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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반도체 백혈병 피해 가족들과 직접 협상을 위한 보상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석 이전에 1차 보상을 집행한다는 목표를 세운 가운데 9월16일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에 대한 논의의 장이 국회에서 마련돼 주목을 끌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7월23일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가 최종 조정권고안(이하 조정안)을 발표함에 따라 해당 내용에 대해 토론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와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실이 공동으로 9월16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임상혁 인의협 환경노동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백도명 서울대 교수(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조정위원)가 발제를 맡았다.
또한 김주일 좋은기업센터 소장(한국기술교육대 교수),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상임연구원, 박정임 순천향대학교 환경보건학 교수(한국산업보건학회 학술이사) 등이 참석해 열띤 토련을 벌였으며, 공유정옥 반올림 교섭단 간사와 삼성반도체 백혈병 유족 정애정씨가 토론회장에 나와 ‘당사자의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조정위가 발표한 조정안에서는 그 동안 당사자들 간의 핵심쟁점으로 논의되어 온 ‘보상, 대책, 사과’의 3대 과제를 제3의 사회적 기구인 공익법인을 설립해 해결하는 방식을 제시한 바 있다. 먼저 ‘보상’에 대해서는, 원칙과 기준을 마련한 다음 그 원칙과 기준에 따라 대상 질환을 1·2·3군으로 구분해 보상하는 안을 제안했다. 보상액은 기존의 산재보상 수준을 바탕으로 각 질병군에 따라 적정 보상액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재발방지 및 향후 사업장관리의 ‘대책’으로는 먼저 삼성전자 내부의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사과’는 삼성전자가 노동건강인권 선언을 하도록 하고,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문을 낭독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조정위는 우선적으로 삼성전자에 보상과 공익사업 등을 위한 재원으로 1000억원을 기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삼성 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의 조정권고안에 대한 입장은 각각 달랐다. ‘반올림’은 조정안이 미흡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가족대책위원회’ 역시 조정안을 받아들인 반면 ‘삼성전자’는 공익법인을 거부하고 보상과 재발방지대책을 자체적으로 꾸리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해 은수미 의원은 “이해 당사자 간 상반된 입장으로 인해 조정안을 통한 당사자 간 합의는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조정위와 당사자들이 모여 조정안의 의미를 확인하고 합의안 마련을 위한 생산적 토론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도명 교수, 직업병 피해자에 우회적으로 보상하는 방식 택한 것 비판
“삼성이 시혜적 차원으로 접근…직업병에 대한 책임 규명의 당위성 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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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정영진 인의협 공동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최근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의 합의에 의해 발족한 조정위원회에서 조정안을 제시했다”고 소개하면서 “직접 피해를 입은 피해 당사자들과 그 가족,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방식으로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르는 분들을 생각하며 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검토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아보고자 토론회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정영진 공동대표는 또한 “이번 토론회가 단순히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산재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고, 재벌로 지칭되는 대기업의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고민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 반도체 등의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조정안과 그 근거’라는 주제로 이날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서 주목을 끌었다.
백 교수는 “이런 식으로 보상위원회를 만들 거였으면 왜 삼성전자가 직업병 문제를 지금까지 끌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미 삼성전자에는 퇴직자 암지원제도가 있고 보상위원회라는 내부기구를 통한 보상은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를)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이날 발제문을 통해 삼성전자가 직접 직업병 피해자에게 우회적으로 보상하는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해 비판하면서 “개인적으로 보상할 경우 직업병과 업무 연관성을 규명한 사례로 축적되지 않는다”면서 “삼성이 시혜적 차원으로 접근하면 직업병에 대한 사회적·법적 책임 규명의 당위성을 희석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또한 “사회에 부담을 전가시킴으로써 책임지게 해 기업이 지속적으로 재직자와 퇴직자에게 지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근거나 기준이 모호하더라도 “(삼성전자가)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모든 사람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직업병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서도 “예방을 위해서는 내부의 위험요인을 꾸준히 의심하고 아래서부터 문제제기가 이뤄져야 한다”며 “삼성전자 내부와 외부의 독립적 전문가가 체계적으로 견제해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일 소장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바라보기 위해선 사회적 책임의 잣대 구성해야”
“안전과 복지 이슈로 확장한다면 명실상부한 공익재단으로서 역할 다할 수 있을 것”
이날 토론회에서는 삼성전자가 조정권고안을 거부하고 보상위를 발족한 것에 대한 토론자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김주일 좋은기업센터 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잣대로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 책임의 잣대를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뒤 “삼성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단어 앞에는 사실상 솔선수범이라는 개념이 연계되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그런데 수많은 사람이 죽은 이후에 떠밀려서 그것도 사회적 압력에 밀려 궁여지책으로 참여한 조정위원회의 조정안도 거부하고 있어 솔선수범이나 해결의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다”면서 “이런 차원에서도 사회적 책임의 개념이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의지가 없다면 전략 및 전술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백혈병 문제의 해결을 단기적 금전 손실 차원과 파워로만 바라보며 여기서 밀리면 큰일 난다로만 인식하는 단순함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또한 “이번 삼성전자의 공익재단은 조정권고안이라는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1000억원 이상이라는 거액을 출연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자발적인 선택이라는 취지에 전혀 손상이 가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세계적 초일류 기업이자 청소년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직장으로서 사회적 책임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이번 재단의 설립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분야에 대하여 조성재단으로서 전문적 서비스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직업병에서 시작하지만 안전과 복지 이슈로 확장하여 나간다면 명실상부한 우리 사회의 공익재단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고 역설했다.
김명희 연구원 “이번 조정은 삼성이란 기업과 노동자들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사회책임’ 생각한다면 독자적안 을 폐기하고 공익법인 설립에 나서라”
이날 토론회에서는 삼성전자가 조정권고안을 거부하고 보상위를 발족한 것에 대한 토론자들의 비판도 잇따랐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이번 조정은 삼성이라는 한 사기업과 피해 노동자들 사이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면서 “조정위원회가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여기에 한국반도체산업협회도 공동 출연할 것을 권고한 것은, 삼성을 넘어서 반도체 산업 전반의 노동자 보호라는 ‘사회적’ 의의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또한 “그동안의 산재보상 청구와 행정소송 절차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듯, 기업과 노동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은 심대하다. 삼성이라는 대기업과 노동자 개인이 가진 권력의 크기 또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 차이가 크다”면서 “보상의 조건이나 판정 과정에서 또 어떤 일들이 발생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더더욱 공익법인을 구성하고 전체 반도체 산업의 노동자 보상과 지원 문제를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산재 인정 이전에라도, 새로운 건강문제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파악되고 그 정보가 공유되어야 하고, 고 황유미 씨의 가족들이 백혈병을 그녀만의 특별한 비극이라 여기고 지나갔더라면, 아마 지금도 우리는 반도체 생산 작업의 위험성을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연구원은 “삼성이 조정에까지 이르게 된 지난한 과정, 조정권고안이 가진 사회적 의미를 충분히 수용하여,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권고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도 기업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한다면 독자적인 보상위원회 안을 폐기하고 공익법인 설립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다른 토론자로 나선 박정임 순천향대 교수(환경보건학) 역시 “지난 7월23일 조정위원회가 8개월간의 진통 끝에 발표한 조정권고안은 조정당사자의 의견과 입장을 꼼꼼이 듣고 그간의 학문적 성과와 연구결과를 매우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되었다”면서 “그간의 고통과 수고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전이 없던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고 이해한다. 이것은 어쩌면 반도체 산업의 직업병에 대한 우리 인간의 현재 지식수준, 우리 사회의 인식과 제도, 의사소통 방식의 민낯을 보여주는 우리의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또한 “1946년 발암물질 벤젠의 노출기준은 100피피엠이었는데 현재는 0.5피피엠으로 강화됐다”며 “정보가 제한되고 위험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삼성전자는 직업병 문제를 법·제도와 제한된 과학적 지식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방식으로 논의해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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