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이균용 부장판사)는 4월10일 "피고 아시아나항공 측의 비행운영교범 무단 복제행위는 저작권 침해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대한항공 측에 따르면 5000만원은 저작인격권 침해 관련 당해 재판부에서 인정한 최고 배상액이다.
이번 소송은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제기된 저작권 침해 소송으로,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2006년 9월부터 1년 7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대한항공은 이번 판결로 후발업체인 아시아나항공의 베끼기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
| ▲대한항공 제시 증거자료 © 브레이크뉴스 |
대한항공 비행운영교범에 대한 '저작권 침해' 인정
저작·인격권 침해 관련 당해 재판부 사상 최고액
아시아나 "표절 아냐" 입장 고수…항소는 안 할 듯
비행운영교범(fom: flight operations manual)이란 조종사를 포함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종사자들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지켜야 할 정책, 절차, 기준 등을 설정하여 정리해 놓은 항공기 운항의 근간이 되는 지침서로 항공사의 안전운항 바이블이라고도 불린다.
대한항공의 fom은 2004년 7월 초부터 2005년 10월까지 1년 3개월에 걸쳐 조종사 등 전문 인력 10명을 풀타임으로 투입해 국판(a4용지의 반) 크기 666페이지 분량으로 비행운영교범을 완성한 후 저작권 등록까지 마친 것으로, 운항규정에 포함된 것은 2006년 1월이다.
대한항공은 이에 앞서 1998년부터 1999년까지 2년에 걸쳐 미화 1100만 달러의 비용을 들이면서 국제항공안전기구(fsf) 및 미국의 메이저항공사 델타항공의 컨설팅을 받아 현재와 같은 유형의 fom을 제정했고, 2000∼2001년 및 2004∼2005년 두 차례의 개정을 거쳐 교범을 확정했다.
교범을 최종 확정했던 2006년 1월, 대한항공은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이 그때까지 새로운 운항규정을 건교부에 신고하지 않아 주의조치까지 받았고 다급하게 운영교범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이 자사의 운영교범을 베끼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그리고 대한항공이 수년에 걸쳐 만들어낸 운영교범을 아시아나항공이 단기간에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내용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자사의 비행운영교범을 무단 도용한 것을 확신하고 2006년 9월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저작권 침해 주장에 대해 "비행운영규정은 특정 항공사의 창의물이 아니며 전 세계적으로 항공업계가 공유하는 지식이 집약된 문서로, 건교부의 지도·감독까지 받아 작성되고 인가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 |
| ▲대한항공 제출 증거자료 ©브레이크뉴스 |
"일방적인 주장으로 자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주장이었고, "대한항공에 대해 민·형사 등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면서 맞소송 방침을 밝히기도 했는데, 이번 판결로 아시아나항공의 당시 해명은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항공이 제소 당시 제출한 소장을 보면 아시아나항공의 베끼기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 정도인지 잘 나타나는데, 전체적인 구성과 각 목차별 내용 구성, 개별적 내용 등에서 실질적으로 유사한 것은 물론, 예를 들기 위해 임의로 만든 숫자가 동일하게 사용된 경우도 있다.
또한 대한항공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직접 그린 그림의 경우 세계 어느 곳에서도 동일한 그림을 발견할 수 없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비행운영규정에는 그림의 형태와 굴곡, 서체 등이 모두 동일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그간 선발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주요 업무 매뉴얼을 무단으로 도용하여 손쉽게 자신들의 매뉴얼을 작성하던 후발 항공사들의 잘못된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비행운영교범 무단복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을 때 아시아나항공이 이를 인정하고 사과와 수정의지를 밝혔다면 소송까지 가지 않고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아시아나항공이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송이라는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며, "이번 판결이 항공업계의 지적재산권이 존중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시아나항공 측은 "판결문을 받아봐야 정확한 입장을 밝힐 수 있겠지만 '표절'이라는 표현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비행운영교범은 세계적인 공통책자"라는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교범을 일부 참조한 것을 인정해 새 교범을 만들었고, 올해 3월 하순부터 새 교범을 사용하고 있다"며, "다만 이번 판결의 의미는 대한항공이 크게 홍보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fom'의 저작권 가치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대한항공은 "3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과 함께 5대 일간지에 사과광고를 게재할 것" 등을 요구했지만 재판부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실제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판단을 재판부가 했다면 3억이 아니라 30억원을 판결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라며, "5000만원 손해배상을 판결한 것은 재판부에서 '저작권 가치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당초 대한항공의 청구내용은 "아시아나항공이 2006년 5월부터 시행 중인 비행운영규정 책자의 인쇄·배포·사용금지 및 현재 보관 중이거나 배포한 운영규정과 필름 전면 폐기" 등이었는데, 취재결과 2007년 3월 3억 손해배상이 청구취지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그동안 양 사가 서로 할퀴고 싸우면서 많이 지쳤고,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대한항공 측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우리 쪽에서 먼저 항소를 제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표방한다는 아시아나항공이 이번에는 별로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며, "대한항공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비행운영교범 외에 정비, 객실, 서비스 등에 대한 주요 매뉴얼을 비롯해 회사에서 발행하는 전 저작물의 지적 재산권 보호를 위해 타사의 무단 도용 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fom 저작권침해정지청구 소송 진행경과]
1. 진행 경과
ㅇ 2005.12.1. : 당사 fom 어문저작물 등록
ㅇ 2006.6.5. : oz 비행운영규정 배포
ㅇ 2006.7.11. : 당사, 시정 경고장 발송
ㅇ 2006.9.4. : 당사, 서울중앙지법에 소 제기
ㅇ 2006.9.14. : 당사, casa가 보관중인 oz의 fom을 법원에 제출하도록 문서송부촉탁 신청
ㅇ 2006.11.15. : casa, oz의 fom 법원에 송부
ㅇ 2006.12.20. : 당사, 기일지정신청서 제출
ㅇ 2007.1.4. : oz, 준비명령기일연장신청 제출
ㅇ 2007.2.12. : 담당 재판장(조경란 부장판사) 변경
ㅇ 2007.3.14. : 당사,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 신청 제출(손해배상 3억원 추가)
ㅇ 2007.4.2. : 1차 변론준비기일
ㅇ 2007.5.28. : 2차 변론준비기일
ㅇ 2007.7.16. : 3차 변론준비기일
ㅇ 2007.9.10. : 4차 변론준비기일
ㅇ 2007.10.22. : 5차 변론준비기일
ㅇ 2007.11.26. : 6차 변론준비기일(변론준비 종결)
ㅇ 2007.12.20. : 1차 변론기일(변론종결)
ㅇ 2008.1.17. : 재판부, 변론재개 결정
ㅇ 2008.1.31. : 2차 변론기일
ㅇ 2008.2.12. : oz, fom을 개정하여 casa에 인가신청
ㅇ 2008.2.28. : 3차 변론기일
ㅇ 2008.3.6. : casa, oz의 전면 개정 fom 인가
ㅇ 2008.3.13. : oz, 2008.3.14.부로 시행하는 개정 fom 제출. 4차 변론기일(변론종결)
ㅇ 2008.4.10. : 판결선고기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