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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 피격 사태로 관공 재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 그룹은 이번 현대 엘리베이터 담합에 적잖이 신경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 건설의 인수합병을 통해 정통성 회복과 범현대가와의 관계 회복을 꾀하는 현정은 회장이 이런 악재를 어떻게 해결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현대 그룹 현정은 회장. ©김상문 기자 |
최근 공정위가 엘리베이터 시장 담합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이후 엘리베이터 업계는 몸을 사리는 분위기. 특히 과징금 최대부과와 함께 검찰고발의 철퇴를 맞는 현대 엘리베이터로써는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이어 현대 엘리베이터는 현대 그룹 주요계열사 중 하나로 이는 곧 현대 그룹의 악재로 비춰지는 모양새다. 금강산 피격사건으로 임원진 교체까지 이뤄진 마당에 이번엔 소비자를 우롱하는 담합 사건에 말려든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 건설 인수를 원하는 현대 그룹 현정은 회장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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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위는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나눠먹기식’ 시장 분할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것으로 10년 이상 지속돼 오던 엘리베이터 시장 담합이 밝혀진 것이다. 이번 적발로 인해 현대 엘리베이터, 오티스 엘리베이터, 티센 엘리베이터, 디와이홀딩스, 한국미쓰비시 엘리베이터, 쉰들러 엘리베이터 후지테크코리아 등 7개 업체가 시정명령과 함께 총 476억 6천만원에 이르는 과징금 부과 당했다.
이어 현대 엘리베이터, 오티스, 티센 3개사는 고발조치까지 당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공정위의 발표에 따르면 담합의 시작은 1980년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80년대 후반 현대가 엘리베이터 시장에 새로이 진입하는 과정에서 저가 출혈경쟁이 있었다고 한다. 가격 경쟁이 심화되자 현대를 포함한 대형 엘리베이터 회사 간에는 물량합의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지난 1996년 4월경 현대, 오티스, 디와이홀딩스(구 동양엘리베이터), 티센(구 동양중공업)등 4개 업체는 시장점유율에 따라 엘리베이터 발주물량을 배분하고 낙찰 예정자를 사전 결정했다. 그리고는 입찰이 실시되는 경우 낙찰 예정회사의 견적 금액을 미리 알게해 들러리 입찰회사가 그 보다는 높게 견적 금액을 내도록 했다.
눈에 띄는 점은 예측하지 못한 사태 등 특이상황으로 인해 당초 배정물량과 실제 계약 물량의 차이가 날 경우 현장교환이나 차기 분류 시 이를 보정해주는 방식을 쓴 것. 또 2001년 미쓰비시가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에 진출하면서 입찰 경쟁이 다시금 뜨거워지자 2002년에는 미쓰비시도 물량배분 시스템에 참여시켜 시장의 안정화를 꾀했다.
이와 같은 물량합의 담합은 대한주택공사 엘리베이터 발주와 교체 엘리베이터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2001년 이후 서민주택공급 확대정책으로 주공의 엘리베이터 발주물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또 주공의 엘리베이터 공급 업체였던 한신공영 청산으로 주공은 엘리베이터 구매량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2001년 전후를 비교해 보면 발주물량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발주물량이 늘어나고 입찰참가자도 늘게 되자 7개 엘리베이터 업체(현대, 오티스, 티센, 디와이홀딩스, 미쓰비시, 후지테크, 쉰들러)는 주공의 엘리베이터 발주 물량에 한해 ‘순번제’방식으로 배분하기로 체결했다.
이어 2004년 이후 노후 엘리베이터의 교체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현대, 오티스, 티센 등 세 개 업체는 기존 승강기 설치 회사가 교체공사를 맡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주 물량을 배분했다.
이러한 불공정 담합에 대해 공정위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 196억8600만원, 오티스 172억9300만원, 디와이홀딩스 92억8900만원 등 총 5개 업체에 476억6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현대, 오티스, 티센 등 3개사는 고발조치까지 당했다.
공정위는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자진신고제가 제 역할을 한 것”이라고 자평하며 “메이저 엘리베이터 업체들이 담합을 주도했기에 그에 합당한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물론 자진신고로 인한 감면액 차이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 엘리베이터 측은 “공정위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업계 3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과중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다른 업체관계자는 “아직은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깊은 숙고를 거친 후 의견을 표명할 것”이라며 신중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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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엘리베이터는 담합에 적발돼 196억 8600만원의 과징금과 고발 조치를 당하게 됐다. 사진은 현대엘리베이터가 경기도 이천에 거설 중인 세계 최고 높이(183m, 내년 2월 완공)의 초고속 엘리베이터 테스트타워. |
현대 그룹 속으로 끙끙?
이번 담합 적발로 현대 그룹의 속은 말이 아닐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 그룹은 지난 7월 피격 사건 이후 지금까지 금강산 관광 재개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금강산 관광 사업 지속의 여부는 현대 아산의 수익과 직결된다. 현재 현대 아산은 하루 수억원의 매출 손실을 보고 있고 중단이 지속된다면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현대아산의 매출액이 25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경영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달 1일부터는 일부 직원들에게 급여 50%만 주고 재택근무를 시키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이어 8월말에는 대북사업 초기부터 함께하며 개성관광부터 내금강, 백두산 관광 등을 진두지휘한 윤만준 전 사장을 포함한 임원진 사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만큼 지금의 사태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임 사장을 통해 경색된 대북관계를 호전시키며 금강산 관광 재개라는 막중한 임무를 해결하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성과는 나타나질 않고 있다.
이어진 현대 엘리베이터의 담합 가담으로 금강산 사태에 이어 다시 한 번 현대 그룹에게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공정위의 자료에 “현대가 엘리베이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저가공세를 펴는 등 경쟁이 심해지자 가격경쟁을 피하기 위해 현대를 포함하여 대형 엘리베이터 회사 간”이라고 명시돼 담합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담합 업체 중 최대 과징금 부과와 고발조치까지 당해 쏟아지는 비난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현대 엘리베이터를 포함한 타 업체들이 10년 간 담합을 통해 이윤창출만을 추구한 것은 소비자를 우롱한 처사라는 것이 업계관계자의 일치된 의견이다. 결국 이 또한 현대 그룹에서 안고 가야할 문제이다.
일련의 현대 아산 금강산 사태와 현대 엘리베이터 담합 적발은 개별 사안으로만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다름 아닌 현대건설의 인수합병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그룹은 현대 건설 인수에 강한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찾고, 범현대가와 융합할 수 있는 가교가 될 수 있는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 전반적인 성장 동력의 역할도 톡톡히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관측 때문이다.
올 3월 정주영 회장 7주기를 맞은 자리에서 현정은 회장은 “꼭 인수하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그러나 그동안 불안했던 대북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고 주 계열사 중 하나인 현대 엘리베이터 또한 담합을 주도했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m&a에 있어서 기업의 시장 경쟁력과 이미지는 주요한 척도가 되기에 연속된 악재가 앞으로 현대 그룹의 행보에 어떻게 작용할 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고난을 이기고 현대 건설을 인수해 재계 10권 이내로 진입할지 아니면 나락에 빠질지 현대 그룹 현정은 회장의 고심이 날로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이처럼 예측하기 힘든 지금의 상황 때문이 아닐까 한다.
취재 / 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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