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에서 전세계 각지에 파견된 주재원들의 몇 년 씩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체득한 현지 업무환경, 해외문화에 대한 경험담을 모아 '해외주재보고서'가 발간됐다. 이 보고서는 미주, 구주, 아주 지역의 주요 도시는 물론 두바이, 뭄바이 등 총 14개국 20개 지역에 관한 총 33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이번 순서는 싱가포르 3번째로, 2003년 1월부터 현대상선 동서남아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기태 과장이 2005년에 작성한 보고서이다.
1. 사회전반
여기 싱가포르에서 한국인은 1.7%도 채 안 되는 소수 민족들 중 그 일부분에 속하는 '이방인'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방인'이라는 단어가 여기서는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는 이유는 인구 구성원의 대부분이 나와 같은 '이방인'출신이라는 아이러니 때문일까?
싱가포르는 1965년 이전 말레이시아의 일부분에 불과했으며 말레이계가 주류였다. 오늘날의 싱가포르의 주류계층은 당연 중국계이다. 이들을 화교(華僑)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동남아 국가의 대부분의 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2004년 8월 싱가포르의 아버지 리콴유 전 총리의 장남인 리시엔롱이 싱가포르 제3대 총리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부자세습'이라는 비난을 불식하고 제 국민에게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현재까지 총리직 수행을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 뒤에서는 리콴유가 여전히 정치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리콴유 일가는 정치에 이어 경제 또한 독식을 하고 있다. 국영금융회사는 총리 부인, 싱가포르텔레콤은 총리의 동생이 맡는 등 사회 주요 자리 곳곳을 차지하고 있는데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다.
올해(2005년)로 싱가포르 독립 40주년을 맞는다. 매년 8월 9일이 독립기념일인데 기념일행사가 꽤나 화려하다. 보통 기념일 행사를 위해 1년 이상을 준비한다.
특히 올해는 독립 40주년이라서 기념일 당일 2달 전부터 퍼레이드 준비를 위해 도로까지 통제하는 등 여러 불편함을 초래했다. 내가 한편에서 투덜대고 있으면 그들은 애국심(?)에 불타는 마음으로 그런 불편함 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자연스럽게 길러온 우리의 애국심과는 다른 역사가 미천한 나라인 만큼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양시키려 부지런히 노력하는 정부에 감탄사를 보낸다.
2. 교 육
싱가포르는 다민족 국가인 만큼 언어 교육정책에 있어서도 우리의 그것과 다르다. 싱가포르에 와서 가장 부러웠던 것 중에 하나가 이들 언어구사능력이었는데 국민 대부분이 2개 국어 이상의 언어를 유창하게 소화할 수가 있다.
싱가포르 초기 이콴유 정부시절, 민족간의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국제어로서의 영어의 중요성 등을 감안하여 영어가 공식어로 채택되었는데, 전체국민의 영어 습득율은 약 90%를 상회하며 젊은 층은 100% 가까이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
민족 전통 문화의 계승 발전 차원에서 민족언어 또한 필수적으로 익혀야 한다. 공식석상의 대화는 대부분 영어로 이루어지며, 그 이외에 일상생활에서는 민족어로 대화한다. 하지만 최근 중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중국어 배우기를 권장하는 추세이다.
얼마 전 현임 총리 리시엔롱은 national day rally에서 유창한 3개 국어(말레이, 중국어, 영어)로 연설을 하면서, 언어의 중요성을 시사한 바가 있을 만큼 언어교육은 싱가포르 인재양성 정책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영어는 ‘싱글리쉬’ 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이들이 쓰는 민족어(특히, 중국어-복건어, 말레이) 영향 때문인 것 같다.
예컨대, 복건어로 ‘angmo’는 ‘빨간 머리색깔’이라는 의미로, 여기서는 서양사람을 일컫는 단어이다. “the angmo ordered beer at the coffee shop” 싱가포르에서 이런 ‘싱글리쉬’를 심심치않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 ‘싱가포르식 교육’을 배워야 한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다고 들었다. 열악한 국가 환경 속에서도 세계화 시대에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초등학교부터 각 단계별로 시험을 치러 능력에 따라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시키는 철저한 능력주의 교육정책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nus(national univ. of singapore), ntu(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는 세계 명문 대학 랭킹 50위 안에 들 정도로 우수한 공립 대학교로서 싱가포르 소수의 엘리트만이 입학이 가능하다. 높은 대학 입시 경쟁률로 많은 싱가포르 학생이 해외로 유학 길을 떠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능력주의 교육정책으로 중등교육 이후 곧바로 취업의 전선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학력이 낮은 편이다. 얼마 전 싱가포르 정부는 저학력/기술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을 위한 특별 기술전문 학교를 신설하여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3. 음식문화
싱가포르는 말 그대로 ‘음식의 천국’이다. 일본, 한국, 중국, 말레이, 인도, 웨스턴을 비롯한 인근 동남아 전통음식을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 맛에 적응하려면 상당한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온갖 향신료를 사용하여 한국음식에 길 들여진 내 입맛에 맞추기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여기에도 한국식당이 즐비하니 당장은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기 대부분 사람들은 하루 세끼를 호커센터(hawker center), 푸드코트(food court) 등에서 사먹거나 포장을 해서 집에서 먹는다. 보통 맞벌이 부부들이 많아서 식사 준비할 시간이 없는 이유도 있다고 하지만, 여기는 여자라고 해서 밥을 해야 한다는 관념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보통 3~4달러(싱)만 있으면 간단히 식사를 해결 할 수 있으니 굳이 해먹는 것보다 저렴하다.
예컨대 여기서는 ‘포장해서 가다’를 ‘take away’라고도 하지만, 중국어로 ‘따빠오’ 라고 한다. 중국계 식당 주인이 주문을 받은 뒤 가장 먼저 건네는 말이니 익혀두는 것도 좋을 듯하다.
호커센터(hawker center)에서 ‘hawker’란 매를 취급하는 장사꾼을 일컫는 말이지만, 여기 싱가포르에서는 오직 한가지, 야외에서 음식을 파는 사람을 가리킨다. 환풍기가 없는 장소에서 노천 상인들이 그룹으로 모여 장사를 하는데 한국의 재래시장을 연상케 한다.
푸드코트(food court)는 호커센터에 비해 음식의 종류는 대동소이하나 비교적 깨끗하고 냉방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지만 가격은 호커센터보다 1~3달러(싱) 정도가 비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니 정부는 이들의 위생관리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싱가포르 환경부(env : ministry of environment)에서 호커센터와 푸드코트를 비롯한 모든 음식점들을 관리한다.
싱가포르에서 ‘a~d’ 알파벳이 적힌 카드를 쉽게 볼 수 있는데, env에서 이들 음식점을 불시 검문하여 그 청결 정도에 따라 카드를 발급하며 반드시 손님들 눈에 띄는 곳에 붙여놔야 한다.
4. 교통문화
싱가포르에서 차를 구입하는 것이 '부의 척도'일 정도로 차는 고가사치품에 속한다. 교통혼잡을 규제하겠다는 정부의 야심 찬 계획 중의 일부이기도 하다. 다행히 싱가포르 대중교통은 상당히 발달되어 있어 설사 개인 승용차가 없다고 하더라도 큰 불편함을 못 느낀다.
▣ mrt(mass rapid transit)
싱가포르 지하철은 동서와 남북을 잇는 노선으로 도시 전체를 연결해주고 있으며 쾌적한 편이다. 통합패스(e-z link)만 이용하면 버스를 포함한 대중교통을 쉽고 간편하게 사용 가능하며, 거리에 따라 요금이 계산되기 때문에 보다 합리적이다.
▣ 버스(tibs, sbs, css)
mrt역을 중심항으로 본다면 버스는 간선망 역할을 한다. 물론 주요 노선도도 있다. 버스가 가까이 올 때 미리 손을 흔들어 승차하고자 하는 신호를 필히 보내 버스가 그냥 지나가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버스 내에 노선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안내방송도 따로 없기 때문에 사전에 목적지를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의 총알 버스에 익숙하다면 안전 제일주의 싱가포르 버스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게다가 매 100~200m마다 세워놓은 버스정거장과 매 100m마다 만들어둔 신호등은 더욱 애타게 한다. 도심 내에서 과속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정책이라고 하는데 효과가 꽤 있는 것 같다.
▣ 택시
싱가포르에서는 합승이 없으며 요금도 현금, 일반 현금카드 및 신용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며 치안 국가답게 밤늦게 술을 마시고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요금체계가 상당히 복잡하게 되어 있을 뿐더러 피크타임에는 콜택시를 하지 않으면 택시 타기가 무척 어려운 단점도 있다.
▣ 개인차량구입
차량가격이 고가이기 때문에 중고차구입이 상당히 대중화되어 있다.
☞ coe (certificate of entitlement): 일종의 차량 면허증과 같은 역할을 한다. 차량을 구입시, 반드시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coe를 구입해야 하는데, 예컨대 8월 정부가 a차종을 1,000대를 공개 입찰로 내놓았을 경우, 입찰을 통해 coe를 판매한다.
물론 입찰자가 많을수록 가격은 비싸진다. 싱가포르 차량 가격이 고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부분 자동차 판매대리점에서 미리 coe를 사들여 차량 판매 시 coe를 포함한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는다.
coe는 유효기간은 10년이고 등록된 차량을 계속해서 사용하려면 재평가된 프리미엄을 내야 한다. 중고차를 구입 시에도 해당 차량에 대한 coe 유효기간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 off-peak car : 일종의 주말용 자동차라고도 불리는데, 일정한 시간대는 사용할 수 없다. 차량 가격은 일반 차량가격의 70%정도이다. off-peak 사용시간 이외에 차를 사용했을 경우 상당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만약 일반 승용차로 전환하고 싶다면 나머지 30% 모두를 지불해야 한다.
◈ 주중 : 19:00~06:00(월~금)
◈ 주말 : 토요일 14:00~월요일 06:00 사이 및 모든 국가 공휴일
5. 싱가포르 알기
다민족 국가로서 각각의 민족의 습관 및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싱가포르 생활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싱가포르는 복합사회로서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및 유럽계 등이 저마다 다른 풍속·습관·문화·종교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 섞여 사는 일이 거의 없다. 표면화 되지 않지만 인종간의 대립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본다.
싱가포르는 뚜렷한 ‘다 종교사회’로서 종교는 이들의 생활습관을 좌우한다. 그러나 교육, 정치, 언론 등에서 종교를 공공연히 주장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기본적으로 인종간의 조화를 중요시한다.
법정 공휴일에서도 종교제도에 대해 중립적인 싱가포르 정부의 태도를 알 수 있다. 예컨대, chinese new year(음력 설날)을 비롯해서 hari raya haji(메카 순례 기념일), good friday(기독교 부활절), vesak day(부처님 오신날), deepavali(힌두교 명절), hari raya puasa (라마단이 끝나는 것을 기념하는 날) 등이 있다.
중국계 싱가포르 인은 불교, 도교, 유교, 조상숭배가 혼합된 종교를 믿고 있으며 이들 중 쇠고기를 먹지 않거나, 채식주의자가 많고, 이와 관련된 음식이 다양한 편이다. 본토 중국은 종교의 자유가 금지되어 있어서 오히려 중국에서는 종교행사나 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
싱가포르에 와서 놀랐던 점은 이들 중국계 싱가포르인들이 중국보다 더 중국적인 생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인도계는 힌두교가 많으며 이들 또한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말레이계는 대부분이 무슬림이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을 뿐더러 술, 담배 또한 금지되어 있으며 'hal-lah'라고 표기하지 않은 음식점은 이용하지 않는다.
특히 ‘결혼’에 있어서 종교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이슬람교도는 거의가 이슬람교도와 결혼을 하고 결혼상대자가 종교가 다르면 상대자는 반드시 개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젊은 말레이계 싱가포르인들은 종교의 제약에서부터 인근 국가 말레이시아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