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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3350만원 임금 받지 못했다”

[밀착취재] 임금체불에 고통 호소하는 중국동포 김광복씨 가족

임민희 기자 | 기사입력 2008/09/23 [12:35]
▲임금 체불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중국 동포 김광복·배영숙 부부    © 브레이크뉴스

 
체불임금 청산문제로 노동부를 찾는 노동자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체불된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증가한 총 5097억원으로 5만5523개 사업장에서 13만 4375명의 노동자가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체불임금의 3분의 2 이상이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어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의 고통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한국에서 7년 동안 일해 온 중국동포(조선족) 김광복(48)씨는 최근 체불임금 문제로 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자신은 물론 가족들(아내, 처남, 고종사촌 동생)이 a업체(개인사업장, 건축 내장재 pvc 욕실천장재 및 몰딩)로부터 3개월간 총 3350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것.

김씨는 “6년 간 a업체에서 성실히 일했지만 사업주는 원청에서 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3개월 간 임금을 주지 않았다”며 “7월10일까지 임금을 주기로 했지만 사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더는 사장을 믿을 수 없어 회사를 그만두고 노동청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업체 사업주는 “김씨가 노동청에 신고할 때까지 원청에서 단돈 10원도 받지 못했는데 어떻게 돈을 줄 수 있겠느냐”며 “원청에서 돈을 받는 대로 주겠다고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미 3500만원의 자재비가 투입된 공사를 중단해 나 또한 큰 손해를 봤다”고 하소연했다.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은 체불임금을 둘러싼 김씨와 a업주간의 진실공방을 들어봤다.

지난 8월26일 중국동포 김광복.배영숙 부부를 만났다. 이들은 7월12일 a업체 일을 그만둔 후 지금까지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공사를 맡았던 3개 업체를 찾아가 욕실 천장 작업 확인서를 떼고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니느라 다른 일은 할 겨를이 없다고 토로했다.

배씨가 틈틈이 식당에서 주방 일을 하며 번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에 있는 자식들에게 5개월째 생활비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더욱이 지난해 고령비자를 받아 함께 재입국한 아버지가 최근 건강악화로 쓰러지면서 심적.경제적 고충이 크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체불임금 진실공방

a업체 작업반장으로 일했던 김씨는 “4월15일부터 7월9일까지 3곳(b, c, d)의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욕실천장 작업을 했다. 평균 한 장당 1만5000원, 900여개 정도를 작업하면 1400여만원 인데 여기에 식비와 경비를 빼면 3개월간 3350만원(각종 세금 포함) 정도가 된다”고 체불임금 내역을 설명했다.

그는 “7월10일까지 사장은 돈을 꼭 입금하겠다고 했지만 12일까지 기다려도 돈을 주지 않았다”며 “우리가 돈이 없어 더는 일을 못하겠다고 하자 사장은 300만원을 주며 다른 현장으로 가라고 했다. 하지만 그를 믿을 수 없어 일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일을 그만둔 후 a업체 사장을 찾아가 돈을 줄 것을 거듭 요구했지만 사장은 ‘원청에서 돈을 받지 못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것. 이에 3곳의 원청에 전화를 걸어 지급 여부를 묻자 원청에서는 처음에는 ‘사장에게 다 넘겼다’고 했으나 사장이 강력하게 부인하자 말을 바꿔 ‘돈을 안 줬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사장이 돈을 주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공사대금 지급에 대해 사장과 원청 관계자의 말이 다른 것을 보고 사장이 고의적으로 돈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지난 7월29일 노동청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a업체는 하청업체로 원청에서 내장직 하청(도급)을 받아 일을 한 후 결제를 청구하면 원청에서 사장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고 사장이 이를 작업자들에게 분배하고 있다. 또한 공사대금의 경우 한꺼번에 지급되지 않고 가령 1500만원이라고 하면 처음에는 500만원을 주고 다음달에 500만원, 그 다음달에 500만원을 주고 있다는 것. 현재 a업체에서 일하는 사람은 중국동포들로 모두 8명이 4명씩 조를 이뤄 작업을 하고 있다. 김씨의 경우 아내와 처남, 고종사촌동생과 함께 이곳에서 6년 간 일을 했다.


 김씨 “고의로 임금 미뤄” vs 사업주 "공사 중단으로 더 큰 피해"


김씨는 “2006년에도 100만원 정도를 받지 못한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당시에는 사장을 대신해 업무를 총괄했던 k모 팀장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 사람당 100만원 이상을 깎았다”며 “사장에게 가서 달라고 하자 ‘돈은 팀장이 관리하는데 왜 나한테 그러느냐’고 발뺌해 지금까지 받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05년도에는 우리처럼 돈을 받지 못한 사람이 k팀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벌여 1년여 만에 체불임금 1300여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장이 공사대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일부러 주지 않은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 사장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씨 부부가 a업체 사장과 일을 하게 된 것은 2002년 12월 무렵이다. 2000년도에 배씨가 먼저 한국에 들어와 식당에서 설거지 등을 하며 돈을 벌었고 2001년에 김씨가 들어와 공사판을 다니며 2년 가까이 일용직으로 일했다.

그런 와중에 아는 중국동포의 소개로 사장을 만나 김씨 가족은 공사현장에서 욕실천장 작업을 해왔다. 사실 이들은 2006년까지 불법체류자 신분(2002년 합법)이었지만 사장은 차별 없이 잘 대해주었다는 김씨의 설명이다. 2006년 중국에 돌아간 후 2007년 7월 합법적인 노동자로 들어와 다시 사장과 일을 했고 체불임금 문제가 불거지기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것.

다만 이들은 “우리가 사장과 일할 때 요구했던 것은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고용허가를 해달라고 것이었다. 사장도 그러겠다고 약속했지만 세금부담 등을 이유로 끝내 고용허가를 해주지 않았다”며 “계약서는 쓰지 않았지만 구두상으로 고용주와 피고용주로 계약을 해 사장의 지시에 따라 현장에 가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체불임금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 사장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김씨는 “체불임금 건으로 우리가 노동부에 신고한 걸 알고는 ‘법대로 하자’고 배짱을 부리고 자기 동생이 깡패라며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성토했다.  

그는 체불임금 노동부 진정건과 관련해 “8월18일 노동부 중재로 사장을 만났으나 사장이 서류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7일로 미뤘졌다. 하지만 당일 부친이 위독해 참석하지 못했고 사업주 조사만 이뤄졌다”며 “노동부 감독관은 하도급일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민사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씁쓸함을 나타냈다.

김씨는 민사로 갈 경우 승소할 가능성은 많지만 소송기간이 최소 1년이 걸리고 변호사 선임 등 소송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김씨는 “감독관은 하도급으로 보고 있지만 우리는 사장의 지시에 따라 작업을 진행하고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며 “도급을 받아 진행하는 아파트 공사현장의 욕실천장 작업 외에도 광주의 모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일손이 달린다고 해 일당 9만원씩을 받고 6일 동안 일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부에 도움을 요청하면 돈을 받을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해결된 게 없다”며 “이 돈만 받으면 이후에는 일당을 뛰든 뭘 하든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간절한 바람을 나타냈다.

“사적으로 유용” vs “원청에서 안 준 것”

김씨 부부의 주장에 대해 a업체 사장 s씨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7월10일에 3곳의 원청에서 단돈 10원도 받지 못했다”며 “원청에서 돈을 못 받았는데 어떻게 주겠나. 3개 현장을 마무리 짓고 목포에 갔을 때도 돈이 없다는 말에 내 사비를 털어 300만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7월10일에 세 곳의 원청에서는 돈을 받지 못했고 다른 사업체로부터 2800만원을 받아 이곳을 맡았던 작업자들에게 1500만원을 먼저 주었다는 것. 작업을 마친 세 곳의 공사현장 가운데 b의 경우 6월10일 공사를 완료했기 때문에 해당업체 상무한테 1000만원을 입금해 달라고 요구, 7월11일 통장에 입금한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s씨는 김씨에게 바로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고 내주 월요일이나 화요일쯤 1000만원을 보내주겠다고 얘기해 김씨도 그러겠다고 답했다는 것. 또한 앞서 김씨 측이 돈이 없다는 말에 사비를 털어 300만원을 보내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인 12일 김씨 측이 약속을 어기고 자재값으로 3500만원이 투입된 현장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해버렸다는 것.

 노동청 “김씨의 경우 특별히 근로계약관계라기보다는 공사현장에서 발주권이 떨어지면 현장에 나가서 한 건당 얼마를 받는 형태로 하도급 관계일 가능성이 많아…하도급으로 판정되면 민사로 진행될 사안”

 
그는 “서로 간의 구두상으로 계약을 맺었고 김씨도 목포현장에 들어가서 자재를 받아 일을 진행했다. 그런데도 돈을 안 준다고 자재를 모두 내팽개치고 간 것은 명백한 계약위반이다”며 “이로 인해 거래처로부터 신용을 잃었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시키느라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등 큰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씨 측이 작업했던 광주의 모 공사현장에서 하자보수가 생겨 난리가 났다”며 “현재도 하자보수 체크리스트가 계속 들어오고 있으며 지난 9월2일에는 하자보수 팀장에게 60만원을 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공사를 끝내면 40일 이내에 돈이 나오는데 요즘은 건설업계가 어려워 100% 어음이 도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였고 김씨도 6년 간 건설업계에서 일을 해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며 “김씨에게 줘야 할 돈이 3100여만원 정도 되는데 여기에는 식비와 경비, 하자보수 비용 등이 포함된 단가다. 이를 공제한 나머지 돈은 주지 않고 김씨의 계약위반으로 목포현장에서 손해가 발생한 데 대한 민사소송을 청구해 법적절차를 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씨 측이 노동청에 민원을 제기한 데 대해 s씨는 “13년 동안 일을 해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6년 동안 뼈 빠지게 영업하고 계약을 맺어서 일할 곳을 만들어 줬는데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렇게 뒤통수를 칠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그는 “김씨가 노동부에 신고했을 당시에는 원청에서 돈 10원도 못 받았을 때다. 김씨 측이 현장에 가서 현장관계자들에게 그 난리를 쳤는데 앞으로 나한테 발주를 주겠느냐. 그 사람들이 난리만 치지 않았어도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하도급의 경우 고용관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민사에서 판가름 될 것”이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경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씨 측이 2005년에도 체불임금 사례가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s씨는 “당시 k팀장이 돈을 관리했기 때문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면서도 “불법신분이지만 같은 동포라 일을 계속 시켰는데 돈을 늦게 준다며 k팀장을 상대로 한 사람이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k팀장이 판사의 소환에 계속 불응하면서 괘씸죄에 걸려 형사사건으로 비화했다”고 말했다.

고용허가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해 그는 “건축현장에서는 관례상 반장이나 팀장한테 작업을 맡기고 있다. 나만 특별한 게 아니고 다른 업종이나 타 업종에서도 그런 식으로 오더를 내린다”고 해명했다.    

경기지방노동청 부천지청 담당 감독관은 김씨의 임금체불 민원과 관련해 “현재 조사 중이라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도 “김광복씨의 경우 특별히 근로계약관계라기보다는 공사현장에서 발주권이 떨어지면 현장에 나가서 한 건당 얼마를 받는 형태로 하도급 관계일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좀더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하도급으로 판정되면 노동부 진정 사안이 아닌 민사로 진행될 사안”이라며 “지난 8월18일과 27일에 조사를 진행했는데 김광복씨가 개인 사정으로 불참해 사업주 조사만 마쳤다"고 밝혔다.

김씨와 a업체 사업주간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공사대금 지급 여부와 시기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원청에 전화를 걸었다. 이와 관련 c업체 관계자는 “7월말경 일부만 지급됐다”고 밝혔다. b업체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우리가 작업한 부분에 대해서는 결재를 하고 작업이 안됐거나 미진한 부분은 수표를 청구해도 집행을 안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개별적 작업장에서 지급이 됐는지 안 됐는지는 자세히 모른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김광복씨는 "9월11일 노동청에서 진실조서를 작성했고 25일이나 36일경 노동청에서 사업주와 함께 만나 얘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임금체불 진정에 대한 노동청의 결정이 남아 있지만 ‘하도급’으로 판정될 경우 법적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업체 사업주는 노동청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든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김씨 측은 일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며 노동청 결과에 희망을 걸고 있다. 
 
취재 / 임민희 기자  bravo1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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