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자라는 것은 다른 나무와 영양분을 나누기 위함이다. 산이 아름다운 이유도 모두 다른 방식으로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고 나누기 때문이다. “아직도 세상에는 악(惡)한 사람보다 선(善)한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어찌하여 악함이 선함을 누르고 있는가.
“나는 모르는 사람이다.” “돈을 받았으면 생명을 내 놓겠다.”고 말을 하는 사람들.......,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렇다 죽은 자가 말이 없기에 살아있는 자는 할 말을 다 하는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자고로 고인(故人)에 대한 예의가 바른 나라다. 비록 고인이 잘못이 있다하더라도 용서와 이해가 따라야 하지만, 정치권은 타계한 노무현 대통령이 고인이 된 성완종 사면에 대해 수사를 한다는 것은 부관참시(剖棺斬屍)나 다를 바 없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겸손해진다는데, 박근혜 대통령도 2년만 있으면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노인의 반열에 들어선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10년 후면 구순(九旬)에 가까운 노령의 나이에 접어든다. 또 이미 타계한 노무현 대통령을 끌어내어 사면(赦免)을 이유로 정치 쟁점화 한다는 것은 아무리 권력에 매몰된 정치권이라 해도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고인이 된지 오래인 전 대통령을 끌어내어 이미 죽은 성완종 전 회장의 사면을 이유로 정쟁(政爭)을 한다는 것을 국민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이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원했던 내일이다.’ 오늘을 살자고 말없는 영혼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와 명예에 대해 욕심이 많다. 이번 성완종 사건에도 성 회장 자신부터 욕심이 많았고, 메모에 나와 있는 사람들 모두가 욕심이 가득찬 사람들이다. 새털처럼 많은 날들이 달력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날들은 영원하지 못하다.
어찌 보면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은 잠시 이 세상에 여행 온 것에 불과하다. 분위기에 젖어 욕심을 내보아 조금 더 살고 싶을 때 떠나야 하는 슬픈 여행과도 같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강물처럼 흘러만 간다. 다시 돌아 올수 없는 날들로......,
사자(死者)를 위한 수사는 잘 하면 약이고 잘못하면 독'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역대 정부에서 이미 입증해 왔다. 지난 2009년 5월 23일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해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쪽은 이명박 정부였다.
급기야 수사는 중단되고, 비판이 휘몰아치면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이듬해 6월 지방선거에서 대패했다. 부메랑이었던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박근혜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아 지난달 고강도 사정을 예고할 때만 해도 검찰의 칼끝이 MB정부시절의 자원외교, 비자금 조성 등을 정조준했다. 그러나 성완종 사건으로 하여금 본질이 희석되고 말았다.
지난 날 대표적인 특수 수사 통으로 불렸던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이 후배 검사들에게 남긴 '수사십결(搜査十訣)'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는 '칼은 찌르되 비틀지 마라'는 경구를 남겼다. 수사 대상자의 고통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수사로 자살한 사람이 적은 숫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과 이 총리 역시 서로의 발등을 찍었고, 이 과정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탄을 맞았다. 충청인도 이 총리의 거짓말과 말 바꾸기, 심지어 "충청도 말투가 원래 그래요"라며 충청도를 비하하는 듯 한 발언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현 정부의 전·현직 비서실장 3명에다 이 총리, 친박계 등 현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적힌 '성완종 리스트'는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성완종 리스트'는 정경유착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기도 하다.
4월은 잔인한 달인가, 성완종 파문에 상처를 입은 이완구 전 총리도, 메모에 남겨진 8인에게도, 급기야 사정을 예고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화려한 봄의 4월이 아니라 꽁꽁 얼어붙은 겨울 같은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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