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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롯데'의 위기?
'내수기업'이라는 별명 아닌 별명을 가진 롯데그룹은 최근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부쩍 자주 사용한다. 롯데가 삼성과 현대, lg처럼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롯데는 2004년 롯데제과의 인도 현지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등 이른바 vric's 국가들에 대한 공격적 진출을 단행한 데 이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신흥시장은 물론 미국까지 현지법인을 만들어 왔다.
이렇게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추진하기 이전부터 롯데는 일본에서 시작된 다국적 기업으로, 세계적인 껌 브랜드의 명성을 쌓으면서 세계 껌 시장 3위, 아시아 시장 1위의 아성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회사가 글로벌화 될수록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중국발 멜라민 파동 같은 국제적으로 발생하는 외부충격에 대한 감수성(?) 역시 함께 커져왔으며, 일부 해외법인의 경우 경기가 하락하는 가운데 현지화 실패가 겹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의 주요 사회·경제 이슈들과 이에 대한 롯데그룹의 다각적인 대응 움직임을 토대로 '글로벌 롯데' 전략에 이상은 없는지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이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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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외신, 국내 유통된 '슈디' 검출에는 무관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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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이 중국산 유제품이 함유된 국내 유통 식품 전반에 대한 멜라민 검사완료를 선언한 10월6일 현재까지 멜라민 검출로 인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시장에서 수거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제품은 총 12종이다.
여기에는 한국마즈와 한국네슬레 같은 다국적 식품회사의 한국법인이나 제이앤제이인터내셔널과 화통앤바방끄 같은 중소 무역업체도 있지만 롯데제과와 해태제과, 동서식품 같은 국내 유명 식품제조회사도 포함돼있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동서식품의 경우 한국마즈나 한국네슬레와 마찬가지로 회사의 최대주주인 다국적 기업 크래프트(나비스코)사의 중국법인이 생산한 제품을 수입·유통했고, 해태제과는 싱가포르회사가 100% 지분을 가진 중국회사의 제품을 주문자상표표시(oem) 방식으로 수입·유통한 것이어서 다국적 식품회사들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해당 제품을 취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롯데제과는 앞에서 언급한 회사들과 비교해 좀 특이하다. 중국에 세운 현지공장이 생산한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한데다, 그룹 계열의 또 다른 중국 현지법인이 전 세계에 수출한 과자제품에서도 멜라민이 다량으로 검출돼 멜라민 검출업체라는 국제적 오명을 옴팍 뒤집어쓰게 된 것이다.
'롯데'라는 브랜드가 '멜라민'이라는 키워드와 처음 연결된 것은 지난 9월25일. 중국령 마카오특별행정구 위생국이 마카오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국롯데식품유한공사(일명 롯데차이나푸드)의 초콜릿 쿠키제품 '코알라매치'에서 안전기준치의 24배를 넘는 1kg당 24mg의 고농도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롯데차이나푸드는 1994년 베이징에 설립된 회사로, 이 회사에서 제조된 껌·과자류 등의 제품은 중국 본토 판매는 물론 홍콩과 마카오, 동남아, 미주, 유럽 등 전세계 시장으로 수출되고 있어서 '롯데=멜라민'이라는 이미지를 전세계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롯데차이나푸드에서 생산한 초콜릿 쿠키 제품에서 멜라민이 다량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회사 지분 35.96%를 가지고 있는 롯데제과는 즉각 해명서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일본 롯데가 총괄하는 회사로, 해당 제품이 한국에 수입·판매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롯데제과의 즉각적인 해명과 대응은 불과 열흘 만에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롯데제과가 지분 90%를 소유하고 직접 운영하는 롯데칭따오푸드가 생산해 국내로 유통된 과자제품 슈디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발표가 10월4일 식약청에서 나온 것이다.
롯데제과는 9월26일자 해명에서 "식약청에서 '멜라민 여부'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는 '애플쨈 쿠키'는 롯데차이나푸드 법인과 전혀 상관이 없다"며 "이것이 유일하게 국내에 들어오는 제품으로 중국 칭다오 공장에서 생산돼 들어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애플쨈쿠키'는 한국의 롯데제과가 직접 통괄하는 중국 청도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한국 롯데 직원이 공장에 상주해 기술 및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당시의 설명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슈디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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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다국적 식품회사들과 함께 걸려들어 다행? |
글로벌 롯데 전략에 차질?
야후나 구글 등 영어를 사용하는 주요 검색사이트에서 롯데(lotte)와 멜라민(melamine)으로 검색하면 국내에서 유통된 슈디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뉴스는 거의 없다. ap통신이 서울발 기사를 하나 썼고, <코리아타임스>에 실린 기사 정도가 검색될 뿐이다.
검색되는 기사의 대부분은 새로 발견된 멜라민 함유 식품을 소식을 전하는 말미에 롯데차이나푸드가 전 세계에 수출한 초콜릿쿠키의 리콜 소식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는 정도이다.
역시 '다량 검출'이라는 측면에서 충격파가 적지는 않겠지만 다른 다국적 식품회사들도 대부분 함께 걸렸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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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글로벌 롯데' 전략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더 큰 문제는 롯데가 신규시장 진출에 있어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핵심변수인 '현지화'라는 도구를 지금까지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9월 개점한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이 극심한 매출부진을 겪으면서 4개월만에 70억여원의 손실을 입은 데 이어서 올해 8월 개점한 롯데백화점 베이징점 역시 개점 2개월이 지나도록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모스크바점은 '한국형 백화점'을 수출한다는 거창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은커녕 체형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출을 시도해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신동빈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고질적인 의문들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명품매장의 입점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점을 강행해 1층이 텅텅 빈 상태에서 영업을 시작했고, 유럽식 문화에 젖어있는 현지인들에게 한국식 쇼핑문화를 적용한 것도 맞지 않는 전략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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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러시아에서의 실패가 준 교훈은 러시아에서만 적용된 듯하다. 롯데백화점이 철저한 시장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 베이징에 1호점을 열었다가 매출이 오르지 않아 다시 낭패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베이징점은 우리나라의 내로라 하는 브랜드들이 입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매장의 하루 매출이 국내의 동네 슈퍼마켓 수준에도 못 미치는 30만∼45만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화점이 들어선 입지 자체가 별로 좋지 않은 데다가 진출 시점 자체도 일본계 백화점들이 철수를 본격화하고 주변 백화점들의 매출이 전년대비 50% 이상 폭락하는 등 경기가 가라앉는 시기였다는 점이 패착으로 지적된다.
롯데는 '내수기업'이라는 별명 외에 '현금 동원력이 가장 풍부한 기업'이라는 명성도 함께 가지고 있지만, 최근 엔화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재계를 놀라게 했다. ※ <사건의내막> 539호 참조.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 건설 자금 마련이나 대형 m&a용 실탄 축적이 아니냐는 여러 언론들의 문의를 모두 일축하고 "국내적·국제적 경제 및 금융 불안과 관련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재계에서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하지만 롯데가 최근 '글로벌 롯데'라는 장기 전략과제를 추진해나가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국내적·국제적 경제 및 금융 불안과 관련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롯데 측의 해명이 사실 그대로일 수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와 같이 무모한 해외 경영을 계속 이어가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취재 /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 [취재수첩] 멜라민 파동이 남긴 것 중국산 제품 많다는 것 피부로 절감 계기 싼값의 중국산 제품에 중독돼 '메이드인 차이나' 없이 단 하루도 살 수 없게 된 세계 기업들과 소비자들을 경악시킨 중국발 멜라민 파동은 돈벌이가 된다면 식품에 화공약품을 재료로 섞을 수도 있다는 중국인들의 엽기적 상상력(?)이 빚어낸 희비극이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터져나오는 엽기적인 식품 스캔들로 인해 중국산 제품 없이 살아보자는 '차이나 프리(china free)' 운동을 벌이는 민간단체가 생겨날 정도로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거부감은 확산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중국산 식품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사건의내막>이 539호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폭로내용을 인용해 보도한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은 중국과의 정상회담 선물로 수산물 수입 검역 기준을 대폭 완화해주었다. 멜라민 파동 초기 식약청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멜라민의 인체유해성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어느 나라 식약청이냐"는 비난이 쏟아졌고, 재중한국대사관에서 지난해 이미 관련 위험성을 보고했던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이번 멜라민 파동을 계기로 주재료를 제외한 대부분 재료의 원산지가 표기되지 않는 현재와 같이 부실한 원산지 표시규정을 하루라도 빨리 개선해 소비자들에게 최소한의 선택권을 지켜주기 위한 정부당국과 정치권의 움직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제품에 원산지를 표시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롯데제과 홈페이지에 롯데차이나푸드나 롯데칭따오푸드에서 일부 제품이 생산되어 국내로 들어온다는 내용 자체가 소개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롯데 입장에서는 금융감독원 공정공시의 실적보고서에 타법인 출자내역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관련 내용을 밝히고 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과자를 사먹는 아이들은 회사 홈페이지를 보지 공시자료를 뒤져보지는 않는다. 사실 한편으로는 중국 공장을 운영하는 다국적 식품회사들 입장에서 이번 멜라민 파동은 좀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식품에 멜라민을 섞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멜라민을 검사하지 않았다는 것도 나름 말은 된다. 하지만 2007년 초 중국산 애완동물 사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것을 시작으로 가축사료는 물론 치약에서까지 멜라민이 검출되는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세계적으로 수천 마리의 애완동물이 아프거나 죽는 일이 벌어졌다. 죽어가는 애완동물들을 보면서 사람이 먹는 식품에 멜라민을 넣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관점에서 멜라민 문제에 선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었고, 사전에 미리 대응했다면 멜라민 함유 분유를 먹은 중국의 아기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식품 농업 호텔 요식 캐터링서비스 관광 연초 및 유사산업 국제노동조합연맹'인 iuf는 10월1일 '멜라민 파문, 글로벌 브랜드의 현실을 폭로하다'는 논평에서 "중국 멜라민 분유 파동은 이제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의 약화를 초래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iuf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민중들은 그들이 먹는 비스킷, 아이스크림, 유제품이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갑작스럽게 알게 됐다"며, "기업들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중국 밖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안전하다고 안심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너무 늦었다"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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