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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거탑 © 브레이크뉴스 |
oo대학병원 간호사 지영애씨 인터뷰
지씨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 옆에서 보는 일부 의사들은 사명감에 불타기보다 사적 욕망을 가진 인간"
<본지 인터뷰 내용은 특정 병원의 사례임을 미리 밝힙니다.>
공중파 텔레비전에서 병원을 배경으로 다룬 드라마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병원 사회 그리고 의사라는 직업군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과연 현실에서도 봉달희나 장준혁 같은 인물들이 실존하느냐는 것이다. 또한 병원 내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 등에 대한 궁금증도 주인공들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높다.
<사건의 내막>은 지난 6일 현직 간호사 지영애(가명, 30세)씨와 만나 이 같은 궁금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요즘 mbc 하얀거탑과 sbs 외과의사 봉달희 등 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내용과 현실 사이에 차이가 많이 있나?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 봉달희 보다는 하얀거탑에서 묘사되는 의사들의 모습이 실제로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모습에 더욱 가깝다고 생각한다.
권위의식에 물들고, 인간적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대의보다는 친분이나 각자의 입장에 휘둘리는… 이에 반해 봉달희는 의사들의 인간됨됨이를 너무나도 이상적이고 긍정적으로 그린 드라마라고 본다.
단적인 예로, 병원 근무를 하다보면 하얀거탑에 나온 사례처럼, 실제 임상에서 환자가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고 죽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환자의 상태에 급박한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 당장 간호사가 판단해서 해줄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되어있다.
□ 간호사가 의사처방 없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나?
간단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 환자의 자세를 바꿔주고, 가래를 빼주고, 바이탈 사인, 즉 호흡활력징후를 체크해 의사에게 전달해주는 정도, 그 다음은 의사의 처방에 의해 움직인다.
숨을 쉬기 힘들어하는 환자의 경우 자세 바꿔주는 것에서 생사가 갈릴 수도 있어서 간호사의 역할이 작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혈압강하제 등을 포함해 모든 약물과 주사제 투여는 의사의 고유권한이다.
간호사는 의사의 처방을 따라 처치하는 권한 밖에 없기 때문에 의사가 제때 제자리에 있으면서 즉각적인 처방을 해주지 않으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의료계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의사라는 집단 전체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거나 비난하려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봉달희 같이 정의감 있는 의사가 얼마나 되나 싶기는 하지만, 의사들이 치료비가 어려운 환자의 사연을 전해 듣고 도와주기 위해 백방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고 그런 모습을 실제 본 적도 있다. 의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병원의 절차보다 환자의 편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곧잘 보게 된다.
□ 의사에 대한 일반인의 이미지 중에 '권위의식'이라는 측면이 큰데….
진료에 있어서 환자보다 의사의 입장, 의료진의 관점에서 움직이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요즘은 안 그렇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드레싱과 소독을 갈아주는 일도 환자가 잠을 자든 말든 의료진의 스케줄에 맞춰 진행했다. 요즘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병원평가제도 때문인지 병원운영에 서비스마인드가 도입되면서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또, 수술 전에 수술동의서를 받게 되는데 원칙적으로는 환자가 있는 침상에 의사가 찾아가서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 맞다. 그런데, 간호사를 시켜 환자나 보호자를 불러내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환자가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 즉각적인 처치를 거부하는 경우도 봤다.
이러한 행태는 의사들의 권위의식에 기인한 측면도 있지만 의사들이 할 일이 너무 많고, 스트레스가 커서 그런 측면 또한 있다. (박스기사 참조)수술동의서 작성시 내용을 잘 알아듣지 못해 반문하는 환자나 보호자에게 짜증을 내는 의사들도 가끔 있다.
□ 사람이 모자라서 그런 건가?
업무가 과중해서 그런 측면도 물론 있을 것이다. 일반외과의 경우 하루에 수술이 전신마취와 국소마취를 다 합쳐서 보통 30∼40개씩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의사들이나 간호사나 바쁘고 힘들기 때문인지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황이 어떻든 의료진의 무책임한 태도가 변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대학병원에서 환자 치료하는 일의 대부분을 맡는 레지던트(전공의)들은 병원 업무도 봐야 하지만 자기 공부(전문의 시험)도 해야 한다. (레지던트 과정 후에 의사면허에 대한 국가 시험이 있음)내과의 경우 수술이 없어서 그나마 덜한데, 외과파트의 경우 수술하랴 공부하랴 임상까지 보다보면 수면 시간이 부족하게 마련이다.
병동을 오가면서 환자를 대하는 것은 1-2년차들이 전담하고 3-4년차가 되면 대부분 수술실에 있거나 자기 공부를 하게 된다. 담당교수는 회진 때 한번 얼굴을 볼 수 있을 뿐이다.(면담을 원하는 환자에 따라 외래 진찰실에서 개별면담도 가능함)
□ 레지던트라면 배우는 학생인데 병원업무에서 핵심역할을 맡고 있는 것인가?
레지던트는 전문의가 되기 위해 배우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생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각각의 레지던트들이 병동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권한과 책임)을 수행하는지 여부는 담당 교수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다.
자기가 수술한 환자에 대해 드레싱 하나까지 직접 하고, 항생제 하나를 써도 직접 챙기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레지던트들에게 수술환자의 상태추이에 따른 투약 정도를 맡기거나, 수술 과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시키는 경우 등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이러한 스타일은 각각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자기가 스스로 다 하는 교수는 의료사고 가능성을 줄이고 환자에게 적절한 처방을 해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밑에서 배우는 레지던트들로서는 직접 판단하고 처치하면서 의사로서의 실력을 쌓을 기회를 그만큼 얻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 얼마 전 드라마 봉달희를 보다가 "사람 몇 명 안 죽여 본 외과의사가 어디 있겠어"라는 대사가 귀에 박혔다.
그 대사는 사실을 잘 표현한 말이다.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한 사람의 전문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처방을 받거나 아니면 말 그대로 방치돼서 죽는 환자들이 꽤 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그중 담당 의료진의 귀찮음 때문에 제때에 처방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의료진에 협조를 하지 않는 경우가 한번씩 있다.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의 경우 정말 난감한 상황인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의료진 모두가 환자를 살리려는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상황이 어떻든 의료진의 무책임함에 변명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또한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하는 점은 의사들도, 그리고 간호사들도 쉬지 못하면 피곤해하고,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미숙하며, 또 늘 잘 하다가도 언제든 실수할 수 있는 한 명의 사람이라는 점이다.
□ 예전에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가 상하관계가 아니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실제 의사들은 간호사에게 어떤 태도를 갖고 있나?
의사의 처방오더에 따라 간호사가 움직이지만 의사와 간호사는 상하관계가 아닌 팀으로 움직이는 협력관계이다. 의사는 업무관계에 있어서 존중받아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명의 간호사로서 나의 소속은 간호부이고, 직속상관은 간호부장과 수간호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고 의사와 간호사를 상하관계라고 생각하는 의사들이 가끔 있다. 행동이나 언어구사에 있어 간호사를 아랫사람 대하듯이 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라는 환자의 보호자를 면담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때, 이런 개념이 제대로 들어있는 의사들은 "000호 홍길동님 보호자 좀 불러주세요"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의사들은 "보호자 좀 불러와"라고 짧게 말한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의사는 어떻게 대하냐고? "어, 알았다"고 똑같이 '짧게' 대답해준다.
□ 간호사로 일하다 보면 환자들이 죽는 경우가 있을 텐데… 어떤 마음이 드는가?
병동에서 근무하면서는 환자의 죽음을 맞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가 수술한 다음 환후가 악화되어 중환자실로 내려갔다가 결국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는 역시 마음이 좋지 않다(물론 눈앞에서 보는 것보다는 덜하지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이야기하고 돌아다니던 환자가 갑자기 죽으면 병동에는 갖가지 소문(누가 잘못해서 죽였다는 등)이 떠돌게 된다. 하지만 수술실에서 일어난 일을 병동에서 제대로 알 수 있는 길은 없다.
예전에 중환자실에서 근무했을 때는 환자들이 하루에도 두 세 명씩 죽는 경우가 있다. 여러 죽음들은 제각각 자기만의 모습을 가진다. 소중한 사람의 사망에 온 가족들이 슬퍼하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무관심 속에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간호사 입장에서 보호자들의 보살핌을 많이 받지 못하는 환자에 대해 더 마음이 가고, 더 신경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여러 환자를 대해야 하는 간호사의 입장에서는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몸이 아파서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볼 때는 늘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환자 옆에 가족이 있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덜한데, 어떤 경우는 정작 보호자들이 환자를 살리려는 의욕이 없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보호자의 관심에 따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지만 결국 모든 죽음은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젊은 사람이 사고로 들어와 짧은 생을 마감하는 경우, 어떤 할아버지가 중환자실 병상에 의식 없이 누워있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으면서 "할멈… 내 손 잡아봐"하는 모습…
□ 모 대학병원에서 성희롱 등 비인격적인 대우와 업무상 스트레스가 쌓인 간호사의 자살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고 하는데, a병원은 어떤가?
내 경우는 환자들의 죽음들을 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되고 그래서인지 자살충동을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다.개인적으로 성추행이나 성희롱 등등을 당해본 경험도 없었다. 의사들이 술자리에 간호사를 불러내는 경우는 있다.
주로 예쁘게 생긴 간호사에게 전화가 집중되지만 미혼인 간호사에게는 거의 전화가 가는 것 같다.내 경우…, 술 마시자는 전화를 받은 적은 있지만 업무외적인 만남을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그런 자리에 나가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일부 그런 자리를 즐기는 간호사들이 의사들이 불러낸 술자리에 나갔다는 말은 들어봤다. 술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지만 가끔 안 좋은 이야기가 들리기도 한다.(구체적인 이야기는 오프더레코드)
□ 간호사가 의사나 환자와 사귀는 경우는 본 적 있나?
의사와 간호사가 사귀는 경우? 거의 없다(공식적으로는… 몰래몰래 만나는 경우는 좀 있지만.^^). 의사가 어딘가 아파서 병동에 입원했다가 담당간호사와 사귀게 되고 결국 결혼까지 이르게 된 경우는 들어봤다.
환자들이 간호사에게 사귀자고 하는 경우? 환자들이 간호사에게 명함을 주면서 개인적으로 연락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솔직히 병동에 근무하면서 수많은 환자들을 상대하다보면 그 중에는 정말 멋있고 인간적으로 괜찮아서 사귀고 싶은 생각이 드는 환자를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긴 하지만 간호사가 환자와 사귀는 것이 별로 좋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감염위험이 항상 있을 텐데, 무섭지 않나?(박스기사 참조)
병원에서 근무하면 에이즈(aids), 간염, 결핵, 매독 등 무서운 질환의 세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감염환자의 혈액을 채취한 후 검체 용기에 담다가 바늘에 찔리는 경우도 있다.
드라마 봉달희에서도 이범수(안중근 역)가 매독균이 묻은 주사바늘에 찔려서 항생제 주사를 맞고 검사를 받는 장면이 있었는데, 실제 비슷한 상황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찔리자마자 실시한 검사에서 잠복기간도 없이 매독균이 나왔다는 부분은 의학적으로 말이 안되지만…)
간호사들은 1-2년차 때는 하루에 많게는 네다섯 번씩 찔리는 경우도 있고, 숙달된 후에도 일년에 한 두 번은 찔리는 것 같다. 내가 아는 간호사가 결핵에 걸려 병가를 낸 경우도 있는데, 공상처리가 전혀 안되기 때문에 간호사 개개인이 일하면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 업무상 재해인데 공상처리가 안된다는 것은 의외다.
실제 몇 해전에 어느 간호사가 병원내 감염으로 산재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것을 본 일이 있는데, 여기저기 관련 서류를 접수하러 다니고 몇 개월을 고생했지만 결국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
병원감염에 대해 산재인정을 해주지 않으려는 것이 병원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비슷한 경우가 워낙에 많기 때문에 그걸 다 인정해주면 병원 경영이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손에 작은 생채기가 났는데 그곳에 환자의 혈액이 묻어서 감염되는 사례도 있고, 혈액샘플을 다루다 감염되기도 한다. 나 역시 신규 때 b형 간염 세미코마(반혼수상태)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다가 병원균에 노출된 적이 있다.
바로 백신을 맞고 검사해보니까 항체가 있어서 다행이었지, 정말 죽을 뻔했다가 살아난 것이다.(b형 간염은 치사율 20%에 달하는 무서운 병)※편집자주 : 최근에서는 의료인의 병원감염에 대해 산재인정을 받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함.
□ 간호사 조직이 군대처럼 서열문화가 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병원에서는 근로계약하면서 2년 차까지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은 일이 밝혀지기도 했는데, 본인이 경험해본 실제 간호사 사회는 어떤가?
글쎄…, 근로계약서를 쓰던 당시에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우리 병원의 경우 2년차 이하 결혼금지 조항 같은 부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2년 차 이하라면 입사하고 정말 얼마 되지 않은 경우인데 입사하자마자 결혼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간호사 조직이 군대문화 같이 '빡세다'고 하지만 병원에서 업무를 처리하려면 연차(입사년도)를 따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병동근무는 차지와 액팅 두가지로 나뉜다. 차지가 임상의사로부터 오더를 받은 다음 액팅 간호사들에게 업무를 배분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연차가 낮은 사람이 차지를 맡으면 고참간호사에게는 일을 시키기가 곤란하다. 자기가 지시를 받는 사람보다 더 모르고 경험도 없는데 어떻게 업무를 분배하고 지시하겠는가?
□ 강력한 서열문화라면, 고참 간호사가 불합리하거나 틀린 지시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 않나?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하나?
고참 간호사가 틀린 오더를 내는 경우….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다. 그런 경우가 실제 가끔 있는데, 그냥 시키는 데로 하는 경우도 있고, 물어보는 척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할 수도 있다. 처치 지시가 너무 이상한 경우에는 원 오더를 낸 의사에게 몰래 물어보기도 한다.
어차피 부정확한 부분은 확인 또 확인하면서 해야 하기 때문에 물어보는 것에 거리낌은 없다.
□ 3교대 근무를 하면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다. 휴식시간은 충분히 주어지는가?
간호사들이 푸념처럼 늘 하는 이야기가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남들 쉴 때 쉬고 싶다는 말이다. 병원에 들어온 연차가 얼마 안 될 때는 명절이나 여름휴가 때 오프(비번) 잡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데이 같은 기념일을 챙기는 것도 어렵다.
역시 듀티표(월간 근무계획) 작성과 관련해 오프배정을 두고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듀티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짜는 것은 각 병동을 책임지는 수간호사의 리더십 역량에 좌우되는 측면이 강하다.
병동 근무 경력이 오래된 수간호사들은 듀티를 짤 때 세심하고 공정하게 짜서 병동 간호사들이 불만이 별로 없이 원활하게 운영된다.(병동 시스템에 너무 빠삭해서 딴짓할 틈도 없다는 단점은 있지만…호호)
반면에 병동근무 경력을 별로 쌓지 않고 다른 파트에 있다가 병동 수간호사를 맡게 된 수간호사의 경우 근무표 작성이 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친한 사람, 목소리 큰 사람의 요구를 우선적으로 들어주다 보면 당연히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말 그대로 악몽 같은 듀티가 계속될 수밖에 없고 구성원들의 불만과 피로감이 쌓여가게 되는 것이다.
인원이 모자라서 그런 것 아니냐고? 신규인력이 투입되더라도 오프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업무 구성에서 팀 차징 역할을 해야 할 중간 연차들이 휴직하거나 퇴직하는 경우가 많고, 신규의 경우 최소 3개월 동안은 '포지셔닝 액팅 트레이닝' 기간이라고 해서 오히려 다른 간호사가 가르치고 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부담은 가중되는 측면도 있다.
□ 노조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oo병원 노조에 대한 느낌은?
불과 몇 년 전까지 우리 병원 노조는 말만 노조지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몇 해전 전임 집행부의 납품비리 사실이 드러나면서 집행부가 갈린 일이 있었다.(위원장은 빼돌린 돈으로 집을 샀다는 소문도 있다)
그 해에 신임 집행부가 투쟁을 빡세게(?) 하면서 병원에 탁아소와 기숙사가 생기고 일반휴직 제도가 새로 도입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임단협에서 가장 큰 변화는 집행부가 갈린 이후에 본봉이 인상되었다는 점이다. 이전 집행부의 경우 보너스 몇 퍼센트 쟁취 등 당장 현금으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장은 안 되는 단기적 성과들을 내세우기 바빴던 것에 비해 엄청난 변화여서 노조회비가 대폭 인상되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다.
병원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직군이 간호사이다. 그래서 병원노조에서 간호사의 비중이 클 것 같지만 간호사 사회는 조직화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노조 집행부에 간호사 출신이 많지도 않다.
3교대로 근무를 하고 매번 근무할 때마다 팀 구성이 바뀌기 때문에 간호사들끼리 서로 얼굴을 계속 보는 것도 아니고, 3년마다 전환배치 되기 때문에 단합이 어려운 것이다.
더욱이 간호사들의 의식 자체가 "데모하면 경찰서 끌려가는 것 아냐?"라는 두려움을 갖는 수준이고, 대부분 각자의 삶(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에 치여서 살기 때문에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