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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들은 ‘꿈의 거주공간’으로 인식되어왔지만, 최근에는 그 허상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브레이크뉴스 |
지금까지 지어진 국내 건축물 중에서 여의도 63빌딩 다음으로 높다는 초고층 주상복합 타워팰리스.
타워팰리스가 서울 강남 도곡동에 들어서 입주를 시작한 2002년 10월을 기점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표방한 초호화 아파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한지 어느덧 만 4년이 지나가고 있다.
타워팰리스는 교통·환경문제, 주변 주택가격 상승, 부동산 투기, 배타적 공동체 형성 등 부작용 논란을 일으키면서도 '각종 최고급 편의시설을 갖춘 호텔 같은 아파트'라는 컨셉을 퍼뜨렸고, 대형 건설사들은 비슷한 컨셉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들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언론에서는 이런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주거환경 면에서 최악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러한 가운데 <사건의 내막>은 최근까지 강남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근무했던 전 관리직원으로부터 충격적인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주상복합 아파트에 거주했던 혹은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증언은 많이 보도되었지만, 아파트의 운영을 총괄하는 회사 관계자 입장에서 본 주상복합 아파트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보도된 적이 없어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또1등 되도 강남 주상복합 안간다”
최첨단 시스템? 에러 덩어리에 골치만 아파
입주민들, 문제 있어도 집값 떨어질까 '쉬쉬'
얼마 전까지 강남의 b주상복합아파트의 관리인으로 일했던 a씨를 지난 10월 24일 저녁 서울 모처에서 만날 수 있었다.
a씨는 b주상복합아파트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더니, "한 마디로 거의 모든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a씨는 "비슷한 아파트들이 광고는 '최첨단'이니 뭐니 떠들썩하지만 실상은 에러와 허점, 오류 투성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중 하나인 강남의 b주상복합은 시스템의 문제뿐 아니라 건축 구조물 자체에까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문제만 꼽아도, 누수가 한 달에 서너 번씩 일어나고, 정전은 1년에 대여섯 번 꼴, 시스템 관련 에러는 연간 1만5천건에 달한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우선 지하주차장에서 물이 터지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한다는 이야기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풀어갔다. 근무기간 접했던 정보에 따르면 누수는 b주상복합 뿐 아니라, 강남의 다른 아파트들 많은 곳에서도 발생하고 있지만 밖으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고.
a씨는 "b주상복합의 경우 복도나 주차장 등에서 물이 터져서 비상출동(전직원이 물 빼러 가는)한 것이 한 달에 3~4번 꼴이다.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정밀조사가 있어야겠지만, 집 값 하락을 우려한 탓인지 입주자들이 공론화를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씨는 "변기가 막히거나(이 부분은 입주자 실수지만), 배관이 터지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주차장이 물바다가 되는 것은 예사로 있고, 시스템 관련 에러나 전기관련 민원도 잦다. 공조시스템(냉난방) 자체에도 근원적 문제가 있다"고 두서 없이 말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a씨에 따르면 제일 많이 들어오는 민원은 공조시스템 즉, 냉난방과 관련된 것으로, 베란다를 트는 확장 공사로 인해 실내 일부 구간에 난방코일이 안 깔린 것 때문에 '춥다'는 민원이 겨울철에 다수 발생한다.
에어컨에도 문제가 있다. b주상복합에 설치된 것은 에어컨으로 유명한 모 업체의 제품이지만, 그 업체의 주력 브랜드가 아닌 저효율 저출력 제품이라서 냉기 자체가 매우 약하면서도 전기세는 많이 나온다고 a씨는 밝혔다.
"지하주차장에 균열… 양심의 문제"
여러 언론에서 보도된 전기 사용관련 문제는 없는지 물어봤다.
a씨는 "정전이 잦다. 주변지역에 공사가 많아서 그런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정전들은 보통 밤중에 예고 없이 발생하는데, 그나마 아파트 내에 있는 비상발전기 용량이 충분해서 바로 전체 가구에 전기 공급이 재개되기는 하니 불행중 다행이랄까"라고 말했다.
주상복합아파트는 물론, 최근에는 최고급 아파트들마다 도입되고 있는 홈오토메이션 시스템과 관련해서 a씨는 "한마디로 '시스템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며, "최첨단이라고 하지만 안정성 면에서 검증되지 않아서 에러가 자주 발생한다"고 밝혔다.
홈 오토메이션이란 리모콘 하나를 가지고, 전열기구와 출입문, 전화, 인터넷 등 10여가지 기기를 앉은자리에서 제어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으로, 이미 여러 방송 광고를 통해 많이 소개되고 있다.
a씨는 "첨단 시스템은 고장이 잦고, 원격이다 보니 고장이 발생했을 때 고장지점을 찾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거기다 아파트들이 보통 1년 단위로 관리회사를 바꾸기 때문에 노하우 축적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복잡한 시스템에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입주자들도 마찬가지여서, 용도를 몰라서 못쓰는 경우가 많다보니, 현 상태가 고장이라는 인식조차 못하거나, 알아도 방치하는 입주자들이 상당할 것"이라고 a씨는 예상했다.
a씨는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자랑하는 보안출입문의 에러율도 매우 높다. 아직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예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과도한 트래픽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하주차장의 통제 게이트에서 오류가 발생한 일도 종종 있다. 시스템이 진출입 차단과정에 착각을 일으켰는지 통제실수로 접촉사고를 유발한 것인데, 이런 사고는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방문차량에서 많이 발생하며, 이 때문에 직원들과 싸움도 자주 일어난다."
"새로 입주하면 보통 기본적으로 10개 이상의 하자(마감재. 욕실 타일. 통기구 등등)가 발견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지하주차장에서 균열(금)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라고 a씨는 지적했다.
a씨는 "시스템의 문제나 사소하게 발생하는 시공상의 여러 하자들은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지은지 몇 년 안된 건물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은 애초에 잘못 지어진 건물이라는 말이고 이것은 짓는 사람들의 양심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상' 부리는 입주자 대처방법은?
“전세로 들어오셨죠?” 한마디면 오케이
a씨에게 강남의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서 관리인으로 근무하는 것에 애로점은 없었는지 물었다.
"입주자 중에 '진상'이 많다. 말도 안되는 것을 우기거나, 설명은 듣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이야기만 하는… 하지만 그런 경우에 대처하는 노하우가 있다. '전세로 들어오셨죠? 집주인한테 설명을 못 들으셨나 본데∼'라고 말을 꺼내면 백이면 백, 조용히 설명을 경청한다."
a씨에 따르면 이 주상복합에는 그동안 없었던 입주자들의 반상회가 최근 들어 생기기 시작했다. 반상회에는 관리회사 직원이 배석을 하게 되는데, 한번 열리면 보통 새벽 1∼2시까지 이어질 정도로 격론이 벌어진다.
"반상회 자리에 나가보면 건물에 문제가 많다는 인식을 입주자들이 공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집 값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은 필사적으로 막으려 하고, 문제를 공론화할 수가 없으니 해결도 어려운 것이 한계다."
a씨는 이런 '불편'과는 좀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 입주자가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왔다고 해서 모월 모일 00시 00분부터 모일 00시 00분까지 에어컨이 작동되었다는 기록을 출력해서 보여줬더니 자신이 장기간 출타하면서 에어컨을 켜 놓은 채로 놔뒀다는 점을 시인하더라."
컴퓨터 자동장치를 통한 제어가 많고, 이를 관리실에 있는 중앙서버에서 통제하다보니 사용 내역이 분 단위로 기록이 남아, 주민들의 생활패턴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감시받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고 a씨는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주상복합 관리직은 시스템을 익히는 것도 어렵고, 일반 최고급 아파트에 비해 입주민의 수준(?)이 낮아서인지 업무강도도 세며, 이직률도 높은 편이다. 보통 3개월을 넘기기가 어렵고, 그래서인지 보수는 다른 일에 비해 상당히 센 편.
a씨는 "거기에 몇 개월만 더 근무했으면 속병이 났을 것"이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관리회사 직원들끼리 하는 썰렁한 농담이다. 누군가 '로또 1등 되면, 여기 입주해서 입주자들한테 받은 설움 다 갚아주겠다'고 한다. 그러면, 옆 사람은 '돈이 썩었냐? 이런 문제 많은 집에 이사오게'라고 한다. 허허허"
초고층 주상복합 부정적 보도 봇물
“고층일수록 새집증후군 잘 걸린다”
초고층 주상복합에서 거주하는 것이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과는 달리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내용은 최근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최근에 나온 것부터 역순으로 짚어보면, 10월 26일자 <건설일보>는 「고층일수록 새집증후군 잘 걸린다」는 기사를 통해 일본 다케나카건설연구소의 다카하시 소장이 25일 코엑스에서 열린 새집증후군 심포지움 발언을 전했다.
한국공기청정협회가 주최한 이날 심포지움에서 다카하시 소장은 "고층을 피하라"며, "적절한 환기만으로 실내공기 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주택의 경우 환기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10월 25일자 <한겨레>는 「초고층 주상복합이 '명품'이라고?」라는 기사에서 초고층 아파트 주민 일부가 '선망받는 주거'의 불편함을 호소한다며, 선호와 찬사 일색이던 초고층 주거에 대한 주택 시장의 반응에 '다른 목소리'가 조금씩 섞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 기사에서 에너지시민연대 이기명 사무처장은 "주상복합아파트는 모든 것을 에너지로 가동해야 하는 시스템"이라며, "베란다와 같은 완충지대도 없고, 창문도 여닫을 수 없는 통창이 많아 조금만 더워지기 열기가 집안에 가득차게 되고, 이러한 열기를 밖으로 빼거나 식히기 위해서 에너지가 또 투입되어야 하는 악순환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찬사일색 주택 시장에 조금씩 다른 목소리
주거환경 최악이고 투자 가치도 하락 시작
같은 기사에서 경원대 도시계획조경학부 전승훈 교수는 "토지효용성 측면을 빼놓곤 장점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으며,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도 "주거환경과 유지비 문제 때문에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며 장기 투자가치에 대한 의문을 전했다.
10월 22일자 <국민일보>는 「강남 '신흥부촌' 아파트 살기 불편해도 "집값 떨어질라" 쉬쉬」라는 기사에서 집의 방향에 따라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운 상태가 계속되고, 인근의 아파트 재건축 공사로 소음과 먼지가 심각하다는 등의 불편을 전했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에는 <조선일보>가 「"33평형 아파트 전기료가 '60만원' 너무해"」라는 기사에서 전기요금이 최고 1백만원을 넘는 일이 많다는 소식을 전했고, 비슷한 시기 주간 <이코노미스트> 851호는 「초고층 주상복합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월 130∼140만원에 달하는 관리비가 부과된 일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03년 '한국 초고층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초고층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압박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이유 등에 대한 연구결과를 담은 「초고층 거주자의 심리특성」(경원대학교 이현희 교수) 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이 논문에서 이현희 교수는 초고층 집합주택에 대한 불안요인에 신체적 적응을 우려하는 경향, 건물의 설계조건에 해당하는 적층으로 인한 압박감, 입지와 관련된 사항 등이 있으며, 이중에서도 초고층 건물 주변의 갑갑함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초고층에 대한 불안수준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신체적 적응의 경우 현재까지는 건축 계획적 대안으로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다소의 초고층에 대한 경험축적이 필요할 것이라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적층에 대한 압박감은 거주자가 내부에서 공간의 압박감을 느끼지 않도록 거주층의 층고 조절과 평면조절로 시각적 배려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초고층 건물에서 갑갑함이 느껴질 때에는 보다 더 강한 부정으로 인지되므로 초고층 건물의 입지 선정 시 주의를 요하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시사주간지 사건의 내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