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무성의한 폭탄돌리기로 공소시효 만료
lg전자 왕따 해고자 정국정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정씨에 대한 무고 혐의를 받고 있는 lg전자 전현직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의 불성실 수사와 부당한 불기소 처분은 국가의 잘못이라고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단독 최남식 판사는 lg전자에서 일했던 정국정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정씨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첫 사례로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일부 승소' 판결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재판부의 논리전개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다.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은 지난 11일 내려진 이번 재판의 1심 판결문을 긴급 입수해 쟁점이 무엇이었고, 어떤 논리로 판결이 내려졌는지를 분석하고, 판결의 아쉬운 부분에 대해 지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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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앞에서 1위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 lg전자 직원 정국정씨 ©브레이크뉴스 |
이번 판결문을 읽고 생긴 의문은 크게 3가지였다.
1. 대표이사 본인에 대한 보고와 승인이 없이도 '대표이사 명의 위임장' 작성 및 제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lg전자와 사법부·검찰의 경험칙, 논리칙에 부합하는가.
2. 회사 관련 특정사안에 대해 자필로 협의 및 보고를 지시했던 대표이사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도 아닌데 추후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악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에도 전혀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 lg전자의 경험칙, 논리칙에 부합하는가.
3. 직원이 모해위증죄로 징역형을 받은 회사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의 동일 사건 관련 '일관된 진술'이 불기소처분의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검찰과 사법부의 경험칙, 논리칙에 부합하는가.(모해위증으로 징역형을 받은 직원은 재소중에 승진까지 했다)
사건의 쟁점
재판부가 밝힌 사건의 쟁점은 "허위사실로 원고를 고소한 엘지전자의 대표이사 구자홍, 원고에 대한 고소를 지시한 한○○ 상무, 직접 고소장을 제출한 이○○ 고객지원실 부장에 대해 검사들이 이들을 무고죄로 의율하지 않은 채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불기소처분만 반복함으로써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사의 판단은 그 당시의 수집된 자료에 비추어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그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아래에서는 그 위법성에 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고 밝혔다.(기소된 사실에 대해 나중에 무죄판결이 선고되어 결과적으로 기소가 잘못된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도 마찬가지)
사건 당시 lg전자의 대표이사였던 구자홍은 1999년 7월29일경 신라호텔에서 모임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정국정으로부터 회사내 집단따돌림에 대한 탄원서와 집단따돌림의 증거인 이메일 사본이 담겨 있는 봉투를 건네 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원고(정국정)가 구자홍에게 메일을 보여주고 자세한 설명을 했다고 주장하나, 그 당시 상황을 짐작할 때, 원고는 개략적인 이야기만 하고 봉투만 전해준 것으로 봄이 더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어쨌든 구자홍은 당시 회사의 인사노경을 담당하고 있던 한○○ 상무에게 이 봉투를 전달해 조사 및 보고를 지시했으며, 한○○은 인사기획팀에 지시해 원고의 주장 내용 및 개략적 상황에 대한 1차 보고서를 작성, 구자홍에게 보고한다.
구자홍은 이 보고서에 자필로 "mm사업본부(멀티미디어사업본부)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처리하고, 필요시 cu장(구자홍 본인)/정 사장과도 협의합시다"라고 기재했으며, 이에 따라 한○○은 추가 조사를 거쳐 정국정 및 홍○○ 실장에 대한 징계조치와 조직문화 개선 제안을 주요 골자로 하는 2차 보고서를 작성해 구자홍에게 보고한다.
구자홍은 2차 보고서 위에도 자필로 "사업본부와 obu(사업본부 하위의 사업부 단위)의 정대리에 대한 조치 후 조직활성화 방안을 추후에 받도록 합시다. 징계 등은 예정대로 조치하고"라고 기재해 추후 협의사항을 지시했다.
이후 정국정(이하 원고)은 전보조치에 항의해 지방노동위와 행정법원에 부당 전보 구제신청 제기 및 기각 과정을 거쳐, 근로복지공단 남부지사에 집단따돌림에 의한 정신적 피해에 따른 요양승인신청을 냈다가 회사로부터 상사의 업무지시 불이행, 복무 위반, 회사 명예 실추 등의 사유로 징계해고 당한다.
원고는 자신의 해고에 강하게 반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는 한편 회사 앞에서 1인 시위, 언론과의 인터뷰, 지속적인 투서, 언론사 등에 집단따돌림 증거 메일 제공 등의 방법으로 회사에 항의를 개진했다.
공방
lg전자는 2000년 6월30일 원고에 대한 왕따를 지시하고, 원고에 대해 구타·욕설 등의 가혹행위를 자행했던 홍○○를 퇴직시켰으며(홍○○는 퇴직 이후 lg 계열사에 청소용역을 제공하는 회사의 대표로 재직), 특히 한○○ 상무는 원고의 직속상사였던 이○○ 실장과 왕따 이메일을 작성 발송했던 김○○에게 원고를 형사고소 하도록 지시한다.
그 후 이○○ 실장은 김○○와 함께 k 변호사를 찾아가 대표이사 구자홍 및 자신의 공동명의로 원고를 사문서변조죄 및 업무방해죄 등 7개 죄명으로 형사처벌을 바란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장성, 한○○ 상무에게 보고한 후 2000년 7월10일 대표이사 구자홍의 위임장을 첨부해 영등포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한다.
고소 사건은 2003년 6월 서울지법 항소심 재판부에서 정국정의 무죄 판결이 확정됐고, 이 고소사건 재판에서 모해위증을 한 죄로 김○○는 2003년 12월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만기복역 후 출소했는데, 김○○는 교도소에 있는 기간에 과장으로 승진되고, 출소 후에는 자신이 근무하던 lg전자 컴퓨터 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된 lg엔시스에 바로 복직해 여전히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원고는 자신에 대한 사문서 위·변조 혐의 무죄가 확정되고, 김○○에 대해 기소가 이루어진 이후인 2003년 10월30일 당시 사건 고소장의 고소인으로 되어있는 구자홍을 무고죄로 처벌해 달라고 고소장을 제출한다.
서울강남경찰서는 구자홍을 소환하려 했으나 구자홍이 소환에 불응한 채 서면진술서만 제출했고, 그해 12월31일 서울중앙지검은 구자홍이 고소여부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본인 진술 및 이○○, 김○○도 구자홍과 동일한 진술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내린다.
원고의 항고로 사건을 담당한 서울고검은 2004년 3월 구자홍이 2000년 9월경 1, 2차 보고서에 필요시 협의하라고, 지시·서명한 사실을 근거로 구자홍의 지시여부 및 실제 지시자에 대한 무고죄 처벌 필요성을 들어 재기수사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재기수사를 담당한 서울남부지검은 2004년 10월22일, 고소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구자홍의 서면진술과 구자홍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 한○○의 진술을 토대로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서울남부지검은 그뿐 아니라 구자홍과 함께 공동 고소인이었던 이○○에 대해서는 형식상 고소인이었을 뿐 고소내용을 잘 몰랐다는 이○○ 자신의 진술 등을 근거로 불기소처분, 이 사건 처리를 총괄했던 한○○ 상무에 대해서는 메일 원본이 없는 상태에서 원고가 재작성한 메일이 일부 수정되어 위조로 판단하고 고소를 지시했다는 한○○ 자신의 진술을 토대로 불기소처분, 김○○에 대해서는 k 변호사가 다른 사건과 관련해 묻는 것이 형사고소를 위한 것인지 생각지 못했고, 고소장이 접수된 것도 몰랐다는 김○○ 자신의 진술을 토대로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공소시효 만료
원고는 김○○에 대한 모해위증의 형사 항소심 선고 후인 2005년 4월2일, 구자홍뿐만 아니라 한○○, 이○○까지 포함해 이들을 무고교사·방조 및 위증교사로 처벌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한다.
무고교사·방조 및 위증교사 혐의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2005년 6월9일 원고가 검찰수사관과 전화통화에서 조사 예정일 다른 사정이 있어 출석이 어렵다고 말했음에도 원고의 조사거부를 근거로 고소를 각하 처분했고 원고는 이에 항소한다.
사건을 다시 맡은 서울고검 검사는 2005년 11월경 구자홍을 소환조사하려 했으나 구자홍이 아셈회의 참석을 이유로 불응하자 이○○를 소환조사한 후, 2006년 1월26일 구자홍, 한○○, 이○○ 등을 소환조사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취지로 재기수사명령을 내린다.
재기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은 구자홍은 소환하지 않고, 한○○, 이○○를 소환조사한 후 2006년 4월20일 구자홍에 대해 이미 불기소처분이 되었다는 이유로 고소를 각하하고, 한○○, 이○○에 대해서는 이들이 고소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기소처분했다.
이에 원고는 또다시 항고를 함과 동시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는데, 이 항고는 재기수사명령 후 불기소처분승인을 얻은 사건이라는 이유로 각하된 후, 재항고도 2006년 12월5일 각하됐고, 헌법소원 청구는 2007년 6월28일 기각됐다.
원고는 2006년 8월23일 소환에 불응한 구자홍을 반드시 소환 조사해 달라면서 다시 강남경찰서에 구자홍을 고소했고, 2007년 4월23일에는 동대문경찰서에 구자홍을 또다시 고소했으나, 담당검사들은 모두 구자홍에 대하여 각하 또는 불기소처분했으며, 결국, 구자홍, 이○○, 한○○ 모두 불기소된 채 무고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2007년 7월9일자로 만료됐다.
재판부의 판단 근거
유죄 입증 어려우면 불기소처분 가능?
lg전자 임직원과 회장에 대한 판단 기준이 갈린 이유
피의자가 혐의사실 부인 일관하면 불기소처분해도 되나
(의문점) 1. 본인 승인 없이도 '대표이사 명의 위임장' 작성 가능한가. 2. 자필로 협의·보고 지시했던 사안이 더 악화되어도 보고를 받지 않는 것이 상식적인가. 3. 조직원이 모해위증죄로 징역형 받은 회사 임직원들의 '일관된 진술'이 불기소처분 근거로 사용될 수 있나.
한○○ 상무와 이○○ 실장에 대한 무고 혐의에 대해 검사들은 그 주요 판단자료라고 인정되는 인사기획팀의 조사결과, 김○○의 반론서 등으로 이들을 추궁 조사하면서도 이들의 이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면서, 단순히 고소 당시 그 내용이 허위사실에 기초한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일관된 부인 진술만을 토대로 불기소처분을 반복했다.
재판부는 "신빙성 있는 자료를 명백히 간과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경험칙, 논리칙상 합리성을 심히 결여한 것으로 위법한 판단이라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대한민국)는 공무원인 검사들의 위법한 판단으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의 판단 근거는 △원고가 단순한 고소인이 아니고, 검찰의 잘못된 기소로 인해 약 3년 동안이나 무죄를 받으려고 고생한 사람인 점 △비록 기소단계에서는 그 기소가 합리적이었는지 여부에 관해 다툼이 있을 수 있어 위법이라 보기 어렵다 할지라도 후에 잘못된 기소로 밝혀진 이상 검찰에 이를 바로잡을 책임이 있는 점 등이었다.
재판부는 "단순한 고소사건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을 한 것과는 다르게, 허위고소와 잘못된 기소가 맞물려 억울하게 고통을 당한 자들에게는 검찰이 더욱더 책임있는 자세로 고소인들에 대한 무고여부를 조사하여 허위고소로 검찰을 현혹한 자들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사가 구자홍을 소환 조사하지 않은 채 불기소처분을 한 것을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위법한 판단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자홍을 소환 조사하더라도 혐의사실을 부인할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구자홍의 이름이 고소장에 올라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구자홍의 무고혐의를 입증하여 유죄판결을 받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 그 근거이다.
즉 구자홍이 수사기관의 직접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서면진술로 자신은 고소에 대해 아는 바도, 지시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고, 사건 관련자들도 고소장 제출에 관해 구자홍에게 전혀 보고를 한 바 없다고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차피 밝히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소환요구에 불응하는 피의자에 대해서는 강제구인이나 방문 조사 등의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점은 차치하고, 재판부의 이러한 판단 근거에 대해서 <사건의내막>은 본문 기사에서 지적했듯이 3가지 의문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1. 본인 승인 없이도 '대표이사 명의 위임장' 작성이 가능한가.
2. 자필로 협의·보고 지시했던 사안이 더 악화되어도 보고를 받지 않는 것이 상식적인가.3. 조직원이 모해위증죄로 실형을 받은 회사 임직원들의 '일관된 진술'이 불기소처분 근거가 될 수 있나.
한편 재판부는 "검사들이 대검예규에서 정한 수사기한을 넘겼다는 것만으로는 그 불기소처
분이 위법하게 된다고 볼 수도 없다"며, 수많은 사건들을 처리하는 업무성격상 수사기한을 정한 '대검예규'는 신속한 사건처리를 독려하는 훈시적 규정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