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센터 “성폭력과 같이 민감한 사건은 수사가 종결된 이후에 알려져야 한다. 어린 학생들은 작은 사건에도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이나 피해자아이들 모두 오랜 시간동안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대책위 “한명은 꾸준히 성폭력을 당해왔다고 진술했다. 나머지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수사에 협조 하지 않았다. 가해 학생역시 처음 진술에서는 인정했었다. 계속 법정에 드나들다보니 진술을 번복한 것”
온 국민들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던 ‘대구 초등생 집단 성폭력사건’이 지난 1일 무혐의로 일단락 된 가운데 사건에 대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월22일 a초등학교 담임교사의 보고에 따라 교내에서 동성간, 이성간에 공공연히 성폭행이 이루어진 사실이 밝혀진바 있다. 이에 경찰은 a초등학교 여학생 8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초등생 및 인근 학교의 중학생 11명 중 3명을 구속했다. 그러나 가해 학생들이 성폭행을 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함에 따라 경찰은 지난 1일 3명의 남학생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와 관련해 피해어린이의 상담을 담당했던 b아동센터와 대구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아동전문상담기관에서는 ‘실체 없이 부풀려진 사건’으로 규명하고 있지만 공동대책위에서는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사건’이라는 입장이다.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은 ‘대구초등생성폭행사건’ 피해 학생들의 상담 내용을 담은 b아동센터 최종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보고서를 둘러싼 새로운 쟁점들을 재조명해보았다.
지난 2007년 11월경 대구 a초등학교 남학생들 간 성추행이 있었다는 담임교사의 보고에 따라 a초등학교 내부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일부 남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접했던 음란물을 흉내 내고 그에 반항하면 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이 아이들과의 상담을 통해 밝혀진 것. 당시 교사들은 이러한 내용을 아동상담센터와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학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장은 교내 자체에서 문제를 해결할 것을 교사들에게 당부하고, 가해학생들에 대한 '독서지도'와 '교내방송'을 대책으로 마련했다.
대구초등생 성폭행 수사
이 학교는 새 교장이 취임해 문제를 해결해 가던 지난 4월, 한 담임교사가 8명의 여학생이 a초등학생 및 인근 중학생 11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새로운 사건을 보고했다.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 8명중 2명이 상담을 통해 피해사실을 언급했다는 것. 아이들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성폭행을 당해왔다는 주장이다.
이에 경찰이 피해학생들의 증언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 성폭행 혐의로 가해학생 11명중 만 14세 이상의 3명을 구속, 대구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했다. 피해학생들의 진술에 따르면 4월21일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 중학교 교정에서 성폭행이 이루어 졌다. 2명의 여학생이 가해자로 지목한 b군 등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구속기간 중 검찰조사에서 혐의를 부인, 지난 5월 말 석방됐다. 피해자가 있는 가운데 미궁으로 빠졌던 이 사건의 수사는 지난 1일 종결 처리 됐다.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의 발표에 따르면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으며 무혐의 처리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해자가 4월21일 대구시의 한 pc방에 있었던 사실이 cc(폐쇄회로)tv를 통해 확인되면서 피해 여학생들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아 가해학생들의 무혐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한편 대구남부교육청에 따르면 a초등학교에 2008년 기준으로 3월20일부터 성교육과 관련해 집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부모와 전교생을 대상으로 가정통신문을 발행, 외부강사를 초청해 강의를 하거나 성교육관련 비디오 관람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사건 이후 성폭행 관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가 더욱 강화된 것이다.
아동센터 측 ‘윤간은 이루어지지 않아’
<사건의내막>이 단독 입수한 ‘대구a초등학교 성폭력 사건 관련 영남권역 아동성폭력전담센터 최종보고서’에 의하면 a초등학교 남학생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학생 및 가해학생들 치료를 시작하면서 대구남부교육청에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할 것을 협조 요청했다. 이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피해학생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가해학생들이 형사 처벌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수사가 종결됐다. 지난 3월에는 대구교육청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 심리검사 실시와 설문지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지난 4월22일 발생한 a초등학교 사건에 대해 b아동센터 보고서가 밝힌 정황은 이렇다. 담임교사가 '윤간을 당했다'고 센터 측에 보고, 이를 토대로 법의간호사가 해당어린이에 대한 산부인과적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아동성폭력전담센터를 방문한 여자 어린이 5명 중 1명은 사건과의 직접관련성이 모호했고, 나머지 4명은 강간을 당한 사실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사과학대학원과정을 수료한 법의간호사를 따로 두어 성폭력 여부를 조사했다. 피해학생의 냉을 체취, 외상여부를 조사해 피해를 규명하는 것. 사건에 필요한 정확한 정보와 신중한 검토를 통해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게 b아동센터 측 설명이다.
b아동센터장은 “집단윤간성폭행사건이라고 발표한 이번 사건에서 피해아동으로 치부된 아동 중 우리 센터를 방문한 아이들은 법의학적으로 강간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피해학생들은 피해를 입은 흔적이 없을뿐더러 신체적인 손상이 없다. 가해학생 역시 강간행위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또한 “(가해 학생들의) 부모들과도 수차례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이들과도 대화했다. 모두 그러한 일이 없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사건 왜곡은 상처로 남을 뿐
그는 “성폭력과 같이 민감한 사건은 수사가 종결된 이후에 알려져야 한다”면서 “초등학생의 경우 작은 사건에도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만 해도 그렇다.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이나 피해자아이들 모두 오랜 시간동안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사건이 마무리되기 전에 왜곡되어 커지면 아이의 심적 피해도 클 수 있다. 좀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아동성폭행 사건을 다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분별하고 왜곡된 보도는 아이들에게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성폭력 과 관련한 사건은 문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왜곡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왜곡된 정보들은 그 지역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이들 전체를 범죄 집단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이것이 지역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어디서든 일어날 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교육적인 차원에서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사건으로 사회에 대한 아이들의 불신이 커져 센터를 방문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 자신들의 고민을 상담하려 하다가도 이 같이 왜곡될까 두려워 덮으려할 수 도 있는 것이다. 민감한 부분이고 특히 아이들이 연계된 사건이니만큼 사회에서 신중하게 다뤄야한다”고 덧붙였다.
아동센터 측은 아이들이 피해자와 가해자로 구분돼 사회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즉,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건이 크게 확대 해석되는 것을 막아야한다는 것.
“센터 측에서 조사한 결과와 경찰조사 결과 가해자로 추정된 학생들이 무죄임이 드러났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마치 진짜 가해자인양 널리 퍼졌다. 가해학생은 무죄를 입증 받았지만 아이들의 후유증이 얼마나 클지 걱정이다”며 “아이들은 모두가 피해자다. 이 사건을 통해 어른들은 반성하고 개선해야한다. 또한 우리의 아이들이 스펀지처럼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관심을 기울여야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
이러한 b아동센터 보고서 내용과 검찰의 성폭력 사건 가해자 무혐의 처리에 대해 공동대책위원회는 아동 성폭력에는 정신적인 성폭행도 포함되며 성폭행은 분명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특정부위를 만지는 것, 그로인해 불쾌감을 주는 것은 성폭행에 해당한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입어온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입증하는데 있어 의학적인 근거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공동대책위 한 관계자는 “피해 아이들은 담임교사와의 상담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성폭력을 당해왔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8명의 아이들 중 두 명의 학생들만이 증언에 나섰지만 아이들이 성폭행을 당한 것은 사실이다. 한명은 꾸준히 당해왔다고 진술했고 다른 한명은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고 밝히고, “나머지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수사에 협조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성폭력을 당한 것을 치부라 여겨 숨기기에 급급해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말을 하지 못하고 그러면서 아이들의 진술도 엇갈리는 것이다. 가해 학생역시 처음 진술에서는 인정했었다. 계속해서 법정을 드나들다보니 진술을 번복한 것”이라며 피해학생 수사 진행 과정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또한 “아이들이 꾸준히 오랫동안 당했다고 하는데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어떻게 일일이 기억하겠나. (4월)21일이 아닌 전날일수도 있는 것이다. 21일로 추정, 4시에서 6시 사이에 당했던 것 같다는 말을 토대로 조사했기에 가해학생들이 pc방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 동의 없이 수사에 참여할 수 없는 만큼 부모들이 적극 나서지 않으면 사건은 은폐될 수밖에 없다”며 어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동성폭력을 대하는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번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성폭력 사건만 해도 20여개다. 어른들은 자기 살 궁리를 하느라, 명예를 지키느라 사건을 직시하지 않고 있다. 사실을 밝히면 더 심각해 질 것을 우려해 덮어버리는 것이다.
모두가 우리 동네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 부끄럽다며 피하기에 급급하다. 전문상담기관에서 부풀려진 사건이라고 말하는데 증거부족으로 사실을 밝히지 못했을 뿐이다. 피해자가 있다는 것은 분명 가해자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피해가 또다시 일어나지 않게끔 우리 모두가 진실을 밝히는데 주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 인권 보호 우선
그는 어린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피해를 최소화하고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동전문수사기관이 설립돼야한다고 주장한다. 아동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아이들을 전담, 부드럽게 수사를 진행해야한다는 것.
"아이들이 수사를 받는 동안 5번에 걸쳐 경찰서를 오갔다. 2차례에 이상 경찰서를 방문하는 것은 아동인권이 침해당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어렵게 증언을 하는 만큼 부드럽게 수사를 진행해야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수사를 해나가는 기관이 마련된다면 아이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진실을 말할 것이다"며 수사기관과 더불어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학교에도 성과 관련해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상담가가 있어야 한다. 언제든지 아이들이 찾아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선생님과 그릇된 성의식을 바로잡아주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면 성폭행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다."
대구 여성회 및 학부모 단체 등 여러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는 ‘대구초등생성폭행’ 사건이 국정감사를 통해서 진실이 드러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피해자는 있는 가운데 가해자가 드러나지 않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진실공방은 한동안 계속 될 전망이다.
취재 / 김문수 기자 ejw020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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