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롯데, 왕따 아니라구? 따져보니 맞구먼∼

자라코리아 20% 지분 가진 롯데…알고보니 아무 권한 없다?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8/10/06 [11:05]
▲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자라 매장. 인디텍스는 지난 9월21일 도쿄에 세계 4000번째 자라 매장을 열었다. <사진/인디텍스 홈페이지>
 
롯데 & 자라 '왕따' 논란

<사건의내막>은 539호에서 국내기업인 lg전자가 다국적 브랜드인 프라다(prada)와 굴욕적인 불평등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기업 브랜드 가치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사건의내막> 안테나에 다시 잡혀 눈길을 끌었다. 올해 4월 국내 첫 매장을 개점한 스페인계 다국적 의류브랜드 자라(zara)와 국내 최대의 유통업체 롯데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이다.

지난 4월30일 서울 명동의 롯데영플라자와 강남 삼성동의 코엑스몰에 1·2호점 개장을 시작으로 국내 시장에 첫 공식진출한 자라는 개점 첫날 영플라자점이 1억3000만원, 코엑스점이 1억1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막강한 파괴력을 보여준 바 있다.

이러한 파괴력에 힘입어 자라가 들어선 매장의 전체 매출도 덩달아 뛰는 효과까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롯데 입장에서는 자라의 돌풍을 마냥 즐기고 있을 수만은 없는 처지이다. 자라의 협력사 자격을 확보했지만 자라 마케팅과 관련해 가진 권한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자라가 올해 개점했거나 개점을 앞두고 있는 5개 매장 중에서 3개가 롯데와 무관한 독립매장이거나 경쟁업체 매장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와 관련 일부 언론에 "롯데가 자라에게 배신당했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사건의내막>이 논란의 진짜 내막을 파헤쳤다. 

롯데 “자라, 자신들 판단 따라 국내 매장을 설치·확장 가능”

몇 년간 자라와 손잡으려고 공들였던 이유는 도대체 뭐였나?


지난 8월12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스페인계 패션 체인 자라가 최근 몇 달 사이 급성장을 이어가면서 라이벌인 미국의 갭(gap)을 누르고 세계 최대 의류업체로 등극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자라의 모회사인 인디텍스가 1분기에 전년대비 9% 증가한 22억2000만 유로의 매출을 거둔 반면 갭은 10% 하락한 21억7000만 유로에 그쳤다"며, "이 차이가 미미한 것일 수 있지만 인디텍스 측은 처음으로 갭을 제쳤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라는 1974년 스페인에서 설립된 의류회사 인디텍스(inditex)의 대표 브랜드로 1990년대 후반 최신 유행의 옷을 저렴한 가격에 빨리 입고 빨리 버리는 일명 '패스트패션'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면서 패션계는 물론 주요 경제지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아왔다.
 
한국에 오기까지
 
국내 패션유통업체들이 자라의 한국 진출을 타진하기 시작한 것은 자라의 급성장 초기인 1997년부터였다.

당시 자라가 국내 업체들에게 요구했지만 너무 '무리해' 받아들여지지 않은 조건은 백화점 매장 100평 이상, 단독 매장 400평 이상을 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올해 개장한 롯데영플라자점이 280평, 코엑스점이 340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의 다각적인 구애를 즐기면서(?) 협상을 시작한 자라가 한국시장 진출과 관련해 구체적인 액션을 처음으로 취한 것은 2004년이었다. 2004년 4월 현대종합상사와 국내시장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은 것.(당시 현대 측 표현으로는 '양해각서 체결에 합의')

양측이 50%씩 출자해 합작법인 자라코리아(가칭)를 설립하기로 합의한 현대종합상사는 진출 첫해 전국 대도시 10개 매장을 시작으로 3년 내에 100개 매장을 개점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그해 11월 현대백화점에서 자라 특별전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양측은 사업형태(합작vs단독)와 전개방식(직수입vs부분생산), 로열티 등 세부적인 내용에 합의를 보지 못한 채 1년 이상 시간을 끌어오다 2005년 4월 롯데백화점 이인원 사장의 스페인 인디텍스 본사 전격 방문을 계기로 결국 모든 협의를 원점으로 돌렸다.

롯데가 자라와 접촉을 처음 시도한 것은 2001년으로 전해지지만 초기에는 아무런 성과를 거둘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당시 협상을 진행한 곳은 신동빈 부회장의 직속 부서로 알려져 있던 롯데백화점 cfd(crossed function division:다기능?)팀이었는데, 2005년 8월 cfd팀과 수입패션사업팀이 통합된 gf(글로벌 패션)사업본부가 출범했다.

현대종합상사를 밀어내고 자라와의 협상테이블에 앉은 롯데는 2006년 3월28일 인디텍스그룹과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다.
 
2004년 현대와 협상…1년 만에 파기
 
그런데 당시 롯데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계약 대상과 계약 체결날짜, 합작법인 설립, 2006년내 1호점 출점이 전부였다. 구체적인 내용이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계약부터 체결하고 본 것이다.

롯데가 밝힌 내용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일거수일투족이 세계 패션계와 경제계의 주목을 받는 자라와의 협상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양측의 계약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외부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합작법인의 지분율은 20대80으로 압도적으로 자라의 비중이 컸고 계약기간도 5년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해 롯데 측은 당시 언론들의 문의에 급성장하는 브랜드에 대해 "20%라도 발판을 마련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해명, 굴욕적 계약을 체결한 배경이 고작 다른 업체에게 자라와의 협력사 지위를 빼앗기는 위험을 막는 것이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해 6월 <매일경제신문>은 '자라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롯데'라는 기사를 통해 자라 입점을 놓고 롯데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라가 명동 영플라자에 1층 200평, 2층 100평 등 총 300평 규모의 매장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샤넬이나 루이비통 등 일반적인 명품 매장의 3배이고, 롯데 독점 spa 무인양품매장의 2배 규모로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

<매일경제>는 당시 롯데 내부에서도 이러한 파격적인 대우에 대해 이견이 적지 않았다고 보도했지만 올해 실제로 입점한 규모(명동 영플라자 280평, 삼성동 코엑스 340평)를 당시 보도와 비교하면 거의 비슷하거나 더 큰 수준이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2006년 당시 롯데 영플라자 명동점은 자라 입점에 대한 방침이 확정되지 않는 바람에 두 달도 남지 않은 하반기 매장디스플레이 개편 전체가 올스톱 상태에 빠져있었다고 하니 결과적으로 괜히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됐다.
 

▲ 홍콩 하버시티 쇼핑몰 안에 있는 zara 매장. 브랜드의류 쇼핑만을 목적으로 하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패키지 여행이 나오기도 했다.<사진/내일여행>
이렇듯 처음부터 굴욕적인 자세로 협상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와 자라의 협상 진행은 너무도 더디게 진행됐다. 2006년 1호점을 연다는 최초의 계획은 끝내 흐지부지됐고 합작법인 설립도 2007년 10월이 되어서야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2007년 10월 합작법인 설립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관련 업계에서는 롯데와 자라의 계약이 결국 파기됐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까르푸 인수 실패, 월마트 인수 기회 박탈, 우리홈쇼핑 인수 논란 등 당시 잇따라 터져 나왔던 대형 악재들과 연결해 신동빈 부회장 체제 아래 롯데의 대외협상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들은 2007년 10월 마침내 합작법인 설립 발표가 나온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는데, 여러 가지 목소리가 중구난방으로 나온 것은 아마도 공개된 정보가 너무 없었다는 점도 한가지 요인이 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가 2007년 10월18일 발표한 'zara 국내 합작법인 설립' 공시는 그 내용이 부실하기가 2006년의 첫 계약 성사 발표 당시와 마찬가지였다.

"당사는 세계적인 패션브랜드인 'zara'의 국내출점 및 운영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결정하였습니다"라는 문장과 함께 제시된 내용은 법인명(자라리테일코리아)과 자본금(롯데쇼핑 1.3억, 스페인 inditex 5.2억 총 6.5억)외에 "2008년 내 1호점 출점 예정"이 전부였다.

롯데가 자라의 국내 매장 진출 및 브랜드 전략과 관련해 어떤 권한을 갖게됐는지, 아니 권한이 있기는 한 것인지에 대해 전혀 설명이 없었던 것. 롯데가 무리하게 저자세로 협상을 진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던 와중에 자세한 설명도 나오지 않으니 의혹은 더욱 커져갔다.
 
▲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오픈한 자라 2호점 내부 모습. <사진/영삼성닷컴>

4월 오프닝 행사 과정에 불협화음 언론 노출되면서 파장 시작
롯데가 먼저 전화 건 적 없다? 자라코리아 사무실 번호도 몰라

 
 
자라매장은 대박 났지만…
 
지난 4월30일 지난했던 과정의 끝에 마침내 자라 1호점과 2호점이 영업을 시작했고, 말 그대로 '대박'을 맞았다.
 
첫날 양 점포가 각각 1억3000만원과 1억1000만원 매출을 시작으로 세일이 낀 주말 일일 평균 1억2000만원, 5∼6월 평균 월간 18억원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한달 평균 매출이 3억원을 넘는 브랜드가 전체 여성복 중 20%에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돌풍'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수준.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자라매장의 매출은 개점 초기만큼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수준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대박이 나면서 자라 옆에 자리잡은 다른 브랜드 매장의 매출이 덩달아 올라가는 효과까지 있었다고 하니, 이러한 파괴력으로 인해 업계의 눈과 귀는 자라의 신규매장이 과연 어디에 들어설 지에 쏠리고 있다.

급기야 올해 개점했거나 개점을 앞두고 있는 매장 5개 중에서 3개가 롯데와 무관하게 추진되는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한 상태.

자라는 4월30일 개점한 2개 점포에 이어 9월5일 명동 m플라자(구 유투존)에 3호점이 문을 열었고, 10월30일 건대 롯데스타시티점과 11월 분당점이 문을 열 예정인데, 코엑스와 m플라자는 롯데의 경쟁업체 매장이고 분당점은 독립 매장이다.

특히 롯데가 신세계와 혈투(?)를 벌여온 영등포상권에서 내년에 신세계와 손잡은 경방타임스퀘어에 자라가 입점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8월 보도된 데 이어 9월에 자라 1호점이 이미 들어가 있는 명동상권 내에 3호점이 들어서자 "제 도끼에 발등", "배반", "왕따" 등의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한 기사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일부 언론을 통해 영등포 경방타임스퀘어 외에 명동 눈스퀘어(구 아바타)와 신세계 센텀시티 등 3곳에서 2009년 자라의 신규매장 입점이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롯데를 향한 언론들의 동정과 조소의 시선은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명동 눈 스퀘어는 자라 1호점이 입점해 있는 명동 롯데 영플라자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은 편에 자리하고 있고, 부산의 센텀시티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한 블록에 나란히 서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 현재 자라 한국 1호점이 입점해 있는 명동 롯데영플라자와 3호점이 있는 m플라자(구 유투존) 사이에 또 하나의 자라 매장(지도에 ★표시)이 들어설지도 모른다고 한다. <다음 지도>

자라 “롯데는 불만 없대요”
 
신규 매장 입점과 관련된 일련의 보도에 대해 자라리테일코리아 측은 1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검토 및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서 그러한 이야기들이 전혀 사실무근인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내년에 영등포 경방타임스퀘어에 신규 매장 입점이 "확정됐다"는 등의 보도와 관련해서는 "내년 신규매장 입점 계획과 관련해 우리쪽에서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덧붙였다.

경방타임스퀘어 측에 따르면 “자라와 8월 중순에 입점을 확정하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한다.

자라리테일코리아 측은 국내에 새롭게 진출한 브랜드라는 입장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시일 안에 많은 매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올해 출점하는 매장 5개 중 3개가 롯데와 무관하게 들어서는 것에 대해 롯데 측도 불만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도 한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롯데와 자라 본사가 20대 80으로 합작회사를 설립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초부터 자라브랜드의 국내 진입에 롯데가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독점권을 요구할 수 있도록 약속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롯데 관계자는 "자라 본사 측은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국내 매장을 설치 또는 확장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자라 측의 입장을 두둔했다고 하며, 2일 본지와 통화한 관계자도 "거부권이나 비토권은 없지만 매장 확대에 대해 협의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라 본사가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국내 매장을 설치 또는 확장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면 롯데가 지난 몇 년간 자라와 손을 잡기 위해 공을 들였던 이유는 도대체 뭐였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편 롯데가 자라로부터 '왕따'를 당했다는 유의 보도가 쏟아져 나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4월30일 1·2호점 개장 관련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몇몇 불협화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라리테일코리아가 기자간담회나 사전행사를 진행하면서 롯데 측과 사전에 어떤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행사를 준비했고, 그에 따라 롯데 홍보실에서 출점 사전행사에 대해 아는 내용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일부 기자들에게 노출이 된 것이다.

롯데 홍보실이 자라의 운영에 대해 아는 내용이 별로 없다는 점은 첫 매장 개점으로부터 반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보인다.

롯데 측이 가지고 있는 자라 쪽 연락처가 한참 전에 바뀐 예전 사무실 전화번호였고, 자라 직원인 담당자 아무개씨가 오프닝행사 관련 업무만 담당하고 자라와의 거래가 끊겨진 모 홍보대행사 소속인 것으로 잘못 기재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상대편 담당자의 소속과 연락처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은 롯데가 자라에 먼저 연락을 한 일이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는 뜻이고, 이는 지분 20%를 가진 주주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자라의 운영에 대해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롯데의 현재 상황을 극명하게 웅변해주는 근거로 보인다.
 
취재 /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근황은 이곳으로 → 블로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 아델 2008/10/07 [15:10] 수정 | 삭제
  • 자라가 인기가 있기는 있나보네요. 롯데랑 관련된 기사가 여기저기 쏟아지는걸 보면~~
    타임스퀘어 입점계약은 체결된지 오래고..눈스퀘어도 거의 확실시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자라가 언론에 휘둘리기 싫은건지..공식적으로는 밝힐 수 없다고 하네요ㅋ
    암튼..아동복 라인도 얼른 들어오면 좋겠습니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