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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무서우니까 조용해요!

이재운 소설가 | 기사입력 2019/08/26 [13:57]

▲ 이재운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나는 아무리 나쁜 사기꾼, 도적놈, 잡놈이라도 욕설하거나 심지어 '죽인다'는 표현 따위는 절대로 쓰지 않는다. 그냥 검찰 조사받게 하든지, 그래서 징역을 가든지 말든지 하지 사소한 일에 거품 물지 않는다. 군대 있을 때도 선임병들의 폭력을 단 한 번의 응징으로 간단히 제압한 적이 있는데, 다른 사람 말과 행동에 끌려 다니며 아까운 내 시간과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다.

 

중국 수행자들은 공안이라는 걸 잡고 참선한다는데, 그중에 "만 가지 법은 하나로 돌아간다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갑니까"란 질문이 있다. 별별 답이 많은데 다 소용없는 망상과 번뇌이고, 천부경에 '1과 10000은 결국 같다'는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이 있다. 단세포가 늘어나 수많은 서로 다른 세포로 늘어난 뒤에는 다세포로 귀일(歸一)한다. 하지만 그 다세포는 또 여러 개가 모여 하나의 생명체를 이룬다.

 

인간의 몸을 들여다봐도 갖가지 독립 세포, 독립 세포단위들이 조금씩 들어와 이룬 복합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니 퍼지면 만(萬)이고 돌아오면 일(一)일 뿐이다.

 

내가 30년 걸려 만든 바이오코드에는 144가지 타입이 있다. 이웃 부족이 침략했을 때 어떤 이는 나아가 마주 싸우고, 어떤 이는 달아나고, 어떤 이는 숨고, 어떤 이는 항복하는 식으로 다양한 패턴을 보인다. 만일 모조리 숨거나 모조리 나가 싸우거나 모조리 항복하면 인류는 오늘날의 우리처럼 진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행동을 하기 때문에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다.

 

더 넓게 생각하면 사기꾼 도적놈 잡놈도 다 제 자리가 있다. 한 가지만이 진실은 아니다. 포유류의 심장은 한 개가 효율적이지만 문어와 오징어는 심장이 세 개다. 개구리는 알을 낳는다지만 어떤 개구리는 새끼를 낳는 포유류로 진화했다. 사람의 뇌는 활동하거나 잠자는 것뿐이지만 돌고래 뇌는 반은 자고 반은 활동하므로 며칠이고 헤엄칠 수 있다.

 

나는 내 자리에서 내 말을 할 뿐이다. 그러니 남의 말을 대신 할 필요는 없다.

 

방금 태극기 누이가 주말 시위 갔다 왔다며 'O재앙이가 감히 일본이 어떤 나라라고 덤비냐'며 거품 묻길래 이렇게 대답했다.

 

“난 누이가 그 산골짜기에서 우울하게 박혀 있는 줄 알았더니 살아 있네? 그럼 됐지.”


“아,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이 다 우리나라를 죽이려고 드는데 O재앙이 그놈이 지금 나라를 망하게 한다니까! 정은이 O끼가 시키는대로 지소미아 파기하고! 일본 봐, 일사분란하게 나오잖아? 트럼프 쫓아가 우리 죽이라고 난리치잖아! 우리나라는 사기꾼 놈들 천지고!”


“누이, 그래도 종보다는 사기꾼이 좀 더 낫지 않아요? 일본은 천년 전국(戰國) 시대를 거치면서 국민이 모두 종이 됐어요. 수 틀리면 칼을 쳐드니까 누구도 자기 말 못해요. 그냥 잠자코 듣기만 해요. 고려 조선이 3심제 갖추고 있어서 왕 아니면 사형집행권이 없을 때, 일본은 호족들이 삼권을 행사했어요. 일본인들은 무서우니까 조용해요. 벌금 10만원 무서워 교통신호 잘 지켜요. 2차 대전 때 카미가제 타고 나가 죽고, 항복하기 싫다고 수만 명이 집단자살 하잖아요? 사실 울면서 떠밀려 카미가제 되는 거고, 자살하기 싫다고 하면 총으로 쏘니까 할 수 없이 절벽에서 몸을 던지는 거에요.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다 제 말을 떳떳이 해요. 원래 화백회의니 쿠릴타이, 이런 거 하면서 시끄럽게 자기 주장을 펴온 민족입니다. 민란이 굉장히 많고, 지금도 운전기사한테 고소당하는 회장님 의원님 많아요. 이 다양하고 다른 의견을 수렴만 잘하면, 장사꾼한테도 귀 기울이는 칭기즈칸이 되는 거고, 남의 말 안 듣고 저만 잘났다고 우쭐거리면 선조 이균 같은 놈이 되는 겁니다. 일본은 총리나 왕을 끌어내려본 적이 없는, 전공이나 취미, 재능에 상관없이 그냥 백년 이백면 우동 말고 풀무질하는 열등 민족이에요. 우리는 수틀리면 그냥 쫓아내거나 끌어내리거나 총으로 쏴죽이거나 사형 선고를 내리잖아요? 직장 마음에 안 든다고 입사 다음 날 사표 던지는 나라 아닙니까. 걱정 마세요.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닙니다. 전두환도 떠들고, 박근혜도 떠들고, 이완용 자손도 땅 돌려달라고 소송하는 좋은 세상입니다. 이게 대한민국입니다.”

“배운 놈들은 이래서 문제라니까!”
“배운 놈이라 누이 전화 안 끊고 이렇게 잘 들어주잖아요?”

 

*필자/이재운, 소설가. 소설 ‘토정비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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