는지 아닌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연구원 피터 스와이저의 <정치는 어떻게 속이는가>(글항아리)라는 책은 분명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미국에서 건너온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011년 7월, 정부는 4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재취업 시 퇴직 전 업무 연관성 적용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등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했다. 쉽게 말하자면 감사원에서 일했던 사람이 퇴직 후에 금융회사로 재취직하려면 적어도 5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실상은 어떨까? 채 5년이 지나기도 전에 ‘다른 업무를 맡는다는 이유로’ 국방부 관계자가 방산업체에 취직했고,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에 취직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부패,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국제투명성 기구는 매년 ‘부패 인식 지수’를 발표한다. 2014년 기준 한국은 55점을 받아 175개국 중 43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2013년에는 46위로 역대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지난 십 년간 2009년·2010년에 턱걸이(39위)한 것을 제외하면 30위권 안에 들어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는 아시아권에서도 매우 낮은 순위로, 싱가포르(84점)나 일본(76점)은 물론 대만(61점)보다도 한참 뒤처지며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약 85%가 공직사회의 알선·청탁이 심각함을 인식하고 있었다.
우린 더 심각한 사실들을 말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부패’였고, 진실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김영란법’이라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빠져 있다. 그것은 ‘이해충돌 방지’ 부분으로, 공직자가 자신의 자녀를 특채하거나 친·인척 회사에 정부 공사를 발주하는 것 등을 금지하는 규정을 말한다. 과연 이러한 조항 없이 김영란 법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비록 정치인들이 출마할 때 스스로에게 월급을 주는 것은 합법적이지만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그렇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작 문제는 불분명한 서비스건 불명확한 목적이건 정치인 가족이나 가족 사업에 돈을 지급하는 일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2008년과 2010년 선거 당시 의원 82명은 선거위원회 급여 명단에 가족 이름을 올리거나 ‘자문위원’으로 그들을 고용했다.”
이것은 미국의 예다. 읽으면서 한국의 예를 떠올렸는가? 그것은 아마 당신 혼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고, 그 느낌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원본 기사 보기:sagunin_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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