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인 용병으로 평가받는 다니엘 리오스의 '재팬 드림'이 무너져 내렸다. 6월28일 일본야구기구(npb)가 리오스의 도핑 양성반응 소식을 전하면서 사실상 그의 야구인생은 끝이 났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프로근성뿐 아니라 인격적인 면에서도 다른 선수와 팬들에게 귀감이 됐던 선수였기에 야구계는 지금 충격에 빠져 있다. 6년 동안 그가 보여준 모습, 대기록도 모두 거짓이었을까. 야구팬은 지금 실망감과 허탈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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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용병 투수 리오스의 '약물 파문'이 심상치 않다. 일본에서 터진 리오스 약물 사건이 한국 야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두산베어스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더 큰 무대에서 야구인생을 펴겠다며 야심차게 일본으로 건너갔던 리오스. 그의 도전은 채 한 시즌을 넘기지 못하고 '약물'로 허망하게 끝이 났다. 이번 사건으로 '매너 좋고, 실력 있는 외국인 선수' 리오스의 명성에도 금이 갔다. 그가 국내에서 쌓아올린 이미지도 '약물'이 만든 허상은 아니었을까.
눈부신 금자탑…왠지 약냄새 폴폴
다니엘 리오스는 한국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서 2007년 다승(22승5패), 방어율(2.07) 1위로 정규시즌 mvp, 투수 부문 골든 글러브까지 차지하고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했다. 그러나 리오스는 소속팀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2승7패, 방어율 5.46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급기야 6월2일 2군으로 강등됐다.
그 사이 리오스는 그의 야구인생에 종지부를 찍게 될 수도 있는 위기를 맞게 된다. 5월21일 세이부전이 끝난 뒤 다른 세 명의 선수와 함께 받았던 소변검사에서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난 것. 일본야구기구(npb)는 6월2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리오스가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져 향후 1년 간 출전정지 처분을 내린다고 밝혔다.
야쿠르트 구단은 리오스의 계약위반 사실을 이유로 센트럴리그 연맹에 방출을 의미하는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리오스의 불명예스런 방출에 사실상 국내 프로야구 복귀도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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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은 6월28일 리오스의 도핑 테스트 양성반응 소식을 스포츠 뉴스 톱기사로 올렸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도핑 테스트 양성반응이 나온 선수는 지난해 개럿 톰슨(소프트뱅크), 올해 루이스 곤살레스(요미우리)에 이어 리오스가 세 번째. 리오스는 npb가 진행한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로 지정된 하이드록시스타노조롤 양성반응이 나온 이후, 두 번째 검사에서도 같은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일본에서 부진했던 리오스의 국내 복귀를 희망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던 두산 김경문 감독도 리오스의 약물복용 소식을 접한 후 "약물 때문에 방출된 선수를 다시 데려오긴 힘들지 않냐"며 재영입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두산 선수들도 리오스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약물 복용한 일에 대한 죄값은 치르는 것이 마땅하다는 분위기다.
한국의 호성적도 다 '약발'?
리오스는 6월28일 금지약물 복용과 관련, 일본 언론과 긴급 기자회견을 가져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리오스의 입장표명 이후,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리오스가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금지약물은 '하이드록시스타노조롤'. 근육강화제의 일종으로 체내에는 없는 스테로이드 성분이다.
리오스는 처음에는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npb의 추궁에 "지난해 11월과 12월 사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요통을 치료할 때 주사한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리오스는 "허리 통증 때문에 주사 치료를 받았고, 금지약물인 것을 알았지만 의사가 이 약물은 체내에 머물지 않고 몸 밖으로 배출된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일본 프로야구 이적이 확정된 이후에는 주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믿지 못하겠다'는 야구계 안팎의 의견은 더 많아졌다. 6개월 전 주입한 약물이 현재 검출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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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스는 기자회견에서 결단코 고의성이 없었음을 주장하며 "도핑 테스트인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한국에서 소변과 혈액을 채취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의 결백을 주장하는 뉘앙스였다. 그러나 kbo는 다음날 "지난해 9월 처음 실시한 도핑 테스트 대상에 리오스는 없었다. 다시 말해 리오스는 한국에서 도핑 테스트를 받은 일이 없다"고 확언하며 "리오스가 구단에서 건강검진을 하기 위해 소변과 혈액을 채취한 것을 착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리오스의 전 소속팀이었던 kia와 두산에서 '금지약물 전도사'를 자처하며 약물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기에 지금 사태는 더욱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국내에서 "금지약물이 들어 있지 않은 근육강화제인 크레아틴도 섭취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등 일반 프로선수들도 잘 모르는 사실까지 언급하며 선수들에게 약물 자제를 주장했던 리오스의 전력이 지금에 와서 더욱 의심을 키우고 있다. 약물에 해박했던 만큼 마음만 먹으면 약물을 접하기가 오히려 쉬웠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7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리오스가 99구 완봉승을 거두자 sk 김성근 감독은 "리오스는 인간도 아니다"며 혀를 내둘렀다. "9회까지 150km의 공을 던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일말의 의혹을 내비쳤던 김 감독의 멘트가 지금에 와서 새삼 회자되고 있다. 김 감독의 말은 당시 리오스의 위력적인 투구내용에 대한 감탄인 동시에 약물에 대한 의심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도중, 리오스가 부친상을 당해 미국 마이애미주로 갔다가 입국한 지 하루 만에 마운드에 올라 완봉승을 따냈던 것도 '약의 힘'을 빌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
리오스가 한국에서 이룬 업적이 약물의 힘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는 나와 있지 않다. 리오스를 상대로 도핑 테스트를 실시한 기록 자체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두산의 에이스로 위용을 떨치던 리오스가 거머쥔 'mvp'가 약물로 '더럽혀진' 상이라면 한국 프로야구의 대외적 신뢰도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다. 리오스의 mvp도 무효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리오스의 금지약물 복용은 지난해 리오스의 대기록도 약물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새어나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리오스에게는 재기의 희망을 접게 만들 수 있을 만큼 심각한 문제다.
다른 선수에게도 불똥 튀나?
삼성 선동열 감독은 "1년 만에 몰락한 모습을 보니 약물을 한 것이 확실한 것 같다. 크루즈도 지난해와 올해 모습이 확연히 차이가 나 의심이 간다"며 용병들은 모두 약물검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폈다. 팬들 또한 갑자기 기량이 급성장했거나, 반대로 한순간 좋은 성적을 냈다가 다시 부진에 빠진 선수들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정직하게 땀 흘려 좋은 성과를 거둔 선수들이 오해받는 것은 부당하다. '리오스 사건'으로 본의와 상관없이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다. 리오스 관련기사에는 "리오스가 다른 두산 선수에게 약물을 전했거나 오히려 두산 내에 유통되고 있던 약을 받았을 것"이라며 암암리에 구단 내에서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을까 의심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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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두산 소속 선수였던 진갑용(31·삼성)과 박명환(30·lg)이 각각 2002년 아시안게임,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앞두고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됐었다는 것을 근거로 두산을 '약물의 근원지'라고 지목하는 네티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리오스가 지난해 두산 베어스 소속이었다는 이유로 두산과 이번 사건을 연관 짓는 것은 위험하다. 약물 복용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명확한 증거가 없는 사안에 대해 단정 짓는 것은 한 선수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섣부른 판단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국 팬들은 리오스가 6년 동안 보여줬던 성실하고 프로다운 모습에 '이오수'라는 별칭을 붙여줬을 만큼 사랑받아왔다. 팬들은 리오스가 오랜 한국생활을 마감하고 일본으로 떠나는 순간까지도 그의 건투를 빌어줬다.
2002년 kia에 입단하여 한국 프로야구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6년 통산 90승 59패 13세이브, 방어율 3.01이라는 출중한 성적을 거두었던 리오스는 이번 사건으로 그간 쌓아올렸던 금자탑이 한순간 무너져 내리게 생겼다.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완투 21경기, 완봉승 7경기, 4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던진 팀의 에이스로 다른 선수들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귀감이 됐던 선수이기에 이번 사건으로 한국 팬들은 적잖이 실망한 모양이다. 팬들은 차라리 일본에 건너간 리오스가 부진한 성적에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부터 약물을 시작했다면 팬들이 베푼 사랑에 비견해 팬들의 배신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지경일 것이다.
이번에 터진 '리오스 사건'으로 kbo의 허술한 약물관리 실태도 만천하에 드러났다. kbo는 지난해부터 연 2회에 걸쳐 구단별 3명씩 무작위 도핑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검사 표본이 너무 제한적이라 신뢰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도핑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는 없었다. 반면 일본이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지명방식을 택하고 있다.
한국보다 1년 먼저 도핑 테스트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이런 방법으로 지금까지 세 명의 금지약물 복용 선수를 잡아냈다.
'리오스 약물 사건'을 계기로 모든 선수들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도핑 테스트를 실시하고, 외국인 선수의 경우에는 모두 검사를 받게 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파장은 커지고 있다. kbo의 체계적인 약물검사가 필요할 때이다. 단, 한약에도 스테로이드 성분이 나올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 1년 간 유예기간을 둔 후 전면적인 도핑 테스트를 시행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세부적 요인들까지 고려해 야구인과 팬들이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k 윤길현 욕설 파문'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터진 '리오스 약물 사건'으로 모처럼 흥행대박을 꿈꾸고 있는 프로야구에 팬들이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kbo와 선수들의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한 순간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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