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은 동부그룹을 시작으로 증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유동성위기설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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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0대 재벌그룹 중 20여 곳이 자금난에 봉착해 가고 있다.”
지난달 중순경부터 증권가 일각에서 퍼져나가던 이 같은 소식이 지난달 27일 증권업계 및 재벌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 비주류 언론사의 타전 이후 다시금 국내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었지만 국내 주가가 반등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 같은 일각의 주장은 지목된 기업들의 사업 실패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그에 따른 자산도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업의 유지비용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 결국 자금압박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작년 이후 건설업계를 시작으로 태풍처럼 다가왔던 흑자부도의 우려인 것.
이러한 분석 자료들은 은행권 등 주요 금융기관들의 2009년도 실물경제 예측과 자금운용에 대한 주요 지표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 계열사별 현금성 자산 분석
이 같은 분석의 근거가 된 지표는 2008년 상반기 보고서의 재무재표상 나와 있는 현금흐름표. 현금흐름표. 현금흐름표란 해당기업의 사업활동 과정에서 변화하는 현금의 유입과 유출을 일목요연하게 표시한 장부다.
그러므로 현금흐름이 플러스일 경우 회사의 자산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며 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되면 사업의 실패로 인해 회사의 자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일반적으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2년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기업은 대출 상환 능력이 없거나 현저히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이 때문에 이 같은 기업들은 대출주의대상으로 분류해 신규대출을 가급적 피할 뿐 아니라 기존 대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상환압력을 가하게 된다.
동부그룹이 제출한 반기보고서 중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동부정밀화학, 동부건설, 동부증권, 동부하이텍, 동부캐피탈 등 5개 기업에서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큰 폭으로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 투자전문가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흐름 감소 지속되면 사업 및 대출상환 능력 의심 받아” |
문제는 이들 5개 기업은 반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 일반적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흑자를 기록했을 경우 현금흐름이 상승하게 된다. 동부그룹의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것.
동부정밀화학의 경우 지난 상반기 13억8000만원의 순이익에도 불구하고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7억7000만원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부건설은 11억3000만원의 흑자에 129억원의 현금흐름 감소를 기록했으며 동부증권은 14억원의 반기순이익을 거뒀지만 132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동부하이텍도 23억4000만원의 흑자에도 불구하고 117억2000만원의 현금흐름 감소를 경험했으며 동부케피탈은 1억3000만원의 반기순이익 흑자에도 불구하고 20억1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동부그룹 5개 계열사들이 영업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적 경기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건전성 악화를 막아내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
이와 같은 분석은 2007년 상반기 실적과 비교할 경우 동부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4개사들이 반기순이익에서 최소한 2배 이상의 증가세를 기록하는 중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현금흐름 상 심각성은 더욱 크게 나타난다.
이와 관련 한 투자전문가는 “현금흐름표 상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회사의 현금자산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 원인으로는 당기순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했을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적정이윤을 확보하지 못한 채 노마진, 역마진 매출을 감행할 경우도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우는 일반적으로 특정 그룹 혹은 기업이 신규사업을 시작할 때나 시장지배력 증대를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마진과 이윤을 고려치 않고 영업에 몰두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 하지만 동부그룹의 5개 계열사들은 모두가 동종업계 내에서 일정 규모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온 중견 기업체일 뿐 아니라 특별히 어떤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마진을 무시한 채 출혈 매출을 벌이지도 않았다.
이 외에도 환헤지 실패, 유가 및 원자재 폭등으로 인한 과도한 지출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점쳐볼 수도 있지만 동부그룹에 이 같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원인모를 어떤 이유 때문에 매출과 영업에서 성공적인 순이익을 실현함에도 불구하고 그룹에 현금이 줄어드는 사태에 직면해 있다는 것. 만약 순이익에서 적자가 발생하게 되면 현금흐름의 감소폭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한 예로 동부정밀화학은 2008년 상반기 반기순이익 흑자폭이 2007년 상반기 대비 481.7%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오히려 246.4% 감소했다. 또 동부캐피탈은 2008년 상반기 순이익에서 전년동기 대비 51.6% 줄어들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180.4% 감소했다. 특히 동부케피탈은 2007년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25억1000만원 유입됐지만 지난 상반기에는 오히려 20억2000만원이 줄어들었다.
동부그룹 주가, 6일 기점으로 하락
세계 금융시장의 파고 속에서도 나름대로 가치를 회복해 가던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지난 6일을 기점으로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먼저 반기순이익 증가율과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의 감소세의 반비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줬던 동부정밀화학은 지난달 21일 1만1300원이던 주가가 일주일 단위로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며 지난 6일 91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8월 1만7000원 대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아직도 불만족스러운 수치다.
| 동부그룹 “잠깐 회자된 후 사라진 것은 사실무근임을 시장에서 인정한 결과” |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금융 상황 속에서 1만원 대를 유지해 온 것에 대해 나름대로 선방으로 평가했다. 비록 지난달 23일 이후 1만원 선이 무너지기는 했으나 이달 3일 이후 금융권의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어 지난 5일 결국 주당 1만원 선을 회복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그 같은 노력이 지난 6일 1만원 대 주가를 지키지 못하면서 다시금 전망을 암울하게 했다. 특히 동부정밀화학의 이날 주가 하락률은 지난달 23일 이후 2주 만에 가장 급격했다.
또한 이번 반기 보고서 중 현금흐름표 상 가장 위태하게 여겨진 동부건설도 지난 5일 오르던 주가가 다음날 소폭 하락을 거듭하며 조정에 들어갔다.
동부증권도 일주일간 상승세를 기록하던 주가가 지난 6일 한꺼번에 주저앉았으며 동부하이텍도 일주일 동안 끌어 올렸던 주가를 6일 단 하루만에 끌어내렸다.
이 같은 주가추이와 관련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펀더맨털 등을 봤을 때 자금압박이나 기타 모 중견그룹과 같이 급박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은 다분히 상상에 불과할 뿐 현실적인 설득력은 부족하다. 지난 6일의 일제 하락은 단순한 주가조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한 투자자는 “지금 당장 동부그룹의 경영에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동의하면서도 “하지만 이 같은 순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의 감소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지 않는다면 자칫 악순환의 연결고리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예의 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동부그룹을 원한다”
이와 관련, 동부그룹은 “일부 매체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다룬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시장에서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동부그룹 한 관계자는 “문제라고 거론되는 5곳의 영업실적을 보면 동부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4개 회사의 2008년 상반기 매출, 영업이익, 반기순이익 등의 실적이 전기(2007년도) 및 전년동기(2007년도 상반기) 대비 큰 폭 약진을 거듭했다”며 “돈을 벌어들였는데 자금사정이 더욱 나빠졌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논리”라고 일축했다.
반면 현금흐름표 상의 심각한 유출에 대해서는 이러다 할 답변을 주지 못했다.
특히 지난 5일 이 관계자는 “최근 우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며 “만약 우리에게 자금압박 등 모 중견그룹과 같은 문제점이 내재돼 있다면 시장에서 이 같은 관심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시장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처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취재 / 박현군 기자 human0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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