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남용 엘지전자 부회장과, 김쌍수 전 엘지전자 부회장. ©브레이크뉴스 |
지난 연말 그룹 사장단 교체와 함께 길었던 주가 하락의 늪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던 엘지전자가 1월 23일 발표된 2006년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다시 하락기조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증권사들은 일제히 엘지전자에 대해 투자의견을 하향했고, 엘지전자를 비롯한 엘지그룹 전반을 둘러싼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지난 연말 엘지그룹은 주력 계열사들의 ceo를 한꺼번에 교체했다. 대부분 언론들은 사장단 인사가 '성과 중심 경영'으로 가겠다는 신호라고 해석했지만 교체된 ceo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단순히 그렇게만 해석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엘지전자의 사령탑을 맡은 남용 부회장은 지난해 엘지텔레콤의 imt2000 사업 포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강제 퇴진한 인물이고, 최근 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엘지필립스lcd의 권영수 사장은 회사의 재무총괄(cfo)을 맡아온 재무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엘지전자 구원투수 남용, 설마 패전처리용?
창립 60년 엘지그룹 진퇴양난 늪에 빠져
2003년 '스피드 경영'을 내세우면서 엘지전자 사령탑에 앉았지만, 그룹 문화와 이질적인 경영 스타일로 인해 재임기간 내내 '퇴진설'에 시달렸던 김쌍수 부회장이 지난 연말 엘지전자 총괄 ceo에서 경질되고 그 뒤를 남용 부회장이 물려받았다.
남용 신임 엘지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엘지텔레콤(이하 lgt)의 동기식 imt2000 사업권 취소와 함께 ceo 자리에서 불명예(?) 퇴진한 인물이지만, 퇴진 직후 (주)엘지의 전략담당 사장으로 기용돼 그룹 전반의 핵심 전략 사업에 대한 경영자문 역할을 해왔다.
※전기통신사업법(제6조의 2)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의 허가취소나 등록취소 또는 사업폐지 명령의 원인이 된 행위를 한 자와 그 대표자는 3년 동안 기간통신사업자의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남용 부회장은 lgt 경영을 처음 맡은 98년부터 8년여 동안 가입자 6백50만 돌파와 순익 달성이라는 업적을 일궈내면서 경영자로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으며, lgt는 그러한 탄력으로 지난 연말에 가입자 7백만을 돌파했다.
남 부회장의 퇴진 원인이 된 동기식 imt2000 사업권 취소는 그동안 lgt가 전 세계에서 유일한 사업자로서, 외롭게 이끌어가던 애물단지여서 남 사장의 사업 포기 선언은 회사 입장에서 보면 '수훈'이라 불리울 수도 있는 사안.
주력 사업은 부진하고, 미래사업은 없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남용 당시 사장이 정부의 3세대 이동통신(3g) 정책에 혼란을 일으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1차적으로 정부의 정책실패라고 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남용 휘하의 lgt가 사업을 지나치게 낙관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엘지그룹은 엘지전자의 새 사령탑으로 정통부와 껄끄러운 전력을 가지고 있는 남용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남 부회장이 총수일가의 강한 신임을 받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 또 다른 목적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남용, 전자 체질 바꿀 수 있을까
엘지전자의 새 선장이 된 남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 엘지전자에 입사한 이후 회장실에서 통역업무를 맡는 등 '총수의 사람'으로서 그룹내 실력을 쌓아왔고, lgt 경영을 맡은 이후에는 회사를 위해 악역을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남용 부회장은 올해 본사 매출과 글로벌 매출을 각각 전년대비 각각 3%, 9% 증가한 24조원과 40조원으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시설투자와 r&d투자에 각각 1조4천억원, 1조7천억원(글로벌 기준) 등 3조1천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이동단말 사업의 수익성 확보와 lcd tv 시장점유율 확대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할 계획으로, 특히 '초콜릿'에 이어 '샤인' 모델을 전 세계에 출시하는 등 지속적인 메가 히트 제품을 발굴하는 한편 gsm 오픈 시장에 대한 공략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휴대폰은 지난해(6천4백40만대) 대비 20% 늘어난 7천8백만대, 평판tv는 1천5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 lcd tv의 표준화에 주력하는 한편 lcdㆍpdp tv를 각각 8백만대, 2백50만대씩 판매한다는 목표치도 설정했다.
이러한 목표치보다 눈에 띄는 지점은 최근 해외법인 임원들이 참석한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외국인 임원을 대거 기용하겠다고 공언한 것. 남 부회장은 2월중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핵심 인재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구원투수 남용…설마 패전처리용?
김쌍수 부회장은 (주)엘지 전략담당 부회장으로 발령 받았다. 이 자리는 남용 신임 엘지전자 부회장이 앉아있던 '전략담당 사장' 자리와 맞트레이드 된 것이어서, 사실상 '회사를 나가라'는 뜻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인사였다.
지난해까지 엘지전자 주가는 우연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김쌍수 부회장의 퇴진설이 들끓을 때면 상승세를 타는 듯하다가, 유임에 무게가 실릴 때마다 약세를 보였다.
남용, 'imt 2000 사업 포기' 총대 매고 강제퇴진 전력
위기 빠진 엘지필립스lcd에는 40대 재무전문가 ceo
이런 추세는 사장단 인사가 발표되기 전후로 나타난 엘지전자 주가의 급상승을 통해 재확인되었는데, 사장단 인사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던 주가가 인사 발표 직후 빠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사실 김쌍수 부회장의 '퇴진설'은 지난해 6월 최고조를 이뤘지만, 2분기에 실적호전이 나타나면서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9월경 남용 당시 (주)엘지 전략담당 사장이 엘지전자 ceo를 맡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기는 했지만, 10월에 발표된 3분기 실적에서 1,2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휴대폰 사업에서 흑자전환을 이룬 것으로 나타나면서 다시 유임 쪽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대신 ceo 내정설이 돌았던 남용 사장이 엘지전자의 mc(휴대폰 부문)사업본부장을 맡아 엘지전자의 차기 대권을 준비하게 될 것으로 회사 주변에서는 관측했고, 인사 발표가 나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관측은 그대로 실현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대로 김쌍수 부회장은 경질되었고, 개각 폭은 예상보다 더 확대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전격 경질의 원인은 최근 발표된 엘지전자의 2006년 연간 실적을 통해 자동적으로 설명이 되었다.
지난 1월 23일 발표된 엘지전자의 2006년 실적은 충격적이었다. 2002년 회사 분리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영업적자(4백34억원)를 기록했고, 지난해 매출은 본사 기준 23조1천7백7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줄어든 것이다.
특히 휴대전화 사업의 경우 김 부회장 재임기 미국 시장에서의 무리한 밀어내기 판매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극도로 약해지는 동시에 엘지의 저가폰 이미지를 더욱 고착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휴대전화의 수익성 저하는 엘지전자 전체의 수익성 저하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엘지전자의 사업구조상 흑자를 낼 수 있었던 디지털 미디어(dm)와 디지털 디스플레이(dd) 사업 부문 역시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
유임이 예상되었던 김 부회장이 왜 전격 경질되었는가를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2006년 실적은 급기야 영업수익의 악화에 대한 처방으로 엘지전자가 비사업용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자산재조정에 들어갈 계획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했다.
단기실적 치중, 잠재력 약화
지난해 2·3분기에 잠깐 회복세를 보였던 엘지전자가 연간 실적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김쌍수 부회장이 경질을 면하기 위해 단기실적에 지나치게 치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상대적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김 부회장이 사업보고를 받다가 중간에, "그래서 그 사업은 흑자야, 적자야?"라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소문도 있다.
단기실적에 치중한 결과 회사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었다는 것이다.
엘지전자 측은 현재 디스플레이와 휴대전화 양대 사업의 실적 개선을 관건으로 보고 있다.
일단 휴대전화의 경우 '히트모델'을 내놓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 업계 전체의 시선으로, 현재 '샤인'폰과 '프라다'폰이 '초콜릿'의 성공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는 있지만 그나마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디스플레이사업의 경우, pdp와 lcd가 해마다 20∼30%씩 가격이 하락하는 데다 표준화 주도권을 잡으려는 삼성전자와 소니 등 경쟁 기업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는 등 시장환경의 변화가 기본적으로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엘지필립스엘시디의 대규모 적자는 모회사인 엘지전자의 지분법 평가손실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지주회사인 ㈜엘지의 실적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엘지로서는 마케팅과 원가절감, 인력감축 등 단기 대책부터 사업 구조조정까지 총체적 해결책까지를 동시에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합작투자사인 필립스가 철수를 선언함에 따라 필립스 지분(32.9%) 매각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필립스에 버금가는 투자자를 빨리 찾아내 회사를 정상화시켜야 하는 가운데, 필립스의 지분 매각에 따른 경영권 향방까지 고민해야 되는 입장이다.
엘지텔레콤의 딜레마
"가입자 7백만명 돌파했지만…수익성은?"
엘지텔레콤은 지난 12월 19일 총 가입자 7백만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4년 11월 30일 가입자 600만명을 돌파한 이후 24개월 20일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2005년에는 순증가입자와 순증가입자 점유율을 각각 43만명, 24.8%를 기록했고, 2006년에는 각각 49만명, 27.3%를 달성한 데 따른 것이다.
lgt 측은 순증가입자 점유율이 2005년 24.8%에서 2006년 27.3%로 전년 대비 2.5% 가량 높아졌다며, 그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전년 말 17.0%에서 12월 현재 17.4%로 0.4% 증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고 강조했다.
lgt의 가입자 증가에 수훈갑은 '시내통화보다 저렴한 휴대전화'를 표방한 '기분존' 서비스. 기분존 서비스는 지난해 4월 처음 선보인 이후, 두 달여 만에 7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들이는 등, lgt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혁혁한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기분존 서비스가 회사의 장기적 수익에는 해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기분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단말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위성dmb나 초고속 이동통신 등을 제공하는 단말기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입자 증가 수훈갑 '기분존'은 달콤한 마약
저가브랜드 고착화에 자사 서비스까지 침식
다시 말해 기분존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lgt에 보다 많은 이익이 남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권할 수 없으니, 경쟁사들이 음성통화에서 초고속 멀티미디어로 주 수익원을 옮기는 것과 반대의 길을 lgt가 걷고 있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은 지난해 7월 [lgt ‘기분존’ 허와실 - 지금은 ‘대박’ 언젠가는 ‘쪽박’]이라는 기사에서 기분존 서비스가 타사 가입자 뿐 아니라 lgt 스스로의 상품 영역까지 잠식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타사에서 이동한 신규고객뿐 아니라 dmb 서비스 등을 사용해 오던 lgt 기존 고객들도 기분존 영역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 서비스가 가입자 유치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지만 언젠가 스스로에게 큰 짐이 될 때가 올 것"이라는 것이다.
<이코노미21>은 기분존 서비스가 획기적 수준의 가격 경쟁력으로 고객들의 서비스 유지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 역시 수익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지적했다.
기분존에 반한 가입자들이 높은 비용이 드는 첨단 서비스 상품군으로 이동하기를 꺼려하기 때문. 결국 기분존 가입자들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장기 수익성에는 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