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시 소방당국은 고 조기현, 김규재, 변재우 소방관들의 사망경위와 관련해 “화재진압과 인명구조를 위해 나이트클럽 안으로 들어갔다가 대형 조명시설과 천장구조물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순직한 것”으로 밝혔다. 그러나 소방발전협의회(전·현직 소방관 등 7200여 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임의단체, 이하 소발협)는 “화재현장 내부에 진입한 소방관들과 외부에서 화재진압을 지휘하는 지휘부 간의 통신두절, 자휘부의 대처능력 부족으로 인해 순직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소발협은 회원들의 제보를 근거로 제시하며 “순직자의 시신에는 타박흔적이 없고 사지가 경직된 상태였다는 증언으로 미루어 소방관들은 퇴로가 차단돼 홀에 갇혔고 1시간 이상 구조작업이 지연되면서 공기호흡기의 공기가 다 떨어져 질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은평소방서 측은 “사망진단서에도 나와 있듯이 순직소방관들의 사인은 압박 충격에 의한 압박사”라며 “대원들을 구조했을 때 얼굴과 코에 피가 많이 났다. 헬멧을 써서 특별한 외상은 없었지만 압박에 의한 충격으로 내부에 많은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은 소방관들의 순직경위를 둘러싼 소방당국과 소발협의 진실공방을 단독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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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발협은 지난 6일 ‘하위직 소방관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 8월20일 발생한 나이트클럽 화재 당시 3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원인과 정확한 진단,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소발협은 현장에 진입했던 소방관들이 갇혔을 때 지휘부가 구조요원을 빨리 투입하지 않은 이유와 질식사로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음에도 압박사로 밝힌 까닭, 통신두절의 책임을 관창수인 고인에게 돌린 점 등을 지적하며 소방당국의 은폐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나이트클럽 화재 진실공방
송인웅 운영위원장은 “나이트클럽 화재사건 이후 당시 상황에 대해 우리 쪽에 여러 제보가 들어왔다. 소발협에서 자체조사를 벌인 결과 소방관들의 순직이 단순히 건물천장 붕괴로 인한 사고가 아님을 알게 됐다”고 확신했다. 사건 당시 화재현장 내부에 진입한 소방관들과 외부에서 화재진압을 지휘하는 지휘부와 통신이 두절됐고 이에 대한 지휘부의 대처능력 부족으로 소방관들이 순직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번 나이트클럽 화재사건은 모 방송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집중 다룬 바 있다. 방송에서는 15명의 소방관이 정문과 후문으로 현장에 진입했고 이후 10분 정도 지나 녹번소대장이 ‘철수’를 외친 후 얼마 안 돼 3명의 소방관이 대형 조명시설과 천장구조물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순직한 사건으로 방영했다. 하지만 송 위원장은 “화재사건과 관련해 서울시에 민원 회신한 내용과 tv방송 내용, 소발협 회원들의 제보 및 증언을 토대로 자체 조사한 결과를 비교해 보면 모순되는 지점이 많고 지휘부의 늑장대처와 순직자의 사인 논란 등 의혹투성이였다”고 거듭 주장했다.
| 소발협 “순직자의 시신에 타박흔적 없고 사지 경직…질식사한 것” vs 은평서 “압박 충격에 의한 압박사. 얼굴 출혈 등 내부손상 심해” |
그는 “나이트클럽 화재사건 및 순직소방관들의 사망 경위와 관련해 서울특별시에 당시 무전상황 등 녹취록 내용, 출동부대 편성 현황과 진압과정, 순직자에게 무전기 지급유무, 관계지휘관 징계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해 답변을 받았다”며 서울시의 회신내용을 보내왔다. 이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는 “동료를 잃은 아픔을 이용해 의혹을 덮으려 하거나 모든 책임을 순직자 고인에게 전가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9월18일과 29일 송 위원장에게 보낸 회신내용은 이렇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지난 9월10일, 나이트클럽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 등 152명(본부 3, 은평소방서 116, 지원출동소방관서 등 33)이 참석한 가운데 화재상황별 보고 및 진압대책, 화재진압상 문제점 및 개선책 등 화재방어검토회의를 진행했다. 화재방어검토회의 주요내용을 보면 화재신고가 늦게 접수된 이유로 당시 화재가 발생했던 건물구조는 무장층이고 출입문이 잠겨 있어 당일 새벽 4시 30분경 영업이 끝난 후 화재가 1시간 이상 훈소 상태가 되도록 이를 발견하지 못해 신고가 지연된 점과 출입문이 잠겨 있어 건물 관계자에 의한 자체진화 등 초동조치가 미흡했던 점이 보고됐다.
또한 소방대원들의 사망경위에 대해 “무장층 건물이므로 화재진압과 혹시 있을지도 모를 인명구조 등을 위해 선임 관창수를 비롯한 6명이 내부로 진입해 활동 중 붕괴와 관련된 별다른 조짐도 없이 대형 조명시설과 천장구조물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안타깝게 순직한 사고”라고 평가했다. 소방당국은 해당 나이트클럽은 1992년 준공하고 1999년 증축한 후 20여 년이 된 오래된 건물이라 화재에 취약했을 것으로 판단, 특히 ‘샌드위치 패널’로 불리는 인슈패널에 불이 붙어 조명등과 각종 기구들의 하중을 견디지 못한 천장이 무너지면서 소방관들이 매몰돼 숨졌다고 밝힌 바 있다.
“압박사” vs “질식사”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순직자 무전기 지급 여부와 관련해 “은평소방서 녹번119안전센터는 무전기 6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센터장과 부센터장, 관창수, 이륜차담당, 펌프차량 운전원, 구급대원에게 각 1대씩 지급되어 있으나 당일 출동한 관창수는 본인이 무전기를 휴대하지 않고 내부에 진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한 관계지휘관 징계문제에 대해서는 “진압 과정 중 돌발 상황이 발생한 부분은 있으나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현장지휘관의 책임을 물어 처결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징계수위는 관할소방서장은 ‘엄중경고 및 인사조치’를, 주무과장은 ‘경징계’, 당시 현장지휘관인 진압팀장은 ‘중징계’, 녹번대 소대장인 부센터장은 ‘경징계’, 선착대(갈현대) 부센터장은 ‘훈계’토록 하는 등 해당자를 타서로 전보해 문책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지난 2001년 3월4일 홍제1동 주택화재로 6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사고에 대한 당시 지휘관계자 징계현황에 대해 “사고 당시 관할소방서 소방서장은 ‘경고 및 인사조치’ 했고 나머지 책임간부 4명도 ‘훈계 및 인사조치 했다”고 밝혔다. 홍제동 화재사건은 한 가정집에 난 불을 끄려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같은 소방서 대원 6명이 매몰돼 숨진 사고다. 7년 전 화재사건과 동일한 상황에서 이번 나이트클럽 화재사건이 발생하면서 건물의 재난관리등급과 소방활동안전관리수칙의 실효성과 소방지휘 체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 소발협 “소방관들과 지휘부간의 통신 두절 및 지휘부의 대처능력 부족으로 순직…당시 무전상황 등 녹취록과 순직경위 자료 공개해야” 주장 |
소방당국의 이 같은 해명에 대해 소발협 송 위원장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건물 내부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이 6명(서울소방재난본부)이든 15명(모 시사 프로그램)이든 순직한 3명의 소방관 외에 밖으로 나온 나머지 대원들이 있었기에 현장내부에 요구조자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는 것. 따라서 공기호흡기 사용시간 이내에 현장에 진입했던 소방관들이 탈출을 못했을 시 신속하게 구조요원을 투입해야 하지만 1시간 이상 구조작업이 지체되면서 소방관들의 순직을 방치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관창수가 내부에 갇혔기 때문에 소방호수를 따라 인명검색 조치를 취했다면 순직자들을 살릴 수 있었지만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의문으로 제기했다. 송 위원장은 “방송에 보도된 대로 소대장이 부대원들을 이끌고 건물 내부에 진입했다가 10분 후 ‘철수’를 외치면서 밖으로 나왔다면 내부에 일부 대원들이 갇힌 사실을 알았을 텐데 인명검색 및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현장지휘관이 소대원들이 갇힌 사실을 몰랐거나 위급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소방대원들의 사인을 ‘압박사’로 결론 내린 데 대해서도 그는 “제보에 따르면 순직자의 시신에 타박흔적이 없어 사지가 경직된 상태였다는 점으로 미루어 퇴로가 차단돼 공기호흡기의 공기가 떨어지면서 질식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한 소방당국이 ‘관창수였던 고인이 무전기를 휴대하지 않고 내부에 진입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송 위원장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에 따르면 관창수는 공기호흡기 면체를 쓰고 물을 뿌리는 공격수이기에 무전기를 소지해도 사용할 수가 없고 헬멧에 부착된 무전기능이 휴대용 무전기의 연결 잭 기능과 맞지 않아 호환성이 없어 무용지물이라는 것. 그는 “소방당국이 사태를 정확히 파악해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거짓과 은폐로 일관하고 심지어는 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여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더불어 “7년 전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면 지휘관과 대원 몇몇에게만 무전기를 지급할 게 아니라 모든 대원에게 무전기를 지급해 위사 시 지휘관에게 연락, 신속히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소방관들이 처한 현실, 특히 하위직 소방공무원들의 실상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2001년부터 올해까지 현장 활동 중 순직소방공무원은 66명, 평균 연간 8명의 소방관이 순직했지만 지휘관 등 소위 간부(지방소방위 또는 소방위 이상)는 한 명도 없다는 것. 그는 “모든 실마리는 당시 무전상황이 담긴 녹취록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며 “소방당국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이를 즉각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서울소방재난본부는 “당시 무전상황 등 녹취록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비공개대상정보)에 의해 비공개 대상”이라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또한 송 위원장이 재차 의혹을 제기한 무전기 지급 여부에 대해 “당일 무전기는 소대장과 고인이 된 관창수에게 각각 지급되었으나 소대장은 무전기를 소지했고 고인은 소지하지 않았으며 무전기의 성능은 이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송 위원장은 “비공개라고 했지만 모 시사 프로그램에 무전상황 일부가 공개됐기에 이는 필요한 부분만 공개하고 사실 확인에 있어 곤란한 부분은 비공개하겠다는 억측이다. 사건에 대한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녹취록을 비롯해 순직자들이 사망에 이른 경위 및 자료(의사 사망진단서 등), 관창수였던 고인에게 지급된 무전기와 헬멧에 부착된 무전기 성능 등을 공개하는 게 마땅하다”며 서울시에 정보공개 요청했다.
현장 지휘체계 의혹 증폭
소발협의 의혹 제기에 해당소방서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발끈했다. 은평소방서 대응관리과 화재조사팀 관계자는 “순직소방관들의 사인은 병원의사가 작성한 사망진단서에도 나와 있는데 ‘압박 충격에 의한 압박사’다. 대원들을 구조했을 당시 얼굴과 코 등에서 피를 많이 흘린 상태였는데 외상을 보기 위해 대원들의 피를 닦았고 곧바로 병원응급실로 옮겼다. 그런 내막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타박흔적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 교육을 받고 왔던 터라 나 또한 당시 들은 상황을 전하면 대원들이 헬멧을 썼기 때문에 직접적인 타격은 입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얼굴에 피가 많이 난 것은 천장이 무너지면서 받은 충격이 커 내부손상을 입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정확한 사인을 알기 위해 부검을 하려 했지만 유족들이 ‘고인을 두 번 죽게 할 수 없다’며 완강히 반대했다”며 “형제처럼 지낸 대원들을 잃은 우리들도 힘든데 왜 사건을 잘 알지도 못하는 3자들이 분탕질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분노했다.
| 소방당국 “화재진압과 인명구조를 위해 나이트클럽 안으로 들어갔다가 대형 조명시설과 천장구조물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순직, 현장지휘관 책임 물어 문책” |
그는 무전기 지급여부와 관련해 “소대장과 관창수에게 지급된 게 맞다”면서도 “고인이 현장에 안 가지고 간 것을 이제 와서 잘잘못을 따져 무슨 소용이 있나. 고인을 오히려 욕되게 하는 일”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당시 순직소방관들에 대한 구조가 1시간 이상 지연된 데 대해서는 “화재당시 건물천장이 무너지고 화염이 거세 입구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였다.
한 번이라도 현장에 와 본 사람이라면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를 위해 소대장을 비롯한 15명의 대원들이 건물내부로 진입했으나 소대장 바로 앞으로 천장구조물이 떨어졌고 소대장은 곧바로 ‘철수’를 외치면서 나머지 대원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는 것.
이후 건물 안에 갇힌 대원들을 구조하기 위해 재차 들어가려 했지만 무너진 틈 사이로 공기가 갑자기 유입되면서 화염이 일어 현장지휘관이 대원들의 진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화재조사팀 관계자는 “그 상황에서 대원들을 데리고 들어간다는 것은 죽음이기 때문에 현장지휘관으로서 더 많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막은 거다”며 “만약 5분이라도 늦게 떨어졌다면 더 많은 대원들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소방관들의 순직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현장 지휘체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지휘체계는 다들 알고 있듯이 안전수칙에 나와 있는 대로 하면 불을 못 끈다. 파출소에서 센터장이나 부센터장들은 ‘불이 나면 끄고 사람이 있으면 최우선으로 인명을 구조하라’는 사전명령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다. 만약 소방대원들이 건물이 언제 붕괴될지 모른다고 최고지휘관만을 기다리고 있다면 시민들한테 먼저 맞아 죽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즉 현재의 지휘체계는 사전에 약속된 것으로 소방관들은 이를 감수하고 따를 뿐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불이 치솟고 건물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일지라도 사람이 있으면 들어가서 인명을 구조하는 게 소방관의 의무이자 운명”이라면서도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3교대라고 하지만 인원이 없어서 대부분 2교대로 근무하고 있는 열악한 현실이다. 고된 업무를 하면서도 자부심 하나로 버티고 있는데 누구를 위한 단체인지 의심되는 소발협에서 자꾸만 이상한 방향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발협과 소방당국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순직소방관들의 사망경위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건의 단서를 쥐고 있는 화재 당시 무전상황이 담긴 녹취록과 순직소방관들의 사망경위가 담긴 자료 등과 관련해 소발협이 정보공개요청을 함에 따라 서울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취재/ 임민희 기자 bravo1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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