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의 연장선상에서 올 3월말에는 시사잡지 <한겨레21>이 "아시아나 조종사들은 왜 떠나나"라는 제목으로 올 들어 두 달 반만에 20명이 아시아나항공을 퇴직했다는 기사를 내보냈고, 여러 언론들이 비슷한 취지의 후속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들에 따르면 퇴직한 20명 외에도 3월 중순 현재 퇴직 예정자 수만 30명이 넘는데, 2007년 한 해 동안 아시아나를 퇴직한 조종사 수가 22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엑소더스'(성서 <출애굽기>편에 나오는 유대인들의 이집트 대탈출 사건)란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 주목되는 부분은 대한항공의 경우 같은 기간 퇴직 조종사가 전혀 없었다는 것으로, 지난해 말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이 보도했던 '한국인 조종사 스카우트' 열풍 당시와는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내막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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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는 조종사들. 그들은 왜 떠나는 것일까? 사진은 특정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 펜그리고 자유 db |
올 들어 3월까지 20명 이상 이탈…작년 전체 이직자 수보다 많아
아시아나항공이 4월23일 '단계별 비상경영' 돌입을 선포했다. 살인적으로 치솟는 고유가와 원화가치 하락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0% 급감하는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이 원인으로 전해지며, 고정비 절감과 함께 '적자노선의 운항중단'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대부분 언론들은 '고유가에 울상'이라는 식으로 아시아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기름 값'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사건의내막> 안테나 망에 잡힌 '팩트'들을 살펴보면 조금 다른 측면도 엿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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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관계자, "4월 이후엔 단 1명도 안 나갔다"며 "안 좋게 퇴직한 조종사들이 뒤에서 비난하는 것" 반박 |
아시아나 항공의 '단계별 비상경영 돌입' 선언과 관련해 가장 먼저 기본적으로 짚어봐야 할 부분은 경쟁사들의 상황이다.
우선 아시아나와 함께 양대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 역시 고유가와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똑같이 겪고 있지만, '대한항공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는 식의 뉴스는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이상한 정황은 하나 더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비상경영'을 선포 전날인 4월22일 국토해양부가 2년 이상 국내선 무사고 운항 실적으로 되어있던 저가항공사의 '국제선 면허 기준'을 완화·삭제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저가항공에 관심 없다'던 입장을 철회하고 지난 2월 '부산국제항공'에 대주주로 참여해, 오는 10월27일 취항을 목표로 저가항공사 '에어부산' 설립을 준비하고 있어서, 국토해양부의 발표가 분명한 호재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몇 가지 의문점들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연결시켜주는 연결고리는 바로 '조종사'라는 키워드에서 찾을 수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조종사 이탈 및 저가항공 출범→조종사 부족 심화→기존 국내선 폐쇄'라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는 말이다.
최소 20여명 최대 70명 이상
3월말 <한겨레21>을 필두로 4월 한 달 내내 여러 언론에 '조종사들이 아시아나항공을 떠나고 있다'는 기사가 잇따라 실렸다.
매체별로 이탈 규모는 엇갈리지만 지난해부터 올 3월 중순까지 40명 이상이 퇴직한 가운데, 이직 희망자를 합치면 최대 70명 이상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러 언론들이 지적한 '그들이 떠나는 이유'는 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인사불이익 관련 불만 한가지로 요약된다.
노조원 290명 가운데 기장 승진 자격을 채운 사람이 170명에 육박하는데, 이 중에서 절반 정도는 승진에서 누락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승진에서 계속 누락되는 이유에 대해 언론들은 세계 대부분 항공사들과 달리 아시아나항공이 기장 승진에 '시니어리티(서열)'보다 '인사고과'를 중시하기 때문이라며, 조종사노조원들의 경우 과거 파업에 참여했던 기록이 '낙인'이 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종사 이탈은 모두 개인적 사정에 의한 것으로, 규모에 대해서도 언론이 과장한 측면이 많다"며, "올들어 3월까지 20여명이 이탈한 것은 사실이지만, 4월 들어서는 단 한 명도 퇴직을 한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노조에 소속돼 파업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고 해서 인사에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회사가 많은 비용을 들여 교육을 시킨 사람들을 그렇게 밖으로 몰아내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노조의 인터넷사이트 자유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4월 하순에도 '전직 인사'를 남긴 조종사가 있어 회사측 해명이 있는 그대로 사실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떼기가 쉽지 않다.
노조 자유게시판을 들여다보면 전·현직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불만은 단순히 '인사 불이익'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거칠게 요약하면 "공군 출신과 민간 출신, 노조원과 비노조원 그리고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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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 아시아나항공 보도자료 |
3중 복합 차별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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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조종사노조원들, 나가는 동료 보며 '싱숭생숭' 아시아나의 외국인부기장 구인 공고 보면서 '분기탱천' |
이런 복합적 차별구조에 대해 한 노조원은 '3국 시대'라는 표현을 쓰면서 회사의 분할통치(?) 방식을 성토하기도 했는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원들을 가장 분노하게 만든 사례 중 하나는 아시아나항공이 외국의 한 조종사 구인사이트에 올린 '부기장 구인 공고'였다.
이 구인공고에 따르면 '외국인 부기장'의 급여는 기본 월 8500불(850만원, 세금 제외)이고, 기본 75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시간외 수당을 받으며, 집과 모든 생활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월간 휴일 12일(연속 8일)을 보장한다고 한다.
이 공고문을 퍼다 올린 노조원은 "아시아나(한국인 부기장)처럼 90시간 비행하면 1만불(1000만원) 받겠다"며, 월 휴무도 아시아나 한국인 조종사들은 띄엄띄엄 8일을 겨우 받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외국인 조종사에게 항공권 왕복 8매(예약가능, 가족 포함)가 제공되는 반면, 한국인 조종사들은 이마져도 결혼한 사람만 겨우 사용할 수 있고 예약도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더 황당한 것은 외국인 조종사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부기장으로 채용되기 위해서는 '비행시간 1000시간'의 경력이면 충분하다는 점으로, 아시아나 소속 한국인 부기장들이 6000∼7000시간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서 불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다른 노조원은 "이런 조건을 제시해도 워낙 안 좋게 소문이 나서 올 부기장이 없을 것"이라며, "조만간 '기장 승급'을 조건으로 넣어줄 지도 모른다"고 회사를 힐난했고, 또 다른 노조원은 "현직 아시아나 부기장도 받아 주는지…"라고 자조 섞인 반응을 남기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아시아나 조종사 중에 외국인 비중은 12%(전체 1000여명중 120여명)로, 비중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노조 자유게시판에는 아시아나항공의 근본적인 경영방식과 직무 구조 자체에 대한 불만도 다수 눈에 띄는데, 야간비행에 따른 체력 부담을 인정하지 않는 살인적 운항스케줄과 함께 조종사(부기장 요원)가 부족해 방치(?)된 대형항공기까지 있는데도 회사가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조원들의 이러한 반발에 대해 회사측도 대충 파악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노조 홈페이지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많이 과장된 것"이라며, 항공기를 세워둘 때 드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언론에 나온 이야기들이나 노조 게시판에 올라오는 말들이 대부분 안 좋게 퇴직한 사람들이 뒤에서 비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사건의내막>은 5월1-2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집행부와 직접 접촉을 시도했지만, 노조 위원장이 현재 외국으로 비행을 나가 다음주에나 들어올 예정이어서 노조의 공식적인 입장을 들을 수는 없었다.
[저가항공 진출과 조종사 이탈의 함수관계]
비행기 1대 없는 '이스타항공'에 눈길 쏠리는 이유?
제주항공과 한성항공처럼 이미 운항을 하고 있거나 대한항공이 취항을 준비중인 에어코리아와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처럼 운항을 설립중인 저가항공사를 다 합치면 총 8개에 달해 저가항공 춘추전국시대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수많은 저가항공사들 중에서도 '이스타항공'은 그 독특한 이력으로 인해 대기업 자본이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가장 눈길을 끄는 항공사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데, 아시아나항공 퇴직 조종사들을 중심으로 설립됐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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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퇴직 조종사 등이 중심으로 설립한 이스타항공의 행보가 주목된다. ©브레이크뉴스 |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대거 이탈한 배경에 이스타항공 출범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비춰지는 것도 두 회사의 이러한 '악연(?)' 때문인데, 좀 더 본질을 파고들어 보면 이스타항공 출범보다 더 큰 변수는 어쩌면 아시아나항공의 저가항공사업 진출 그 자체일 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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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저가항공 8개 달할 듯…조종사 구인난 심각 아시아나·대한항공 '파견'제 도입할지 여부 주목 |
4월7일자 <한국경제신문>에는 「저가항공사 "파일럿 어디 없나요?"」라는 기사가 게재됐는데, 기사에 따르면 저가항공사 출범을 준비하는 회사 대부분이 조종사 수급 문제로 고심을 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 기존 대형항공사를 운영하고 있는 두 회사의 경우 기존 조종사 인력을 파견 형식으로 신생 저가항공사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양대 항공사 노조는 '파견제'가 노조 견제용으로 악용되거나, 파견됐던 조종사들이 원래 자리로 복귀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항공산업의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조종사를 에어코리아·에어부산에 파견하려면 반드시 퇴사 후 재입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니, 조종사들로서는 불안한 마음이 더해질 수밖에.
외국 항공사들은 물론 국내 경쟁사인 대한항공에 비해서도 열악한 복리 후생조건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시아나 조종사들로서는 열악한 복리후생이 더 악화될까 우려할 수밖에 없어서 차라리 외국 항공사를 알아보겠다는 사람이 생기고, 옛 동료들이 만들고 있다는 신생 항공사에도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시아나 조종사노조 자유게시판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성공을 기원하는 목소리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이스타항공이 정식 취항을 하면 국내 항공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변화될지 알 수 없다는 희망 섞인 기대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스타항공과 관련해 한 노조원은 윗분(?)들이 '아직 비행기도 없는 회사'라는 식으로 빈정댄다며, "비행기도 없는 회사에 수십명씩 조종사를 뺏기는 회사는 도대체 뭔데? 비행기가 있어도 별 쓸모 없는 회사?"라고 씁쓸한 농담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전북에 기반을 둔 이스타항공은 대표이사인 이상직 회장이 지난 4·9총선에 통합민주당 예비후보로 출마를 준비한 것으로도 화제를 모은 바 있고, 4월 초에 있었던 이스타항공 공채에는 70∼80명을 뽑는 전형에 약 4000명에 달하는 지원자가 전국에서 몰려들기도 했는데, 그 중에는 경력지원자도 250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 <사건의내막>은 본 기사가 지면에 나간 이후인 5월6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있는 타타항공 서울 사무실을 찾아가 이스타항공 관계자를 인터뷰했다.
저가항공사 진출 러시와 조종사들의 이탈에 대한 좀 더 내밀한 내막을 담은 동 인터뷰 내용은 다음주에 발행되는 <사건의내막> 520호에 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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