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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죽은 일본의 판사 "소크라테스처럼 악법도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 판사 검사 중에 야마구치 판사, 김병로 대법원장 같은 인물이 없나?

이재운 소설가 | 기사입력 2019/09/23 [08:23]

▲ 이재운 작가.   ©브레이크뉴스

내가 겪은 판검사는 하나 같이 싸가지 없고 오만방자한 인물들이었다. 직책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1947년 10월 11일, 일본의 야마구치 판사가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먹지 못해 죽은 것이다.


핵폭탄 두 발을 잇따라 맞고 미군 앞에 무조건 항복한 일본은 1945년부터 고난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수도 도쿄는 네이팜탄 대공습으로 폐허가 되고, 나가사키든 히로시마든 복구는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결국 미 군정 하의 일본은 배급제로 식량을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배급 식량만으로는 굶어죽기 십상이라 암시장을 통해 식량을 사고팔았다.


야마구치는 식량 암거래하다 잡혀온 사람들에게 벌을 주는 위치에 있었다.


그는 자신의 판결 정신을 지키기 위해 배급 식량만으로 버텼다. 하지만 두 아이들을 먹이고 아내를 살리기 위해 그는 조금씩 양을 줄여서 먹었다. 비쩍 마른 그를 걱정한 동료 판사들이 몰래 구해온 식량을 나눠주고, 친척들이 음식을 주려 해도 결코 받지 않았다. 그는 "내가 식량 암거래자들을 처벌하는 판사인데 어떻게 불법 식량에 손을 대겠느냐"는 소신을 굳게 지켰다.


그가 굶어죽은 뒤 발견된 일기장에는 "소크라테스처럼 악법도 지켜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물론 우리에게도 김병로 대법원장 같은 위인이 있다.

조국 장관이 의정부지검을 찾아가 무슨 문답이라는 걸 했다는데, 김 대법원장은 그런 유치한 짓을 하지 않았다. 그는 1954년 3월 20일, 법관 회동 훈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모든 권력과 금력과 인연 등이 우리들을 유혹하며, 우리들을 바른길에서 벗어나도록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내 마음이 약하고 내 힘이 모자라서 이와 같은 유혹을 당하게 된다면 인생으로서의 파멸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법관의 존엄성으로 비추어 보아도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판검사들, 사법개혁하겠다며 나선 범죄 혐의 투성이의 조국 장관, 야마구치 판사와 김병로 대법원장 앞에 떳떳한가?

 

일본에는 A급 전범으로 체포되어 사형된 도조 히데키나 그런 자를 추앙하는 아베 신조와, 아베 신조를 따르는 극우세력만 사는 게 아니다. 이런 사람들이 그나마 일본을 지탱한다.
이에 비해 우리 지도층은 너무 부패해 있다. 임란 때, 호란 때, 구한말 때, 독재자들의 시대에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승만과 김병로. 두 사람은 반민특위 문제로 격돌하고, 사사건건 대립했다. 이 대통령이 불평한다는 말이 들리면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라고 할 뿐이었다.<이 글은 필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본지에 옮긴 것이다.>

*필자/이재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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