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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 |
공윤위가 금요일 5시에 갑자기 열린 까닭은?
마감 감안하면 언론들 '알고도 못쓰는' 타이밍
박병원 신임 우리금융그룹 회장. 1952년 부산 출생으로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나와 소위 'ks마크'를 달고 있는 그는 서울대 중에서도 '최고등급'인 법대 출신으로, 학벌 사회의 '성골(신라시대 골품제도에서 부모 양쪽이 모두 왕족인 경우)' 훈장도 달고 있다.
그는 또한 범 모피아(재경부의 영문 약자 mofe와 마피아의 합성어. 재경부 전·현직 관료들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행태가 범죄 조직에 버금간다 해서 생긴 말) 세력 중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epb(구 경제기획원의 약자) 출신이기도 하다.
이렇듯 화려한 이력과 인맥 덕분인지 그가 돌연 재경부 제1차관 자리를 박차고 나와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에 공모한 이후 벌어진 일들은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운 '우연의 일치'들로 가득하고, 그에 대해 여러 시민단체와 노조는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의사를 표명해왔다.
황영기·전광우 등 막강 경쟁자 휙휙 날리고
최대난관 공윤위 취업승인도 순식간에 통과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재경부 차관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한 시민단체가 발표한 부동산 거품 5적에 이름을 올린 바 있으며, '분양원가 공개'문제와 관련해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갈등을 빚으면서 '시장만능주의자', '관료패권주의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윤철 감사원장은 경제부총리 시절이던 지난 2002년 당시 경제정책국장이던 박병원 회장을 앞으로 불러내 "이 사람이 바로 '한국의 아인슈타인'이다. 이렇게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천재는 본 적이 없다"고 극찬했다고 한다.
박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진 지난 2월 7일 <머니투데이>는 「'낭만을 지닌 천재 공무원' 박병원차관」이라는 기사를 통해 '최고'를 자부하는 재경부 공무원들조차 그에 대해 '천재'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이렇듯 '천재'로 알려진 그이지만 그로부터 한 달여 뒤인 3월 6일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박씨에 대한 단독후보 추천 발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회장후보 선정이 관치금융 아니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나는 관치금융을 한 적이 없다"는 동문서답을 했다.
<프레시안> 기사에 따르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관치금융이라고 하는지, 겪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은행의 의사결정에 개입해서 어느 기업의 어떤 사업에 몇 천억원씩 빌려주라고 했던 시절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관치금융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견장에 있던 우리은행 노동조합의 한 간부는 박씨의 답변이 끝나자마자 "당신이 오는 것이 관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동문서답하는 '낭만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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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경우 퇴직 뒤 2년 이내에 영리 사기업체에 재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직무관련성이 전혀 없다"는 '취업확인'을 받거나 직무관련성이 있더라도 특별한 예외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재취업에 문제가 없다는 '취업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3월 2일 우리금융회장 후보로 나선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과 하이닉스 사장 후보로 나선 김종갑 전 산업자원부 차관에 대한 취업승인 여부를 가리는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2월 21일 공직자윤리위원회(이하 공윤위) 회의에서 박병원 전 차관의 '취업확인' 심사결과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결정되어서 다시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심의하는 '취업승인'을 결정하기 위해 열린 것이었다.
이날 회의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취업 승인'. "업무관련성은 있지만 오해를 살 만한 사안에 직접 관련된 적은 없었다"는 이유였다.
이와 관련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 김건호 경제정책국 부장은 "어떻게 해야 '오해를 살만한 사안'이 되는지 참으로 알 길이 없다"며, 박 전 차관의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과정에 발생한 몇 가지 '우연의 일치'에 대해 지적했다.
우연? 운명? 음모?
김건호 부장이 지적한 첫 번째 우연은 공윤위 회의 일정에 관한 것. 경실련은 공윤위가 열리기 전에 '취업승인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입장을 발표·전달하기 위해 2월 28일 오후에 행정자치부의 일정 담당자에게 문의 전화를 했었다고 한다.
대답은 "회의 일정은 안 잡혔으며, 언제 잡힐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고, "3월중에 열리는 것은 확실하지 않겠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그것마저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담당자의 대답이었다고 한다.
공윤위 회의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바로 이틀 뒤인 3월 2일, 그리고 3.1절을 감안한 업무일 기준으로는 경실련이 문의전화를 건 바로 다음날에 개최되었다.
김 부장은 '일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숨겼다'는 험악한 상상을 일단 배제한다면 가능성은 담당자가 업무에 소홀해서 전혀 일정을 관리하지 못했다거나 아니면 전화 통화 이후에 갑자기 일정이 생겼다는 것 두 가지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공윤위 회의는 엄연히 행정자치부 차관이 참여하는, 홈페이지 상에 차관일정으로도 공지가 되는 회의인데 그런 식으로 일정이 잡힐 수도 있는지 궁금하긴 한다"며, "우연히 이번 회의만 그렇게 된 것이겠지요"라고 비꼬았다.
두 번째 우연은 회의 개최 시점 및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한 이야기. 공윤위 회의는 3월 2일 금요일 오후 5시 반에 열렸다.
보통 언론사(일간지)에서는 편집을 위해 마감시한을 전날 오후 2시 전후로 잡고 있는데, 즉 그 전에까지는 내용이 나와야 기사를 쓰고, 편집을 해서 다음날 나올 신문을 만드는 작업으로까지 가는 것이다.
김건호 부장은 "제가 언론사에서 일하는 사람이었고, 이 내용을 꼭 지면이나 방송에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가정하면 정말 죽을 맛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회의 결과는 아무리 빨라야 금요일 저녁에나 나오니 다음날 내보내지는 못할 것이고, 다음날인 토요일에 기사를 써도 일요일에는 신문이 안 나오니까 월요일자 지면에나 나갈 수 있는데, 그때가 되면 이틀 지난 뉴스가 된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쉽게 말하면 '알고도 못쓰는' 타이밍이 되는 것"이라며, "설마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그런 것을 다 따져서 일정을 잡았겠는가. 이 또한 우연의 일치겠지요"라고 꼬집었다.
김건호 부장이 지적한 마지막 우연은 좀 '진지한' 것이다. 2월 21일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이 '2007년 업무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로 공직자윤리법과 관련한 내용. 한마디로 퇴직 공직자들의 취업제한 규정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 금년 3월까지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업체 취업실태 일제조사를 실시하여 적발되는 위법취업자는 모두 해임 등 엄중 조치할 계획이며 ○ 아울러, 현행 취업제한제도의 실효성 문제와 관련 '취업제한 대상 업체의 범위', '업무관련성 판단기준' 등 그동안 제기되었던 제도적인 문제점에 대하여 학계·시민단체·이해관계자 등 각계의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 금년 중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부장은 "어쩌면 열흘 전에 이번 공직자윤리위원회 회의 결과를 예측이나 한 듯 이렇게 딱 집어서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제도개선이야 하반기까지 추진한다 쳐도, 일단 이번 박병원, 김종갑 전 차관의 경우에 대해서 만이라도 조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낙하산 아냐? 그럼 우연의 일치?"
박병원 전 차관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공모에 나선 순간부터 '정부 내정설'과 '낙하산 인사'라는 말들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뽑는 절차는 '우리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서 회장후보 공모 및 추천 → 주주총회 → 이사회 확정'이라는 공모제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실제로는 재경부와 청와대가 인선을 좌지우지한다는 이야기라고 김 부장은 말한다.
즉 회추위가 공모와 면접을 통해 응모한 후보 중 3명을 재경부에 추천하고, 청와대가 이 중에서 후보를 선정하여 다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최종 후보를 통보하는 식이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공모에 나선 다른 후보들의 경우를 보면 이러한 의혹은 더욱 강해지는데, 우선 임기 3년 동안 자산을 1백조원 가량 늘린 황영기 전 우리금융회장은 회추위가 재경부에 추천하는 3인의 후보에조차 들지 못한 채 면접에서 탈락했다.
우리금융지주 수석부회장 출신으로 박병원 전 차관과 회장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전광우 딜로이트컨설팅 회장은 선임절차가 한창 진행되던 2월 27일 갑자기 정부가 국제금융대사로 임명하면서 후보에서 자동 탈락한다.
그리고 마지막 걸림돌로 여겨졌던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은 앞서 지적한 것처럼 전광석화같이 3일 후에 바로 결정되었다.
김 부장은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우연의 일치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이야기한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것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라고 이야기를 맺었다.
skanda@jinb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