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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텔레콤과 휴대폰 긴급호출기능 관련 소송중인 서오텔레콤의 김성수 사장이 자사의 기기 설명하고 있다. ©김상문 기자 |
거대 대기업과 특허권 분쟁을 놓고 싸우는 한 중소기업인이 화제다. 휴대폰 ‘긴급호출기능’ 특허를 놓고 지난 2004년부터 햇수로 3년간 맞소송을 진행중인 서오텔레콤 김성수 사장이 그 주인공.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분쟁은 중소기업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무릅쓰고, 분쟁에 뛰어든 김성수 사장을 만났다.
김 사장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이길 자신이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기업으로부터 도둑맞은 사업 아이템을 되찾겠다는 게 김사장의 구상이다.
지난 5월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중소기업시대 포럼’이 열렸다. 이날 주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상생관계였다. 유독 참석자 중 목소리를 높이던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서오텔레콤의 김성수 사장이었다.
이날 김사장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의 길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지적 재산권 분쟁의 해결이다. 가격으로 경쟁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차별화된 기술을 통한 고급화 전략만이 중소기업이 탄탄하게 성장케 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 땅에서 중소기업인으로 산다는 것
지난 6월 14일, 아침부터 내리는 비를 맞고 찾아간 서오텔레콤은 아담한 상가건물의 2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사무실에는 3명의 직원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말 그대로 소규모 업체였다. 그런 서오텔레콤이 어떻게 lg텔레콤이라는 대기업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지 처음에는 의문이 들었다.
김성수 사장의 사무실은 서류더미에 덮여있다는 말이 더 적절하게 느껴졌다. 매 질문이 던져질 때마다 그 서류더미에서 관련 서류를 찾아 꼼꼼히 짚어가며 증명해보이려 하는 김 사장의 모습에 대기업을 상대로 세간에 따가운 눈총을 많이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lg텔레콤은 김성수 사장을 ‘언론 플레이’를 통해 대기업을 상대로 한몫 건지려하는 ‘사기꾼’쯤으로 폄하하고 있다.
지난 2월 22일 sbs 뉴스추적 “긴급취재, 거리로 나선 사장님”편에서는 서오텔레콤과 lg텔레콤과의 특허분쟁과정에서 특허심판원이 심리절차상 하자를 범했다는 내용과 함께 현재 김성수 사장의 모습이 방송됐었다.
“한국의 기업윤리가 땅에 떨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는 언론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나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언론의 순기능으로 대기업의 횡포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김사장은 언론에 대한 신뢰를 이같이 표현했다.
김성수 사장이 20년 전 대기업에서 근무할 당시, 중전기 부품 생산업체에 파견돼 기술 지도를 해오면서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들이 수입제품에 비해 낙후돼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차별화된 품질’에 도전하겠다는 일념으로 작은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회사를 설립한 후 그는 달력의 빨간글씨, 파란글씨도 구별 못할 만큼 연구에 매진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원자력발전 설비의 핵심 부품(item) 140여종을 국산 개발에 성공했다.
그 후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비상호출처리장치에 대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lg텔레콤과의 특허 마찰로 사업을 포기하고 연구소까지 폐쇄해 연구원 25명을 전원 해고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후 2년이 넘는 기간동안 lg텔레콤과의 소송에 얽매여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잘나가던 중소기업이 발목을 잡힌 꼴이 돼버린 것.
특허청 못 믿겠다
사고의 전말은 이랬다. 김 사장은 지난 2001년 휴대폰 ‘긴급구조호출기능’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 당시에는 시대를 한참 앞서가는 아이디어였던 것. 김사장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해 당시 굴지의 대기업 lg그룹의 연구소장을 만나 조언과 사업협력을 얻고자 했다.
그러나 이것은 착오였다. 당시 발신전용 휴대폰이 일반화된 상황이라 당시 연구소장은 김사장에게 "아이디어는 좋다. 그러나 현재의 휴대폰에 적용하기는 너무 앞서간다"며 그룹 계열사인 lg텔레콤과 상의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료를 넘겨달라는 요청을 받고, 당시 김사장은 아무런 생각없이 관련 자료를 넘겼다.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다가 부녀자 납치사건과 성폭행 사건등이 언론에 빈발하던 시기인 지난 2004년 1월 lg텔레콤은 김사장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휴대폰 긴급구조 호출기능이 장착한 장치가 달린 알라딘이라는 휴대폰을 판매한 것.
이 때부터 김사장은 lg텔레콤과의 기나긴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김사장은 "lg텔레콤측은 ‘긴급호출기능’은 자신들도 연구해왔던 내용이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반박한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 개발이 되고 나면 별 것 아닌 것 같고 전문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휴대폰 기술이 초보단계였던 6년 전 당시 만해도 아무도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초 김사장은 대화로 문제를 풀려했지만 lg측은 외려 특허를 무효화시키겠다며 협박을 해왔다. 2004년 4월 김 사장은 어쩔수 없이 lg텔레콤을 특허침해로 검찰에 고소하기에 이른다. 10일 후 lg텔레콤은 서오텔레콤을 상태로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은 14개의 특허항목 중 8개는 특허무효로 판정하고, 6개 항목만 서오텔레콤의 특허로 인정한 상태다. 특허가 무효 처리된 항목에 대해서는 특허심판원에게 당사자가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 놓고 있다.
이에 대해 김사장은“특허심판원에서는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통지해 놓고 의견서가 도착하기 전에 심결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했다. 심판원의 말로는 의견서를 팩스로 송부 받아 검토 후 심결했다고 하는데, 기한 내에 제출한 의견서를 무슨 이유로 그렇게 급하게 팩스로 받아 하루 만에 심결한 것인지 납득이 안 간다"며 lg텔레콤 측의 로비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털어놨다.
김성수 사장의 대리인 변리사는 "의견서를 무슨 이유로 특허심판원에게 보냈냐"는 물음에 “특허심판원이 보내라고 해서 보냈다”라고 말했지만, 특허심판원은 김성수 사장과의 전화에서 자신은 의견서를 보내달라고 한 적이 없으며 변리사가 보내주어서 받은 것 뿐이라고 말했다. 담당 변리사와 심판원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김성수 사장의 의문은 날로 늘어갔다.
현재 서오텔레콤과 lg텔레콤은 각각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쥐가 고양이를 물고 치르는 희생
“최근 2~3년 사이 lg텔레콤과의 분쟁에 들어간 비용이 8~10억 정도 소요됐다. 서오텔레콤이 있는 이 건물도 원래는 내 소유였지만 소송비용 마련을 위해 팔아치우고 자매사 (주)서오기전의 수입으로 충당하기도 했다.”
김성수 사장은 소송비용을 설명하는 가운데 ‘때려 박았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는데 그것은 아마도 힘겨운 소송과정을 담아낸 함축적인 말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지난해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특허분쟁 건수가 5만6천25건으로 전년에 비해 31.7%나 증가했다. 기술 경쟁력에 발목이 잡혀있는 형국인 것이다.
김성수 사장은 “특허분쟁이 발생하면 대기업들은 돈과 인맥을 동원해 시간 끌기 작전으로 몰고 간다”고 털어놨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 판결을 받기 까지는 보통 3~5년 정도가 걸리는데 그 싸움에서 온전히 버틸 수 있는 중소기업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건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특허권리를 헐값에 넘겨 버리거나 아예 기술개발을 포기해버리는 사례가 속출한다는 것.
소송과정의 어려움을 알기에 김성수 사장도 처음에는 lg텔레콤과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lg측에 수차례 요청했으나 lg측은 특허등록을 무효화시키겠다며 협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lg텔레콤은 국내 중소기업에게 로열티를 줘 본적이 없다며 자신들이 기술을 채용해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라고 주문한다. 특허권리를 lg측과 공동소유로 등재해 다른 기업으로부터 사용료를 많이 받아내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아들아, 이공계는 가지마라”
현재 유학길에 있는 김성수 사장의 아들은 mit공대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김성수 사장은 국내 연구개발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를 경험하고 나서 아들만은 이공계열로 지원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김 사장 자신도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연구개발의 길로 뛰어들었지만 국내의 현실은 그의 노력을 가차 없이 허사로 만들려 하고 있다.
“한마디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실험실에 불과하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휴대폰이나 pda 등의 콘텐츠 90%는 중소벤처기업들의 기술인데도 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들은 그 대가를 정당하게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과소평가하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힘의 논리를 앞세워 헐값으로 기술을 갈취하고 있다.”
김성수 사장은 말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좋은 말이다. 재정적인 뒷받침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장을 통해 검증된 진단으로 정책을 수행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강점을 파악하고 그들의 지적 재산권을 철저히 보호해줘야한다고.
lg 특허전략 세미나 공개강좌 내용
담당 부장, “특허가 있다면 죽여라”
지난 2005년 3월 lg그룹 특허담당부장은 관련 그룹 계열사 직원을 상대로 서울 르네상스 호텔에서 특허전략 세미나라는 비공개 모임에서 말한 내용이다.
이날 모임에서 드러난 한 대기업 특허담당자의 발언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특허권을 어떤 식으로 훔쳐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씁쓸한 맛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한 방송사의 보도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다음은 발언의 요약이다.
- 중소기업 또는 개인 발명가들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찾아왔을 때 그 기술이 좋다는 내색을 하지 말라.
- 중소기업과 특허 분쟁이 발생하면 즉시 특허권리무효 심판 청구를 해놓고 시간 끌기 작전으로 몰고 가면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도중에 포기하던가 특허기술을 헐값에 넘기게 될 것이다.
- 세상에 허점 없는 특허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허점을 노려라.
- 시간을 끌면서 의견서를 많이 제출하도록 유도하고 의견서에서도 허점이 보일 것이다.
- 우리 회사특허가 쑥스러울 정도로 미약하지만 상대방 특허를 잘 분석해 오히려 반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미리 준비하라.
- 특허분쟁을 하는 기업들의 특허를 못 쓰게 만들어라.
- 특허청 심사관들이 심사할 때 한 건, 한 건 보지 않는다. 5건씩 펼쳐 놓고 대충 넘긴다. 심사관들이 거절 몇 건 했느냐에 인사고가 포인트가 올라가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lg텔레콤, “실추된 이미지는 로열티와 비교못해”
서오텔레콤과 특허분쟁 중인 lg텔레콤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이유는 특허분쟁은 재판으로 해결해야 할 것인데 김성수 사장이 언론을 통해 lg텔레콤을 이미 사회적으로 심판했다는데 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을 언론이 일방적으로 보도해 lg텔레콤의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lg텔레콤 법무팀 김규태 차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왜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했나
“우선 서오텔레콤의 김 사장이 lg텔레콤을 특허침해 건으로 검찰에 고소를 했다. 이에 lg텔레콤은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김 사장이 가지고 있다는 특허 권리가 권리로서 유효한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그래서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하게 된 것이고, 특허심판원은 14개 특허항목 중 8개항목을 ‘과거에도 나왔던 기술이다’라는 이유로 무효심판을 내렸고 6개항목은 김성수 사장의 권리가 유효함이 인정됐다.”
-김성수 사장은 특허심판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심판에 이의가 있으면 결과에 불복하면 된다. 그런데 김 사장의 대리인 담당 변리사의 실수로 불복 기회를 놓친 것을 가지고 lg텔레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김성수 사장은 과거 lg연구소를 찾아가 연구자료를 건넸다고 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lg전자에 김 사장이 연구자료를 보여준 것으로 안다. lg전자와 lg텔레콤은 엄연히 다른 회사다. 그것이 김 사장이 기업의 조직도를 잘 몰라서 오해한 것 같다. 또 긴급호출 휴대폰 ‘알라딘’은 (주)펜텍&큐리텔에서 만든 것이고 lg텔레콤은 단지 서비스만 제공했을 뿐이다.”
-지난해 lg그룹 특허담당 부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담당자의 발언이 과격했던 건 사실이긴하나, 그것은 개인적인 소견으로 그룹 공식입장과는 다른 것으로 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