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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사내 살해한 女人, 알고보니 '치마 입은 男子'

'몹쓸짓' 남자 살해한 40년 여장남자…기막힌 사연

이보배 기자 | 기사입력 2008/10/02 [23:52]
평소 자신을 괴롭히고 성추행한 이웃남자를 살해한 50대가 법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놀라운 점은 성추행을 당하고 이웃남자를 살해한 50대가 40년간 여장을 한 채 살아온 남자였다는 사실이다. 김아무개(58)는 18세 때, 곡예단에서 공연을 하다 허리를 다쳐 남성의 기능을 상실하고 이때부터 40년간 줄곧 여장을 한 채 살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목을 졸라 사람을 살해한 행위는 엄중한 책임이 요구되지만 김씨가 오랜 세월 가족도 없이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여장을 한 채 외로운 삶을 살아왔고, 폭행과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주간현대>는 판결문을 바탕으로 40년 여장남자 김씨 스토리를 재구성했다. 
 

18세 때 곡예단에서 공연하다 허리 다쳐 남성 기능 잃어
성 정체성 상실한 채 40년간 치마 속에 남성 숨기고 생활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지난 9월26일 평소 자신을 괴롭혀 온 40대 이웃남자를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아무개(58)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치마 속에 남성 숨긴 40년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가 7년 이라는 다소 낮은 형을 선고받은 것은 재판을 진행하던 중 의외의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김씨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장남자로 살아왔다는 것.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자라온 김씨는 10살이 되던 해 곡예단에 들어갔다.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면서도 곡예를 배우고 공연을 하면서 소박한 행복을 느끼던 그에게 불운이 닥친 것은 그가 18살이 되던 해. 

여느 날과 다름없이 곡예단에서 공연을 하던 김씨는 공연 도중 불의의 사고로 허리를 다쳤다. 허리 부상 이후 더 이상 남성의 성징을 발현하지 못한 김씨는 결국 남성의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 일반적인 남성이라면 2차 성징이 활발한 나이인 18세 때 성 정체성을 잃어버린 김씨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다가 결국 여장을 선택했다. 40년간 줄곧 여장을 한 채 살아온 것.

변변한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조차 버거웠던 김씨는 곡예단에서 나와 외롭고 고단한 삶을 이어갔다. 몇 해 전부터는 부산시 중구 남포동에 위치한 자갈치 시장에서 여장을 한 채 고무줄 등 소소한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유지했다.

가족도 없이 홀로 외로운 삶을 살아가던 그에게 악운의 손길이 뻗치기 시작했다. 김씨의 이웃에 살면서 김씨를 눈여겨보던 이아무개(45)가 접근하기 시작한 것.

이씨는 평소 김씨에게 먼저 말을 걸고 관심을 표하는 듯했지만 속셈은 따로 있었다. 피차 어렵게 사는 사람들끼리 돕고 살지는 못할망정,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 있으면 아무 상관도 없는 김씨에게 폭력을 행사하곤 한 것. 

2005년께 시작된 이씨의 폭행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아무 이유 없이 작대기로 김씨의 머리를 때리는가 하면 다짜고짜 김씨의 뺨을 때리기도 하는 등 상식이하의 폭행을 행사했다. 또 지난 2007년에는 부산 서구 충무동 공중화장실 앞에서 아무 이유 없이 김씨의 뺨을 때리고 떠미는 바람에 김씨의 눈 부위가 배 모서리에 부딪혀 찢어지고 바다에 빠지기도 했다. 
 
잇따른 폭행·성추행에 살해 결심 
 
폭행보다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이씨의 변태 성행위 요구였다. 처음에는 김씨가 남성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접근했지만 이내 김씨가 남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알면서도 항문성교를 요구하는 등 저질 성추행이 계속됐던 것. 결국 이씨의 잦은 폭행과 성추행을 견디지 못한 김씨는 이씨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6월21일 새벽 1시께.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김씨는 바람이라도 쐴 심산으로 집을 나섰다. 그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자갈치 시장.

가족도 없이 외롭고 힘든 삶을 살아온 그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곳은 고무줄을 팔며 생을 이어가는 삶의 터전인 자갈치 시장이 유일했다.

조용히 바람을 쐬던 김씨에게 검은 그림자가 다가왔다. 그는 다름 아닌 이씨. 김씨는 술이나 한잔 하자는 이씨의 말에 함께 술을 마셨고,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른 이씨는 김씨와 함께 김씨의 집으로 향했다. 김씨의 집에서 술을 더 마신 이씨는 취기가 오르자 김씨를 향해 음흉한 미소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성추행이라도 할 모양새였다.

결국 이씨는 김씨에게 항문성교를 할 것을 종용했고 김씨가 이를 거부하자 돈을 주겠다고 김씨를 회유, 김씨에게 여자 역할을 맡기고 반강제로 항문성교를 맺었다.

일을 치른 이씨는 곧 잠이 들었고, 잠든 이씨를 바라보던 김씨는 그동안 이씨에게 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던 수치스러운 과거가 떠올랐다.

순간 이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김씨는 옷걸이에 걸려 있던 털목도리로 피해자의 목을 감아 목을 졸랐다. 만취상태에서 잠이 든 이씨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에서 김씨에게 목이 졸린 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평소 자신을 폭행하고 성추행 하던 이웃남자 목 졸라 살해
재판부, 40년간 여장한 채 외롭게 살아온 점 판결에 참고


 
이씨가 숨진 것을 확인한 김씨는 자신이 직접 경찰에 신고, 이씨가 갑자기 숨졌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의 조사가 계속되자 자신의 범행사실을 모두 시인하고 잘못을 인정했다. 김씨는 법정에 서기 전까지 구치소에서 머무르며 자신의 범행을 반성했고 결국 법정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씨를 둘러싼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40년간 여장을 한 채 홀로 외로운 삶을 살아온 김씨가 평소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 것은 물론, 알코올의존성 증후군을 앓아왔으며 정신분열증의 가능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사실이 밝혀진 것.

또 김씨는 구치소 안에서 머무는 동안 동료 재소자를 상대로 여자행세를 하면서 성적 추행을 하는 등의 이유로 금치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오랜 기간 이씨에게 아무 이유 없이 폭행을 당하고 성적 학대를 받아온 스트레스를 같은 방법으로 해소하려 한 것이다.
 
이해되나 범죄행위 잔혹, 징역 7년
 
재판부는 판결문 서두에 “펑소 이웃으로 알고 지내던 이씨에게 폭행을 당한 분풀이로 이씨를 죽이기로 마음먹고 목도리로 이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것은 그 범행의 수단과 방법이 잔혹하고 그 결과가 중하다”고 밝혔다.

사람의 생명은 세상의 그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존귀한 법익이므로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여러 어려움을 서로 돕고 문제를 선의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마땅한 도리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이씨에게 일정기간 폭행을 당했다는 이유로, 복수를 한다는 일념에 무방비상태에서 잠든 이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씨의 행위는 그 동기가 납득할 수 없고, 범행방법 또한 극단적이어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18세에 불의의 사고로 남성으로서 성적 기능을 상실한 채 여장을 하고 살아온 것은 이해가 되지만 사건 당일, 돈을 받기로 하고 항문성교를 한 것을 예로 들어 김씨가 성적 불구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에 김씨에게도 상당한 정도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이씨보다 14세나 연상인 김씨가 굳이 이씨의 곁에 머물면서 폭행을 고스란히 감당한 것도 이해할 수 없거니와 이씨를 피해 다른 곳으로 주거를 옮기거나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는 등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강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결국 재판부는 “오랜 세월 가족도 없이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여장을 한 채 고무줄 등 소소한 생활용품을 팔면서 연명하는 등 고단하고 외로운 삶을 살아왔고, 상당기간 이씨에게 폭행과 성추행을 당해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침 중인 무방비상태에 있는 이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것은 그 수단과 방법이 잔혹해 형법이 정한 엄중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평소 알코올 중독 증상을 앓아온 김씨가 술을 마셔 취한 상태에서 피해자로부터 갑자기 추행을 당하자 격분,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 “김씨의 알코올의존성 증후군과 정신분열증의 가능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실을 특별히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살인이라는 범죄는 씻을 수 없는 죄이지만 성 정체성도 없이 살아온 40년이라는 긴 시간의 고된 삶이 양형 사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취재 / 이보배 기자  bobae38317@hanma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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