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의 시작은 미쟝센 샴푸였다. 길거리를 무심코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 화장품 가게 앞 ‘천원’짜리 미쟝센 샴푸의 출처가 궁금했던 기자는 화장품 소매상들의 유통과정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문점과 미쟝센 샴푸의 제조사인 아모레퍼시픽 간의 ‘제품 공급’을 둘러싼 오래된 공방전이 있었던 것. 아모레퍼시픽은 2004년 자사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브랜드샵 ‘휴플레이스’를 런칭하고 지난 9월 휴플레이스를 단독 브랜드샵인 ‘아리따움’으로 전환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아모레퍼시픽이 2004년 7월, 단독 브랜드샵을 런칭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의 제품을 판매해 오던 전문점들에게 제품공급을 조금씩 중단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브레이크뉴스>는 아모레퍼시픽이 단독브랜드샵을 운영하면서 흘러나오는 잡음들을 취재해 봤다.
| ▲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 전문점들에게 공급하고 있던 제품의 공급을 중단 해 전문점주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네이버 검색 화면 캡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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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휴플레이스 런칭 후 자사매장에만 제품 공급‥“잡음 많다!”
점주 b씨 “‘아리따움’의 실패 이후 다시 돌아와 팔아달라고 해도 안팔 것” 아모레 “소비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조치 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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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미샤, 더페이스샵 등 브랜드샵이라는 새로운 화장품 유통지도가 등장하면서 지난 2004년 7월 첫 선을 보인 아모레퍼시픽(대표이사 서경배)의 멀티브랜드샵인 휴플레이스. 휴플레이스는 다양한 뷰티체험과 카운셀링을 통해 고객의 욕구를 한번에 만족시키는 신개념 화장품 전문점을 표방하며 성장했다.
지난 9월 휴플레이스의 매장수는 1000여개. 2008년 7월을 기준으로 국내 브랜드샵 매장 수는 더페이스샵 580개, 미샤 350개, 스킨푸드 280개, 이니스프리 175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수는 단연 업계 최고다.
태평양의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기존의 휴플레이스에 대한 단점을 극복한 새로운 유통채널인 아리따움을 런칭하고, 전국 1000여개의 휴플레이스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화장품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아리따움으로의 전업의사를 물어 90%에 가까운 매장을 ‘아리따움’으로 옷을 갈아 입혔다.
문제는 아모레퍼시픽이 휴플레이스를 아리따움으로의 전환을 준비하던 지난 5월, 화장품 소매상으로 판매해 오던 아모레퍼시픽의 제품에 대해 ‘공급 중단’ 선언을 하면서 불거졌다.
| ▲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5월, 자사매장의 상권보호차원에서 ‘아리따움’ 매장이 아니면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전문점들에게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조신영 기자 | |
자사 매장의 상권 보호(?)
태평양은 아모레퍼시픽, 에뛰드 등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휴플레이스,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허브스테이션 등 브랜드샵을 운영해왔다. 아모레퍼시픽은 휴플레이스와 이니스프리 허브스테이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브랜드샵에 대한 사업을 강화해왔다. 휴플레이스는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의 제품으로 100%를 채우는 매장이 있었던가 하면, 아모레퍼시픽의 제품을 70%, 타사 제품을 30% 채우는 이른바 샵인샵 형태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휴플레이스를 아리따움으로 전환하면서 아리따움 매장을 100% 아모레퍼시픽의 제품으로 채우고 있다.
즉, 아모레퍼시픽은 일반 전문점 유통 비중을 줄여나가는 대신 자체 브랜드 샵인 휴플레이스나 이니스프리를 통한 비중을 늘여나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전문점들에게 공급하고 있던 제품의 공급을 중단했고, 아모레퍼시픽의 이 같은 전략에 전문점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기도 안양에서 종합화장품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아모레퍼시픽이 ‘아리따움’이라는 브랜드샵을 런칭하면서 태평양계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사실 아모레퍼시픽이 휴플레이스를 런칭한 지난 2004년부터 일부 제품을 공급받지 못해 전문점주들의 불만과 원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아모레퍼시픽이 휴플레이스를 운영할 때는 그나마 공급받던 제품들이 있었다”며 “그러나 지난 5월, 아모레퍼시픽이 자회사 브랜드샵의 상권보호차원에서 ‘아리따움’ 매장이 아니면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공급중단’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a씨는 “태평양은 국내 화장품업계에서 점유율이 60% 가량 될 만큼 큰 업체”라며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공급받지 못해 현재는 다른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 해 실적을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아모레퍼시픽이 주요 제품들에 대해서는 공급을 중단했지만, 모텔이나 찜질방에 들어가는 비인기 화장품들은 소매상에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난 20여년간 태평양의 제품을 많이 팔아왔는데 자사 매장의 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한순간에 ‘공급중단’을 선언한 것은 도의에 어긋나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매장 밖 진열대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미쟝센’은 대리점에서 전화가 오면 그때그때 받아오는 것인데, 이 사실이 드러나면 이마저도 못 받게 될까 걱정된다며 말을 아꼈다.
2004년부터 불거진 ‘제품공급’ 문제
사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2004년, 아모레퍼시픽이 아이오페 신제품을 휴플레이스에만 공급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화장품전문점협회(이하 전문점협회)와 아모레퍼시픽은 전문점 제품공급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아모레퍼시픽은 당시 “새로나온 아이오페 제품은 기존 제품과는 성분과 함량이 전혀 다른 신제품이며 이를 전문점 이외의 유통경로를 통해 공급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제품의 효능·효과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판매가 불가하므로 집중적 교육이 가능한 곳에만 제품을 공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점협회는 “전문점에 대한 아이오페 제품 공급 중단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행위”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제품에 대한 브랜드와 가격관리를 위해 향후 기존 전문점과 브랜드샵이 차별화 되도록 시판 영업정책을 펼쳐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의 제품은 종합화장품 기능성 제품이 많아 코스메티컬 브랜드에 적합한 카운셀링을 위해 휴플레이스로만 제품들을 공급하게 된 것이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공정위로부터 적법하다는 판정을 받은바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화장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그 밖의 소비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품 뿐 아니라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이른바 멀티브랜드샵 ‘아리따움’을 런칭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점협회의 회원인 b씨는 “사실 공정위가 태평양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 전문점주들의 많은 반발이 있었다”며 “전문점들은 휴플레이스 런칭 이후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받지 못하게 됐고, 이후 시세이도, 랑콤과 같은 외국 유명 화장품 업체의 제품으로 자리를 채웠다”고 밝혔다.
또한 b씨는 “휴플레이스 이후 아모레퍼시픽의 제품 없이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은 아모레퍼시픽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탈피한 상황”이라며 “다만,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전문점주들의 민심이 떠난 상황이기 때문에 ‘아리따움’의 실패 이후 다시 돌아와 팔아달라고 해도 절대 안팔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조신영 기자 aj82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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