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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벼르던 두꺼비‥“수도권이나 지키자?”

진로 참이슬 VS 선양 오투린 '소주전쟁', 불발로 끝난 내막

김영수 기자 | 기사입력 2008/10/07 [15:44]
진로, 수도권 지키려 대전·충남 내주나?
 
오투린·참이슬 소주 전쟁, 결국 불발‥
 
2008년 소주전쟁이 불발로 끝났다. 국내 소주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진로가 선양을 허위과장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가 돌연 취하한 것. 공정위 제소를 두고 업계는 진로가 선양의 수도권 진출에 제동을 건다는 의견이 분분했었다. 이러한 강경 입장에서 공정위 제소 10일 만에 취하로 급선회 한 것을 두고 업계는 여러 가지 의견을 분분히 내놓고 있다. 한편 대전·충남 지역 점유율을 두고 경쟁해 왔던 선양은 예전부터 진로와 치열하게 다퉈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진로, 선양을 허위과장광고로 공정위에 제소, “대전·충남 소주시장 지킨다”
진로, 제소 10일만에 공정위 제소 취하, “수도권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대전·충남 지역 소주시장을 나눠오던 진로와 선양의 소주 전쟁이 진로의 후퇴로 빗겨나게 됐다. 이달 초 진로는 대전·충남 지역 소주업체인 선양은 허위과장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었다. 그런데 제소 열흘만인 지난 10일 돌연 공정위 제소를 취하한 것. 진로의 공정위 제소 취하로 2008년 첫 소주 전쟁이 불발로 끝마치게 됐다.

이번 진로의 공정위 제소와 취하 사건은 선양이 지난달 27일 신제품 소주인 ‘오투린’을 출시하면서 불거졌다. 선양은 ‘오투린’을 출시하면서 ‘오투린에는 산소가 3배 많아 1시간 일찍 깬다’는 광고전을 펼쳤다. 오투린은 지역 소주업체를 벗어나 수도권 입성을 계획하는 선양의 야심찬 신제품이다. 특히 오투린 출시를 위해 산소주입에 관한 기술 특허를 받는 등의 노력을 해 ‘산소술’을 만든 것이다.

그러자 진로는 선양의 광고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공정위 제소로 맞섰다.

인체의 알콜 분해 체계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또 각 개인의 특성상 알콜 해독 능력이 다르고 신체의 컨디션도 숙취해소에 큰 몫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소를 먹으면 술이 깬다는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는 이유였다.

또 오투린이 일반소주에 비해 산소함유량이 3배 많다고 하지만 그것을 모두 다 흡수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과장광고라는 주장이었다. 즉 소주병의 뚜껑을 따면 산소가 날아가 버릴 여지가 있음에도 그것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임의로 유리한 광고를 했다는 것이다.

▲이번 공정위 제소 취하는 선양을 오히려 광고해주는 꼴이 될 뿐만 아니라 수도권 시장 지키기가 우선이라는 진로의 판단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참이슬 소주
결국 진로는 이 같은 허위과장 광고 건으로 선양을 공정위에 제소됐다.

진로가 지방 중소업체인 선양의 신제품 ‘오투린’에 발 빠르게 대응하자 이를 두고 업계는 대전·충남지역의 소주 시장 주도권 싸움으로 봤다. 지난 몇 년간 진로와 선양은 대전·충남 지역의 소주 시장을 두고 엎치락뒤치락 1위 싸움을 지속해 왔다.
 
양사의 주도권 쟁탈전은 장학사업, 문화사업 등의 다양한 이벤트 전으로까지 번졌고 지역 소주 애호가들의 민심잡기에  온 힘을 다했다. 현재 양사는 소주시장에서 대등한 점유율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이다.

이때 선양에서 야심차게 산소소주인 ‘오투린’을 출시하자 진로 대전지부에서 선양의 신제품 출시가 지역 소주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해 공정위 제소를 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었다.

이어서 선양의 수도권 진입에 ‘딴지’를 놓겠다는 포석도 깔려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선양의 김광식 사장은 예전부터 진로의 소주시장 독주체제에 문제를 제기했었다. 그리고 줄곧 수도권 입성을 외쳐왔다. 김 사장은 “수도권 공략을 위해 도매업체, 식당,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신중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고 10%만 점유해도 선양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해왔다.

특히 이번 선양 ‘오투린’이 대전·충남 지역의 소주시장 점유율에 변동을 준다면 그 여세로 몰아 선양의 수도권 진출이 이뤄질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선양 관계자는 “만약 지역 점유율을 70%대로 끌어올린다면 본격적인 수도권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진로는 선양의 수도권 진입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공정위에 제소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로는 공정위 제소 10일 만에 돌연 취하를 결정했다. 허위과장 광고라는 제소 이유와 대전·충남지역 소주시장 점유율 지키기 그리고 선양의 수도권 진출 저지라는 실리가 있었음에도 취하를 한 것이다.

거대 소주기업이 지방중소업체를 상대로 공방을 벌이는 것에 대해 외부에서 보내는 시선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 분석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물론 진로라는 국내소주시장 점유율 1위 업체가 선양이라는 매출900억 규모의 지방중소업체를 공격하는 양상은 누가 보다 좋은 모습은 아니다.

▲진로가 대전·충남 지역중소업체인 선양을 허위과장광고로 공정위에 제소했다가 돌연 취하에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선양의 신제품 ‘오투린’
그러나 양사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7년에는 진로 참이슬의 무설탕 소주 광고에 선양은 두산과 힘을 합쳐 과장광고를 제기하고 나섰다.
 
무설탕 소주전쟁에서 선양은 진로 참이슬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설탕을 이제야 뺐다는 참이슬! 넣어본 적 없는 맑을 린!’이라는 포스터 광고를 해 저격수 역할을 했다. 무설탕 소주전쟁은 결국 공정위 제소로까지 이어졌다.

또 고병(쓰고 난 병) 논쟁도 있었다. 선양은 진로와 달리 자체 병 제조공장이 없어서 전체 소주  생산량의 85% 정도를 고병의 재활용 해 사용하고 있다. 이는 병 제조공장이 없기도 하거니와 고병 재활용 단가가 신병 구매단가보다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양의 고병 활용으로 진로는 대전·충남 지역에서 참이슬 소주병을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자 진로측은 선양이 재활용하는 고병의 90% 이상이 참이슬 병이라며 고물상에 웃돈을 얹어 사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선양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일축한 일도 있다.

이러한 정황이기에 진로가 ‘무시작전’을 펼치는 중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진로가 선양과 대전·충남지역에서 점유율 경쟁을 하고 있지만 전국적인 소주 판매량으로 보면 그 수치가 높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진로는 선양과 공정위 제소를 통해 공방을 벌인다면 수도권 입성 저지가 아닌 수도권 ‘무혈입성’을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진로와 선양이 공방전을 벌인다면 2008년 첫 소주전쟁 발발이 될 테고 그렇다면 언론은 선양의 ‘오투린’에 대해 자세히 소개할 것이 뻔하다.
 
이와 같이 전개된다면 일반 대중에게 선양을 홍보하는 기이한 상황으로 변질되고 말 수도 있는 것이다. 자칫하면 이 같은 상황이 선양의 수도권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다.

결국 진로의 입장에서 보면 공정위 제소 취소가 최선의 안이 되는 것이다. 진로 관계자도 “소비자를 위해 과장광고 제지를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취하를 했다”고 설명했다.

대전·충남지역에선 고전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수도권은 지켜내겠다는 진로의 확고한 의지가 느껴진다. 앞으로 선양의 수도권 진출을 시점으로 진로와 선양간의 소주전쟁은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소주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취재 / 김영수 기자  minikys@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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