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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낚시경영? 계약서에 없으면 책임도 없다!

잠실 롯데캐슬 입주자들 절규와 귀막은 롯데 경영진, 무슨 일이…

김경탁·임민희 기자 | 기사입력 2008/04/07 [11:39]
롯데월드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캐슬이 들어서 있고, 조만간 112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 제2롯데월드까지 들어설 예정인 서울시 송파구 잠실역 4거리. 일명 '롯데타운'으로 불리는 이곳에 지난 2월 흥미로운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플래카드가 붙어 있는 건물은 잠실역 4거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지상 37층의 트윈타워형 주상복합아파트 잠실 롯데캐슬골드로, 문구는 "속임수 분양! 신격호 회장은 사죄하라!", "신동빈 부회장은 숨지 말고 협상에 응하라!"이다.
 
롯데타운의 심장부에서, 그것도 최고급을 지향한다는 주상복합아파트 외벽에 롯데그룹의 수뇌부 회장 부자를 겨냥한 도발적인 문구의 플래카드가 걸리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사건의내막>이 그 '내막'을 알아봤다.
 
▲잠실 롯데캐슬 골드 전경     © 롯데건설 홈페이지

▲잠실 롯데캐슬 골드에 내걸린 플래카드.     ©김경탁 기자

▲잠실 롯데캐슬 골드 플래카드     ©김경탁 기자

 
<스포츠센터 얌체분양 논란>
롯데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다
 
아파트관리회사 9층 일반개방으로 건물 전체보안 깨져
 
잠실역 4거리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 '잠실 롯데캐슬골드'는 2005년 12월 준공과 함께 입주를 시작했다.
 
이곳은 대기업 시공 주상복합아파트의 특성상 월 관리비가 100만원 내외에 달하는 고급 주택이지만 입주 2년이 지나도록 시행·시공사인 롯데 측과의 갈등이 가라앉지 않아 입주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이 건물은 지하 1층부터 지상 8층까지 쇼핑몰 및 사무동이 입주해 있고, 10층부터 꼭대기까지 아파트인데, 논란은 사무동과 아파트 사이에 끼여 있는 9층에서 발생했다.
 
트윈타워형으로 만들어진 이 아파트 9층은 1동과 2동의 연결통로 역할도 함께 하는데, 주민전용 시설로 생각됐던 스포츠센터(수영장·골프연습장 포함)가 개인사업자에게 일반 분양돼 입주민이 아닌 외부인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스포츠센터는 분양 카탈로그에 주민전용인 것처럼 소개가 되어있고, 진입 통로나 건물 내 편의시설 배치구조 등 전반적인 구조를 봤을 때에도 설계할 때까지 스포츠센터의 용도는 주민전용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스포츠센터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은 3개가 있는데, 아파트에서 9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총 7개가 있는 반면 외부에서 들어가기 위해서는 1∼2층 쇼핑몰의 화물전용 엘리베이터(1개)를 이용하거나, 8층까지만 연결된 사무동 쪽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이와 관련 아파트 관리회사 관계자는 9층의 핵심시설이라 할 수 있는 스포츠센터 때문에 외부인들이 자유롭게 출입하면서 “건물 전체의 보안이 깨졌다”고 밝혔다.
 
‘주상복합아파트’가 가지는 가장 중요한 특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폐쇄성’이 처음부터 허물어진 것이다.
 
특히 이 건물 3층부터 7층까지는 현재 ktf가 본사로 사용하고 있고, 8층 오피스텔에는 롯데쇼핑이 사용하는 사무실을 비롯해 여러 소규모 업체의 사무실이 들어와 있는데, ktf는 자체 예산을 사용해 엘리베이터마다 별도의 보안장치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스포츠센터 이용 외부인 출입이 잦아짐에 따라 8층의 오피스텔 입주자들은 8층에서 9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이용을 제한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게 될 경우 유일한 통로인 화물엘리베이터가 고장나면 스포츠센터는 공중에 고립된 '섬'이 될 수도 있다.
 
스포츠센터 이용이 일반에 개방됨에 따른 문제는 또 있다.
 
입주민들의 모임인 ‘롯데캐슬골드입주자대표회의’(이하 대표회의)에 따르면 센터 내 샤워장에서 아파트 입주민과 일반 이용객 사이에 시설 이용 매너를 놓고 갈등이 종종 불거지고 있으며 한번은 입주민과 일반 이용객 사이에 싸움이 붙어 벌거벗은 채 머리채를 붙잡는 불상사도 있었다.
 
입주민 불매운동 돌입…스포츠센터 결국 ‘경매’ 넘어가
8층 계단까지 차단되면, ‘공중의 섬’으로 고립될 가능성
 

▲스포츠센터 앞 하늘공원을 가리키고 있는 정성규 입주자대표회장     ©김경탁 기자

 
9층에는 스포츠센터 외에 아파트관리실과 주민회의실, 유아놀이방, 실버하우스, 독서실, 세탁실, 연회장 등의 주민 공동시설이 들어가 있고, 스포츠센터 옆으로는 옥상정원인 ‘하늘공원’이 꾸며져 있다.
 
그런데 이 하늘공원은 현재 폐쇄돼 아무도 이용을 못하고 있다.
 
▲잠실 롯데캐슬 골드 하늘공원 출입문이 굳게 잠겨있다.     ©김경탁 기자
대표회의 관계자는 “하늘공원의 경우 입주자 전용시설로 되어있지만 스포츠센터 이용객들이 지저분하게 사용해 대표회의 차원에서 잠가 놓게 됐다”며, “아무래도 입주민과 일반 이용객 사이에는 주인의식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회의는 지난해 5월 스포츠센터에 대한 불매운동에 들어갔고, 현재 이용자 중에서 입주민 비중은 10%에 불과한 상태라고 한다.
 
결국 불매운동에 반발한 스포츠센터 측도 대표회의 회장 등을 상대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을 걸어놓은 상태이다.
 
스포츠센터 사장도 낚였다?
 
대표회의 관계자는 스포츠센터 사장 a씨도 롯데건설에 속은 일종의 피해자로,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센터를 제외한 전체의 분양은 시행사인 롯데쇼핑이 실시했지만, 스포츠센터를 분양한 주체는 시공사인 롯데건설이었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스포츠센터는 롯데쇼핑이 공사대금의 일부로 롯데건설에 현물 지급하는 형식으로 소유권 이전이 이뤄졌고, 입주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던 2006년 1월 롯데건설로부터 지금의 스포츠센터 사장인 a씨가 스포츠센터를 분양받게 된다.
 
▲잠실 롯데캐슬 골드 9층 엘리베이터  
a씨는 당시 9층으로 직통되는 화물엘리베이터를 스포츠센터 전용으로 배정해주겠다는 롯데 측의 말만 믿고 계약서에 그 내용을 넣지 않았다고 한다. 대기업이 하는 일인데 설마 했다는 것이 대표회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외부 이용자의 접근성은 극도로 제한되고, 주 이용객이 되어야 할 입주민들은 불매운동에 들어가면서 스포츠센터의 운영이 어려워지게 된 것으로 보이며, 같은 해 8월 센터가 법원에 경매물건으로 등록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등기부상에 나와있는 채권 총액은 182억원으로 하나은행 77억원, 토마토상호저축은행 50억원 외에 제이케이브릿지, 롯데쇼핑, 하나캐피탈 등이 근저당 및 가압류를 신청한 상태이다.
 
182억원은 스포츠센터의 분양가와 시설 투자금의 2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어서 최종 피해자는 거액의 대출을 해준 저축은행이 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한 롯데의 입장은 간결하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건축허가 당시부터 스포츠센터를 일반분양 시설로 분류해 놓았고, 분양 홍보책자에도 “수영장, 골프연습장, 휘트니스센터 등이 입점”이라고 표현했고, 카탈로그나 계약서에도 이에 대해 ‘주민전용’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적이 없는 만큼 문제 될 것이 하나도 없다는 입장이다.
 
3월28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롯데건설 관계자는 “분양할 때 제출하는 내용이나 계약서상에 다 명기가 되어있다”며, “사기분양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년 이상 지난 사안이라 계약서의 정확한 문구를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분양하면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입주민들에게 다 설명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주민들의 주장에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관계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제재조치가 없었고, 논란이 시작되고 1년 넘게 해결이 안 되고 있는 것은 주민들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표회의 측은 인근 100세대 규모에 불과한 다른 회사의 주상복합아파트들도 주민전용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는데, 400세대에 달하는 자신들의 아파트에 주민전용 스포츠센터를 넣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잠실 롯데캐슬의 월 관리비는 평균 100만원 내외에 달한다. 입주민들이 스포츠센터 이용료 몇 만원 때문에 싸우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럴 거면 주상복합아파트에 입주할 이유가 뭐가 있냐”는 어느 입주민의 볼멘소리에 롯데 경영진들이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미니 인터뷰 / 롯데캐슬골드입주자대표회의 정성규 대표회장
 
재벌그룹 롯데와 2년째 이어온 싸움
“그런 마인드로는 한국 경제 해악밖에 안 돼”
 

 2년 만에 입주자모임 대표 4번 바뀌고 관리회사도 3개째
‘비장의 카드’ 있다…“이왕 이렇게 된 것, 끝까지 싸울 것”


 
▲잠실 롯데캐슬 골드입주자대표회의 정성규 대표회장     ©김경탁 기자

 
롯데캐슬골드입주자대표회의 정성규 대표회장을 4월3일 잠실 롯데캐슬에 있는 정 회장의 개인사업체 사무실에서 만났다.
 
올해 1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직을 맡았다는 정 회장은 사실 지난해까지 8층 오피스텔 입주업체 모임의 대표로도 활동했다.
 
오피스텔 입주업체 모임의 대표로서 많은 문제를 해결한 정성규 회장은 입주자 대표라는 자리가 외롭고 어려우면서도 개인적인 희생이 많이 요구되는 자리여서 당초 아파트모임에서는 전면에 나서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롯데건설의 시간 끌기와 갖가지 요상한 전술로 인해 2년이 되도록 문제해결이 안 되는 것을 보고 등 떠밀리듯이 회장자리를 맡게 됐다고 한다. 정 회장이 대표를 맡기 전까지 2년 사이에 대표자리에는 4명이 거쳐갔고, 관리회사도 2번이나 바뀌었다.
 
정 회장에 따르면 스포츠센터 문제는 지난해 3월경 롯데건설 측의 전격적인 대안(?) 제의로 인해 거의 타결직전까지 갔었다.
 
당시 롯데건설이 제안한 대안은 지하 3층에 주민전용 스포츠시설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었다.
 
롯데캐슬골드의 주민전용 주차장은 지하 2층부터 4층까지로, 세대당 3대씩의 주차 공간이 확보되어있었기 때문에 공간만을 놓고보면 충분히 타당해 보이는 제안이었다.
 
다만 롯데건설 측에서는 자신들이 스포츠시설 건립의 주체가 될 경우 9층 스포츠센터로부터 '사기분양'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인허가 등 제반 절차의 주체는 주민들이 되어야 하고, 자신들은 시설만 만들어주겠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한다.
 
거의 타결될 듯하던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은 정 회장이 롯데건설 제안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였다. 정 회장이 지적한 문제점은 △공기(환기) 문제 △절차상의 문제 △법적인 문제 3가지였다.
 
우선 지하시설에 체육시설을 만들 경우 주차를 위해 오가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였다.
 
지하 2층부터 7층까지 주차장이어서 수많은 차가 오가는데다가 지하층에 그것도 지하 1층도 아니고 지하 3층에 스포츠시설을 짓는 경우가 어디 있냐는 지적이었다.
 
절차상의 문제와 법적인 문제는 더욱 결정적이었다.
 
건축법상 주민공유면적에 대한 용도변경을 하려면 주민의 100%에 가까운 동의가 필요한데, 차라리 돈을 더 내더라도 9층 시설을 이용하겠다고 나설 주민이 절반 이상이 될 것이고, 9층에 체육시설이 있는 가운데 그런 식의 용도변경을 관할 구청에서 허가받는다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었다.
 
정 회장은 “만약에 당시 입주자 대표회의가 롯데측과의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면 롯데로서는 손도 안 대고 코 푸는 결과가 될 뻔했다”며, “롯데가 내놓은 말도 안 되는 제안에 혹해서 넘어간 사람이 많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 회장은 “입주가 시작된 2006년 초부터 이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시행사인 롯데쇼핑은 시간 끌기로 일관하면서 입주자들이 지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며, “재벌기업이 그런 경영마인드로는 대한민국 경제에 해악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입주자대표회의는 건물 하자 사례를 모으고 있고, 언론을 통한 여론몰이로 롯데 측을 압박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짜고 있으며, 이밖에 정성규 회장의 모임대표직 사퇴를 전제로 한 비장의 카드도 하나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하자가 발견되어도 입주자들이 집 값 하락을 우려해 쉬쉬하는 특성이 있었다.
 
문제를 공론화 시켜서 해결하는 정공법보다 개인적으로 조용히 팔고 나가는 것이 속편하고 간단하다는 일종의 집단 이기주의적 심리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잠실 롯데캐슬 입주민들의 분위기는 “이왕 이렇게 된 것, 이길 때까지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한다.
 
지난 2년 간 롯데와의 사이에 발생한 갖가지 우여곡절 끝에 세상을 보는 눈이 맑아지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김경탁·임민희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근황은 이곳으로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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