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홍보실 관계자 "이미 종료된 이슈, 대응 않겠다"
두산 홍보대행사 "공정위 판단 기다려‥몇개월 예상"
지난 8월 '설탕을 뺀 소주'라는 광고카피로 소주업계에 '성분' 논쟁을 촉발시켰던 진로가 경쟁업체들에 의한 공정위 피소와 소금 첨가 의혹 제기를 받은 이후 슬그머니 발빼기에 나서면서 소주업계의 이른바 '성분' 논쟁은 소강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지난해 알칼리수 전기분해 논쟁과 외국계 자본 논란 등으로 소주시장을 뜨겁게 달구다가 결국 올해 5월18일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까지 받은 바 있는 '참이슬'의 진로와 '처음처럼'의 두산주류 사이에 이제 세 번째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싸움의 발단은 지난 8월20일 진로가 참이슬 후레쉬 리뉴얼 제품을 내놓으면서 주요 일간지에 "설탕을 뺀 소주"라는 문구가 들어간 광고를 게재하면서부터로, 작년과 다른 점은 이번 싸움에 다른 경쟁업체들이 두산주류와 한 배를 탔다는 점.
진로 측은 "그렇다면 우리는 설탕을 넣었다는 소리냐?"는 경쟁업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9월 중순까지 근 한 달 가까이 설탕 캠페인을 지속하다가 두산주류와 선양 등 경쟁업체들의 공정위 제소 및 반박 광고 등 정면대응이 벌어진 이후에야 캠페인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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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로의 설탕 뺐다는 광고 포스터(맨 왼쪽)에 대응해 두산주류와 선양 측이 배포한 포스터. |
시장 지배적 브랜드가 경쟁 구도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한 마케팅 기법 계속 시도 잘 이해 안 돼
<사건의내막>은 1년 전인 지난해 9월 "흔들리는 진로소주, ob맥주 전철 밟나?/자기 브랜드 분석도 못하는 경영진/하이트가 맥주 판도 뒤엎을 때 사용했던 전략을 소주 판도 위협 '후발주자 견제'에 그대로 적용"이란 제목으로 진로의 아마추어 같은 마케팅 행태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기사는 마케팅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진로 사장까지 직접 나서면서 쏟아냈던 경쟁 제품 '처음처럼' 비방이 그 사실관계와 정확성 여부를 떠나 치명적인 패착으로, 광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지 않았거나 무시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진로의 사령탑을 맡고 있던 하진홍 사장(올 3월 하이트맥주 생산담당 사장으로 전보)이 하이트가 ob맥주를 누르고 30여 년 만에 업계 선두로 올라서던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서 '물 논쟁'을 시작한 것이라면 이는 '시장 지배적 브랜드'인 자사의 지위를 망각한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본지는 지적했다.
다행히(?) 진로는 네거티브(비방) 캠페인을 통한 노이즈 마케팅 전략을 접고, 참이슬 후레쉬라는 리뉴얼 제품을 선보이면서 흔들리던 시장점유율을 지킬 수 있었고, 두산 '처음처럼'의 성장세도 주춤하는 듯했다.
그리고 지난해 진로와 두산 사이에 오갔던 비방전은 올해 5월18일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으면서 완전히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평화는 불과 3개월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시장 지배적 브랜드'인 진로가 이번에는 설탕 논쟁을 시작한 것이다.
자사 제품 성분도 모르는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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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탕을 뺐다는 진로‥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
소주업체들은 공정위 제소와 관련해 "진로의 광고 및 홍보자료가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으며, 허위·비방광고로 경쟁사들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특히 업체들 간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해 공정거래법과 광고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두산 주류는 지난 9월10일부터 '설탕도 없고 소금도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 광고를 배포했으며, 충남지역 소주업체인 선양 역시 '설탕을 이제야 뺐다는 참이슬! 넣어본 적 없는 맑을 린!'이라는 포스터 광고를 시작했다.
당초 진로가 제기했던 '설탕 뺀 소주'의 진실성 여부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소주 감미, 즉 단맛의 90%는 '스테비오사이드'라는 감미료에 의해 결정되며, 실제 설탕으로 주감미를 내는 소주는 없는데, 이는 진로의 참이슬(후레쉬 포함) 또한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진로 측이 설탕물이라고 주장하는 과당은 실제로 소주의 단맛을 내는 데 5~10% 정도 역할에 그치며, 실제로 참이슬 후레쉬에 첨가되는 과당의 양도 1병(360ml 기준)당 0.2g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산주류 관계자는 "소주에서 설탕을 감미료로 쓰지 않기 시작한 것은 10년 가까이 되었으며, 이는 진로나 두산뿐만 아니라 지방 소주사 대부분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진로 측은 당초 광고 카피에서 설탕이라고 표현된 부분은 '액상과당'을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가 반대측의 반론에 부딪히자 나중에는 아예 공식적인 대응 자체를 중단하고 있는 상태이다.
진로의 '설탕' 광고에 소주 업계 전체가 발끈하고 나선 데에는 간접적인 비방을 당했다는 것을 넘어서는 이유도 있다. 진로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그간 여러 업체들이 공들여 쌓아 올린 대한민국 소주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한번에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바로 그것.
두산 측 관계자는 "진로 측이 제시한 '설탕을 뺐다'는 광고 카피와 '액상과당이 바로 설탕물'이라는 의견은 자신들의 제품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또한 식품공전에 명기되어 있는 과당과 설탕의 차이도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액상과당이 설탕물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이미 10년 전부터 쓰지 않던 성분을 '새로이 뺐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냐"는 것이 두산주류 측의 반박이다.
두산주류 관계자는 "자칭 국내 소주 판매 1위 업체가 식품 공전 상에 명시되어 있는 과당과 설탕도 구분할 줄 모르면서 언론과 소비자에게 제품을 홍보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식품 공전'이란 식품의 기준 및 규격 등에 대한 식약청 규정으로, 현행 식품 공전에 따르면 액상 과당과 결정 과당은 모두 과당류에 포함되며, 설탕에는 백설탕, 갈색 설탕 등이 포함됨.
두산주류 관계자는 "소주업계 1위인 진로 측이 정말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이는 앞으로 국민들에게 소주에 대한 불신만 심어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탕 들먹이다 소금 의혹에 '앗 뜨거!'
두산 측이 문제삼는 또 한 가지 부분은 진로 '참이슬(후레쉬)'에 소금을 넣었다는 의혹. 두산 관계자는 "참이슬(후레쉬 포함)의 경우 제조 과정 상 소금을 첨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제품의 성분 분석 상에서도, 당사의 처음처럼 대비 많은 양의 나트륨 성분이 검출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원래부터 사용하지도 않았던 설탕을 빼서 마치 웰빙 시대에 적합한 제품인 양 광고하는 참이슬이 어째서 고혈압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소금을 계속 제품에 첨가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두산주류 측의 주장이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진로 측은 처음에 "소금을 넣는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 무근으로, 성분 분석 상에 나오는 정도의 나트륨은 자연상태의 물에서도 나오는 양"이라고 해명했으며, 최근에는 "그 정도 양의 나트륨이 몸에 해롭다는 증거가 있냐"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두산 측은 "자연상태의 물이나,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에서는 대부분 10mg/l 정도의 나트륨만이 검출될 뿐"이라며, "진로의 소주 제품들처럼 70mg/l 이상이 검출되는 생수는 없다"며 소금 첨가 의혹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두산 측은 특히 "물의 경도가 0에 불과한 상황에서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거의 검출되지 않으면서, 나트륨만 이렇게 높은 것을 소금 첨가 이외에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물의 경도가 0이라는 것은 깨끗한 물을 만들기 위해 증류수화 시키는 과정에서 칼슘과 마그네슘 등이 모두 제거된 상태로, 이 상태에서는 제조원수 자체에 나트륨 성분이 검출된다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두산 측은 진로 측이 정말로 소금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참이슬(후레쉬) 제조 시 사용하는 제조원수를 직접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에 분석을 의뢰해 모든 의혹을 밝혀보자며 총 4개 항의 공개 질의서를 보냈지만 진로 측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진로 홍보실 관계자는 10월4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지나간 이슈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이 현재 입장"이라고 밝혔으며, 회사의 홍보전략은 어떻게 짜고 있는지 묻자 "홍보대행사를 두지 않고 자체 홍보팀과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회사 전략 차원에서 직접 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두산주류 홍보대행을 맡고 있는 바움커뮤니케션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일단 공정위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지난해의 알칼리수 논쟁에 대해서도 올해 5월에서야 결론이 나온 만큼 이번 논쟁도 몇 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대부분의 소주업체가 사활을 걸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공정위에 제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사 제품을 보호하는 데 비해 자사제품에 대해 경쟁사가 공식적으로 나트륨 문제를 거론하는데도 불구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진로가 나트륨 첨가를 인정하는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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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측이 제시한 나트륨 함량 비교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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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측이 분석한 진로 참이슬의 성분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