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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출신 국회의원 ‘LG 왕따 사건’ 직격탄

2007년 이어 2008 국감 이슈로 나왔다 불발탄 그친 내막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8/11/11 [19:57]
고등법원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법관 출신의 국회의원이 대검찰청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lg전자 왕따 이메일 사건' 관련 서면질의를 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대검찰청이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은 지난 10월20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검찰, 유전무죄 무전유죄인가? lg전자 왕따메일 사건'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lg전자 왕따 이메일 사건'은 <사건의내막>이 그동안 여러 차례 심층 추적보도를 통해 다뤄왔으며, 지난 3월에는 검찰의 불기소로 인한 피해에 대해 최초로 국가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 의원의 자료는 이날의 국감 주요이슈로 쌀농사 직불금 문제와 한국타이어 연쇄 사망 사건 등 최근 큰 파장을 낳고 있는 사안들에 밀려 구두질의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이 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건의내막>은 홍 의원의 구두질의를 계기로 'lg전자 왕따 이메일 사건'을 다시 환기하고, 이 사건이 정치권에서 다뤄져온 역사를 되짚어 보았다.
 
▲ 10월20일 있었던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홍일표 의원     © 브레이크뉴스

홍일표 의원 “lg 왕따 메일사건, 유전무죄?”

올해 국감에서도 ‘lg전자 왕따 이메일 사건’ 이슈로 나와

“검찰, 억울하게 무고 당한 시민은 기소하면서
무고자에 대한 소환조사 한 번도 없었다니…”

홍일표 의원은 "지난 3월에 검찰 불기소로 인한 피해에 대하여 최초로 국가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며, "법원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경험칙, 논리칙상 합리성을 심히 결여한 위법한 판단으로 보고 국가가 원고에게 1000만원을 배상할 것을 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은 "이 사건은 일명 왕따 메일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사건인데 7년이나 끌어온 사건이고 지난 국감(2006년)에서도 지적된 사건이라 검찰에서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사건의 개요를 설명했다.

▲ 사법피해자모임 총무로 활동하고 있는 정국정 전 lg전자 직원.     © 브레이크뉴스
※ 홍 의원이 설명한 사건의 개요 : lg전자에 근무하던 정국정씨가 1996년 본사와 하청업체 사이의 비리 의혹을 회사에 고발했다가 오히려 승진에서 거듭 탈락한 끝에 구조조정 대상자로 지목됐고 정씨가 이에 반발하자 급기야 정씨에게는 pc를 비롯한 회사 비품을 일절 사용 못하도록 하라는 '왕따 메일'까지 등장한 사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내부고발자를 격려는 못할망정 집단으로 따돌리고 '왕따메일'이라는 저질적인 행태를 보인 것만 해도 어이가 없는데 lg전자는 한술 더 떠서 '사문서 위조'라는 누명을 씌워 정씨를 무고하기까지 했다.

홍 의원은 "더욱 가관인 것은 이후 사측과 투쟁하는 정씨를 괴롭히는 데 검찰이 한몫 거들었다는 사실"이라며, "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할 검찰이 사측의 말만 믿고 정씨에 대해 '사문서 위조혐의'로 기소하여 이후 무죄확정판결을 받게 되기까지 3년간 정씨에게 심신의 고통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뿐만이 아니다. 정씨가 자신의 사문서 위조 혐의를 다투는 법정에서 위증을 한 김씨에 대해 고소하자 남부지검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결국 정씨가 항고하여 서울고검이 직권 기소한 끝에 김씨의 위증죄가 인정되어 징역 6월형이 선고되었다"고 홍 의원은 설명했다.

홍 의원은 "저는 죄가 없는 사람은 기소하고 죄가 있는 사람은 불기소하는 것이 우리나라 검찰이 하는 일인지 몰랐다"며, "이러니 국민들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 한탄할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사측과 투쟁하는 정씨를
괴롭히는 데 검찰이 한 몫 거들었다는 사실”

 
홍 의원은 또한 "검찰은 수년간 투쟁해온 정씨의 말은 흘려들으면서 정씨에 의해 무고죄로 고소당한 구자홍 회장에 대해서는 소환도 없이 서면진술만 믿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며, 검찰의 행태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했다.

▲ 구자홍 ls그룹 회장.     © 브레이크뉴스
서울고검에서 구자홍 회장이 2000년 9월경 1, 2차 보고서에 필요시 협의하라고 지시·서명한 사실을 근거로 실제 지시자에 대한 무고죄의 처벌 필요성을 들어 재기수사명령을 내렸지만 재기수사를 담당한 남부지검은 역시 구자홍과 lg측 인사의 진술을 토대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때에도 구자홍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없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지검이 고검의 재기수사명령을 세 번이나 받았다. 정씨가 기소하면 검찰은 불기소하고 고검에서 기업 전체 차원에서 사건의 은폐나 범법행위가 없는지 치밀하게 따져보라고 재기수사명령을 내리면 지검에서는 또 사건을 끌다가 불기소한다.

홍 의원은 "이런 일이 3차례나 반복된 것"이라며, "사건 담당 검사가 30명이 넘었다는데 게다가 이 과정에서 구자홍 회장에 대한 단 한 차례 소환조사도 없었다"고 꼬집고, "이렇게 사건을 탁구공마냥 검찰끼리 넘겨주고 넘겨받기만 하다 작년 7월9일에 구자홍 회장 외 관련자들의 무고죄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정씨를 모해위증하고 복역한 김씨가 출소 후에 승진까지 해서 (구속 당시 근무 부서가 lg전자에서 분사한) lg엔시스에 근무하고 있다"며, "회사 규정에 의하면 파면당해야 할 죄를 지었음에도 복직해서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김씨의 위증배후에 회사가 조직적으로 개입되어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누구나 들법하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그런데도 검찰은 구자홍 회장은 물론이고 (공범인) 한○○, 이○○ 등의 진술이 일관된다는 점을 토대로 계속해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며, "위증죄로 형까지 살고 나온 직원을 승진시켜주는 기업 측 인사의 진술만 믿고 거듭되는 재기수사명령에도 불구하고 계속 불기소 처분을 하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이러니까 국민들이 검찰을 불신하고 법질서가 바로 서질 않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검찰은 기소권은 검찰의 재량이니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법원의 국가배상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검찰이 죄 없는 사람을 기소해서 3년이나 괴롭히고, 그 피해자를 무고한 자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합리적이지 못한 이유로 불기소하였는데 그것을 배상하지 않으면 도대체 피해자의 억울함은 어떻게 풀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엄연히 검찰이 잘못해서 시민에게 손해를 끼쳤으니 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법과 정의가 존중되고 법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려면 대기업 회장과 평사원 모두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며, "검찰이 대기업의 부당한 횡포에 맞서 싸우는 힘없는 시민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가진 자의 편에 서서 엄연히 유죄인 자를 불기소 처분하고 혐의에 대해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검찰의 불합리한 불기소처분으로 공소시효가 지나버린 정국정씨 무고사건에 대해서 담당검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검찰청장에게 "정씨에 대한 국가배상판결에 대한 견해를 밝혀 주시고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소재를 밝힐 의향이 있는지" 질의했다.



정치권과 ‘lg 왕따 메일 사건’의 인연

이제는 '공익제보자'의 대명사처럼 유명해진 '정국정'이라는 이름이 처음 언론에 등장한 것은 지난 2001년 10월이었고, <사건의내막>이 'lg전자 왕따 이메일 사건'에 주목하고 그 전모를 추적해 온 것은 2005년 2월부터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이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2006년 국정감사가 처음이었고, 2007년 국정감사에서는 이 문제를 다루려는 시도만 있었을 뿐 당시 정치쟁점에 밀려 실제 구두·서면 어떤 형식으로도 다뤄지지 않았다.

▲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lg전자 왕따 이메일 사건 관련 구자홍과 정국정 두 사람에 대한 증인신청을 제출했던 이상민 의원.     © 브레이크뉴스
2006년 국정감사에서 'lg전자 왕따 이메일 사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과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현 자유선진당)으로, 두 사람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속의 법조인 출신이며, 올해 재선에 성공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특히 2006년 10월17일 서울고등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최병국 의원은 대검 공안부장과 중수부장 등의 검찰 고위직을 두루 거친 검사 출신으로서 친정을 상대로 극히 곤란한(?) 질의를 한 사실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최 의원은 이듬해 국회 법사위 위원장, 이상민 의원은 법사위의 열린우리당 간사로 활동하게 되었고, 이 의원이 이 사건 핵심 당사자인 정국정과 사건 당시 lg전자 사장이었던 구자홍 ls그룹 회장에 대한 증인채택 신청서를 제출해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국정·구자홍 두 사람에 대한 증인채택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국회 회의록을 뒤져보면,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야인 시절 행적에 있어 핵심 키워드인 bbk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이 사안이 관심권에서 밀려나는 과정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치권이 정치현안에 휩쓸리면서 이 사건 관련 증인채택이 이뤄지지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는 '쌀농사 직불금 문제'로 모든 관심이 쏠리면서 홍일표 의원의 구두질의가 성사되지 못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홍 의원은 1984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해 서울고등법원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고위법관 출신의 초선의원으로, 대검 중수부장 출신인 최병국 의원과 비교된다.

검사 출신 재선의원이 친정을 상대로 곤란한 질의를 했던 것처럼 판사 출신 초선의원이 사법부의 판결문을 중심으로 이 사건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것이다

검사 출신 의원 첫 질의, 판사 출신 초선의원 다시 제기

2006년 국감 질의에 대한 검찰 조치 답변 전혀 이행 안돼
 
홍일표 의원실에 따르면 국정감사로부터 2주가 지난 11월3일 현재까지 서면 질의에 대한 대검의 공식적 답변은 돌아오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국회법에 따르면 정부는 질문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답변해야 하며, 기간 내에 답변하지 못할 경우 그 이유와 답변 가능 기한을 국회에 통지해야 하지만 기한을 제대로 지키는 기관이 오히려 드물더라는 설명이 따라 붙는다.


▲ 2006년 국정감사에서 lg전자 왕따 이메일 사건을 처음 제기했던 최병국 의원     © 브레이크뉴스
2006년 최병국 의원의 질의에 대한 서울고검의 서면답변은 알맹이가 없는 것이었다. 사건처리 내역을 그대로 반복 기재하고, "통상의 사건처리 절차에 따라 처리되었고, 앞으로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수사하여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 붙었을 뿐이다.

특히 당시 서울고검의 답변에는 "전자메일 원본 등 존재규명, 녹음테이프 압수 및 당시 lg전자 회사 직원 조사 등에 관하여 보완수사명령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 수사를 맡은 서울남부지검은 압수수색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이 기초적인 수사 시도 자체를 하지 않은 채로 이 사건에 대해 다시 한 번 "공소권 없음"이라는 처분을 내리면서 내세운 명분은 "입건해 수사하는 데 따른 실익이 없다"는 것이었다.

2007년 국감에서 정국정·구자홍 두 사람에 대한 증인신청을 시도했던 이상민 의원은 2006년 국감에서도 당시 법무부장관에게 수차례에 걸쳐 이 사안을 챙겨달라고 요청했고, 김성호 장관도 관심을 가지고 챙겨보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17대 국회가 채택한 '2006년도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에는 "lg전자 구자홍 대표이사 무고죄 고소 사건 관련, 고검이 4번의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고검이 직수(직접 수사)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수사 필요"라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고검의 직수가 이루어지기는커녕 서울남부지검의 '공소권 없음'이라는 결론이 반복되면서 마침내 구자홍 회장의 '무고죄' 공소시효가 만료되었고, 이 문제는 다시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을 위기에 봉착해 있다.

현재 정국정씨가 이 사건과 관련해 진행하고 있는 소송은 총 4건이다.

전 직장동료와 상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 따돌림에 따른 정신적 피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정씨의 무죄로 입증된) '사문서 위조 고소 및 모해 위증' 사건과 관련해 구자홍 전 대표이사를 상대로 제기한 '방조 등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소송',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검사 등을 상대로 한 '국가상대 손해배상소송' 그리고 lg전자에 대한 '해고무효 확인 소송'이 그 4건이다.

앞의 3건은 정씨가 1심에서 승소했고, 마지막 '해고무효 확인 소송'은 1심에서 패소했으며, 이 4건 모두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사건의내막>은 이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추적보도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취재 / 김경탁 기자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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