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7일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 보상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 6차회의가 소득 없이 끝나면서 8년 만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하던 '삼성 백혈병 보상' 문제가 다시 꼬여가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장 직업병 문제의 피해자 단체인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하 반올림)’가 삼성 직업병 보상과 관련해 삼성전자 측에 매년 회사 순이익의 0.05%를 사단법인에 적립해줄 것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고, 반올림 측이 이에 대해 반박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10월7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와 삼성전자, 반올림은 이날 오후 4시간여 동안 비공개 회의를 열고 조정 절차에 대해 논의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비공개 회의는 삼성, 가대위의 ‘조정 보류’ 요청으로 조정권고안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후 열린 회의였고, 세 주체(반올림, 삼성, 가대위)가 조정권고안에 대해 함께 토의할 수 있는 첫 자리였다.
반올림은 10월8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이날 회의를 통해 확인한 것은 삼성전자의 무책임과 무능력이었다"며 날을 세웠다.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자체 보상위를 꾸린데 대해 비판하면서 삼성이 원하는 대로 상황을 끌고 가기 위해 자체 보상 창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먼저 반올림은 "삼성의 교섭단은 자신의 주장이 무슨 뜻인지도 설명하지 못했고 자신들이 만든 ‘보상위원회’에 대해서도 조정위원들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 ‘내 담당이 아니다’, ‘서면으로 답하겠다’는 대답이 이어졌다"면서 "가대위(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역시 본인들이 먼저 제안한 조정 절차임에도 매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조정 절차에서 논의된 바 없고 조정 당사자간 합의도 거치지도 않은 ‘보상위원회’ 업무로 바쁘다며, 당사자들은 회의에 전원 불참했다. 대리인을 통해 전하는 의견도 사실상 삼성전자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고 개탄했다.
반올림은 아울러 "이번 회의에서 조정위원회는 삼성과 가대위 측에 조정 절차에서 ‘보상’ 의제를 계속 논의할 의사가 있는지 거듭 물었고, 가대위 측 대리인은 그럴 의사가 있다고 했지만 삼성은 서면으로 답하겠다며 즉답을 회피했다"전하면서 "약속된 조정의 세 의제 중 하나를 자기 임의대로 거부할 수 있다는 삼성의 오만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급기야 삼성은 보상 이외의 다른 두 의제, 즉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논의를 위한 회의 속행 제안마저 거부했다. '보상위원회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였다. 사회적 대화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보상위원회’를 만들더니, 이제는 이를 핑계로 다른 의제에 대한 논의마저 기약 없이 미루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한 뒤 "삼성의 ‘보상위원회’는 결국 조정 절차를 무력화시키려는 꼼수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조정위가 권고안 가운데 15개 보상항목을 수정해줄 것을 요구한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반올림이 삼성전자가 10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공익법인을 설치하고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해 매년 1분기에 회사의 순이익의 0.05%를 보상적립금으로 출연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보상 수정 권고안을 요구하자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 쪽은 무엇보다도 매년 순이익의 0.05%를 보상·재발 방지 관련 법인에 기부하라는 반올림 쪽 제안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일각에선 반올림이 삼성전자에 감당하기 힘든 ‘과도한 책임’을 지우려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반올림이 어깃장을 부린다면서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반올림은 입장문을 통해 "삼성 교섭단은 악의적인 언론플레이를 중단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반올림 측은 "회의가 끝난 후 삼성 교섭단은 기자들을 모아 놓고 ‘반올림이 무리한 추가 기부를 요구했다’, ‘반올림이 사실상 조정권고안을 거부했다’고 설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제목과 내용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조정회의에서 오고간 중요한 골자를 다 빼고, 반올림의 수정의견 중 일부만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언론플레이를 펼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올림은 "피해자가 얼마나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보상금이 부족해질 경우를 대비한 추가 재원 마련 방안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에 대해 조정권고안은 '보상금이 부족할 경우 공익법인의 요청에 따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그 부족액을 추가 조성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반올림은 "보다 안정적인 재원 조달을 위해 '삼성전자가 매년 일정 비율의 금원을 추가 기부하도록' 하자는 수정의견을 낸 것"이라면서 "조정권고안 발표 후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언론을 통해 기부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하므로, 이러한 대책은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런데도 삼성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다. 보상금이 부족해질 경우에 대한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반올림의 수정 의견을 악의적으로 발췌하여 흠집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면서 "삼성은 교섭단을 즉각 교체하고 조정 절차에 성실히 임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올림 관계자들은 10월7일 조정회의가 끝난 직후부터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는 한편 추가 회의 일정을 논의하고자 했으나 가족대책위의 불참과 삼성전자의 보류 요청 등으로 추가 회의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따라 삼성 직업병 문제는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원본 기사 보기:lovesamsu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