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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이영애’ 허위공시 파문 전모

이영애가 먼저 발견해 형사고소 등 대처 지시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6/02/11 [07:00]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한 장면. 사람이 착하게 생겨서 만만해봤나?     © 브레이크뉴스

 
“폭설로 인한 비행기 연착이 피해규모를 줄였다.”
 
지난 2월 7일과 8일 이틀 동안 코스닥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던 뉴보텍의 ‘주식회사 이영애’ 허위공시 파문은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상장기업 (주)뉴보텍은 7일 “배우 이영애와 그 가족들이 설립하는 ‘주식회사 이영애’에 지분 66%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공시했으나, 이영애 측의 “허위공시”라는 반박과 뉴보텍의 재반박이 이어졌고 8일 뉴보텍 관계자들의 ’사과’로 논란이 마무리 되었다.

뉴보텍 주가는 공시 전날 종가 2만1천5백원에서 공시당일 2만3천8백원(고가)까지 뛰었다가 공시직후 내려가기 시작해 연이틀 하한가 행진을 이어갔고,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은 상당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뉴보텍 주가는 공시 40일 전까지 5천원대를 맴돌았었다.

뉴보텍의 공시가 나온 일련의 상황과 주가 변동추이 등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보았다.
 
본인도 모르는 ‘주식회사 이영애’라니...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와 드라마 ‘대장금’으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르면서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영광을 안은 배우 이영애.

이영애는 지난 2월 7일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공항라운지에서 독일행 비행기를 기다리다 인터넷에서 황당한 기사를 본다.

“뉴보텍 ‘주식회사 이영애’ 인수”

뉴보텍(060260)은 7일 영화배우겸 탤런트 이영애씨를 공식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뉴보텍은 이영애씨가 부모, 오빠 등 가족과 함께 자신의 브랜드를 내세운 ‘주식회사 이영애’를 설립하고, 이 기업의 최대지분과 공동경영권을 뉴보텍이 확보해, 계열화하기로 했다.

신설법인의 대표는 이영애씨의 오빠 이모씨와 한승희 뉴보텍 대표이사가 공동으로 맡아, 이양의 매니지먼트는 물론, 드라마, 영화, 광고활동, 나아가 이영애 브랜드를 활용한 판권사업, 스타마케팅사업, 테마파크사업 등을 벌여나가게 된다....[이데일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이 자기 이름을 딴 회사를 만들기로 했다는 놀라운 기사를 접한 이영애는 즉시 가족들과 소속사에 전화해 어찌된 일인지 묻고, 이 공시내용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임을 확인한다.

이영애는 소속사인 도어터테인먼트 이주열 대표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빠른 대응과 함께 형사고소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부탁하고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이 시간이 7일 오후 3시 5분경이었다.
 
독일행 비행기 출발 시간에 맞춰서 공시 발표

인천공항에서 출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거쳐 베를린에 도착하기까지 총 소요시간은 약 20시간, 이 시간 동안 한국에서는 도어엔터테인먼트와 뉴보텍 사이의 치열한 진실게임이 벌어진다. 

▲이영애는 움직여야 하는 바로 그 순간에 움직였다.     ©브레이크뉴스
이영애의 연락을 받은 도어엔터테인먼트는 즉각 뉴보텍의 공시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발표했고, 뉴보텍 측은 “이영애와의 계약서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8일 이번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는 등으로 대응한다.

뉴보텍 측은 “이영애 가족과 회사 건립에 대해 합의를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 주장했고, 이영애와 도어엔터테인먼트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김남홍 변호사는 8일 오후 5시5분 서울중앙지법에 명예훼손과 주가조작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다.

뉴보텍은 8일 오후 5시 50분경 증권선물거래소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이영애의 오빠인 이모씨와 공동사업 진행에 대한 협의를 해왔다”는 공식입장을 밝히고,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해명기자회견을 가진다.

한승희 뉴보텍 대표와 이영애의 전 매니저로 이번 일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백남수 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대표는 “연예계의 생리와 관행 등에 익숙치 못해 발생한 오해로 일어난 일”이라며 “고의가 아님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백남수 이사는 “이영애 오빠 측과 우리 쪽 마케팅 이사 등이 수차례 만나 공동법인 설립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며, “협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협의 후 구두 합의로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백 이사는 “7일 오전 11시경 합의문 등을 준비하고 사무실을 나서면서 뉴보텍 담당이사에게 공시를 당부했는데, 오빠 측이 약속시간을 오후 4시로 변경했으나, 변경 통보를 받지 못한 담당자들이 오후 1시30분경 공시를 냈고, 4시에 이영애씨 오빠가 합의서 작성을 유보했다. 이후 합의서 작성을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무산됐다”고 경위를 해명했다.
 
9일 새벽 이영애 인터뷰로 상황종료
 
이영애는 8일 밤(현지시각, 한국시간으로는 9일 새벽) 베를린 현지에서 중앙일보 특파원과 이번 사건에 대한 긴급 인터뷰를 갖고 뉴보텍의 공시내용과 정황, 그리고 사후 해명 전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다.

이영애는 “6일 눈이 많이 내려 독일행 출발이 지연돼 공항 라운지에서 기다리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말도 안 되는 뉴보텍의 공시를 발견했다”며, “그런 공시를 제가 베를린에 오는 시점을 노려 한 것과 우리 가족을 이용했다는 것이 고의적이라는 판단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영애는 특히 “전 매니저 백씨의 측근인사가 제가 떠나기 직전까지 제 위치를 확인하는 전화를 걸어왔다는 점도 수상하다. 이런저런 상황을 추정해 본 결과 고의적으로 저와 우리 가족을 이용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영애는 “요즘 매니저나 지인 등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그런 사업 제의가 많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 제의에 관심이 있었다면 진작 하지 않았겠나. 뉴보텍보다 좋은 회사들도 많은데. 저와 우리 가족이 그런 기회가 왜 없었겠나. 하려면 벌써 했지”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소액투자자 피해 때문에 나서서 입장을 밝히게 되었다며, “제가 가장 분노하는 것은 연예계를 전혀 모르는 가족을 이용했다는 점과 사정을 잘 모르는 소액투자자를 이용해 돈을 벌려고 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영애는 백남수 이사의 8일 기자회견에 대해 “오빠는 이번 '주식회사 이영애' 사업을 한다고 한 것도 아니고 도장을 찍은 것도 아니”라며, “뉴보텍측이 '이영애 오빠가 도장을 찍으려고 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오빠를 이용하려 한 것뿐이다”라고 일축했다.

이영애는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이번 사건은 저와 가족을 이용해 전혀 모르는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 것으로, 저는 경제를 모르지만 투자자들도 앞으로 좀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주의 깊게 생각해 투자해야할 것 같다. 기사 하나 믿고 투자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단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영애 소문, 두 달 전부터 돌았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뉴보텍의 주가는 ‘주식회사 이영애’ 허위공시 파문이 터지기 전날인 6일 2만1천5백원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가 공시가 나온 직후 물량이 대량으로 풀어지면서 하락하기 시작해 이틀연속 하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눈에 띄는 점은 뉴보텍의 유명 연예인 영입 관련 사업계획 공시 발표와 공시 직후 하한가 행진이라는 패턴이 4주전에도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12일 주요 경제신문들에는 “뉴보텍의 자회사인 엔브이티엔터테인먼트가 dr엔터테인먼트, 리쿠드엔터테인먼트, 에이스미디어 등과 공동사업 계약을 체결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일제히 실린다.

dr엔터테인먼트는 가수 비와 이효리의 중국?태국 공연권을 보유한 곳이며, 리쿠드엔터테인먼트는 가수 이수영과 연기자 김미숙, 정다빈 등의 소속사, 에이스미디어는 임창정, 이재은, 김완선 등이 소속되어있는 업체이다.

뉴보텍이 “가수 비와 효리의 중국, 태국 공연권을 따냈다”는 요지의 보도자료를 주요 경제지 몇 곳에 뿌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대규모 사업계획은 이 당시 금감원 공정공시에 보고 되지 않았다.

뉴보텍은 1990년에 설립된 pvc파이프 제조업체로, 2005년 6월 엔터테인먼트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하고, 12월 자회사 엔브이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면서 사업목적에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추가했다.

2004년까지 2천원대를 오가던 뉴보텍 주가는 2005년 초부터 상승을 시작해 그해 2월 5천원대로 올라왔으며, 이후 11월까지 4천~5천원대 사이에서 횡보하다 12월 중순부터 상승세를 시작해 엔브이티엔터테인먼트 설립이 발표된 12월 27일 1만원대를 넘게된다.

“비와 효리의 중국 및 태국 공연권 획득” 발표 전날 1만9천1백원을 기록한 주가는 발표 직후 이틀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가 다시 반등해, ‘이영애’ 건 발표 전날 2만1천5백원으로 신고가를 재차 갱신했으며, 발표직후(이영애 반박 나오기 전) 하락세가 시작돼 그날 하한가로 장을 마감한다.
 
한누리법무법인 “전형적 주가조작 사건”
 
이와 관련 포탈사이트 네이버 증권방에 개설된 주주게시판에 쏟아지고 있는 피해사례들을 종합해보면, 이영애 관련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12월부터로 호재성 공시가 나올때마다 하한가를 기록하는 현상에 대해 주주들 스스로도 의아해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뉴보텍 피해주주들은 네이버에 카페를 개설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피해주주들의 자문에 한누리법무법인은 “단순히 허위공시건이 아니라 전형적인 주가조작사건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문제는 아무리 주가조작이 드러난다 하더라도 과연 회사와 대표이사 및 주가조작 세력 등을 상대로 배상을 받아낼 수 있는가 여부”라고 지적했다.

한누리법무법인은 “주가조작에 연루된 회사는 대부분 재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고 회계의 분식가능성도 높다”며, “예상하기로 뉴보텍의 주가는 과거 수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으며 곧 공시될 연간실적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비슷한 의견은 네이버 증권게시판에도 나오는데, ‘낙엽속책갈피’는 “뉴보텍은 18일 연속 하한가를 쳐야 적정주가에 도달할 것”이라며, "자산과 매출액, 영업이익 등에 대비한 뉴보텍의 적정주가는 1천3백63원"이라고 분석했다.

박스
이영애 전 매니저 백남수 사기 구속 전력
한 때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 좌지우지

 
뉴보텍의 ‘주식회사 이영애’ 파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는 백남수 이사는 80~90년대 ‘백기획’과 2000년대에 7개 기획사를 합병한 ‘a스타스’를 통해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좌지우지했던 인물로 뉴보텍의 엔터테인먼트사업 진출과 함께 영입되었다.

백남수의 'a스타즈'는 전성기에 이영애와 장동건을 비롯해, 이병헌, 안재욱, 송윤아, 이나영, 김정은, 한고은, 김선아 등 60명의 연예인을 확보하고, 해외진출과 영화의 직접 제작 등의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남수는 2002년 연예계의 금품비리 사건으로 인해 한순간에 추락한다.
2002년 8월 검찰은 소속 연예인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를 부탁하며 신문과 방송사 pd 등에 홍보비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혐의와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백남수 당시 a스타즈 대표를 구속한다.

백남수는 그로부터 1년여 뒤인 2003년 10월에 사기 혐의로 재차 구속되는데, 당시에는 회사 자금사정 악화로 채무 변제가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수 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가 적용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백남수는 뉴보텍이 ‘주식회사 이영애’ 설립을 발표하면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미 a급 스타 4∼5명의 영입이 확정단계이며 10여명의 스타가 합류의사를 타진해 오고 있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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