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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간첩 원정화 모든 혐의 인정하고 항소 포기 5년형 확정 |
촛불집회, 종교편향 등으로 사회가 시끄럽던 지난 8월, 우리는 또 다른 놀라운 사실을 접했다. 북한의 여간첩이 자신의 성을 도구로 간첩활동을 벌이다 체포됐다는 발표가 있었던 것.
‘한국판 마타하리’라고 불린 북한의 여간첩 원정화(34)의 뒤에는 ‘미녀간첩’, ‘성로비’, ‘미인계’ 등의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꼬리표가 따라붙었고, 당시 대다수 언론들은 미모를 바탕으로 군 장교를 포섭해 기밀을 빼내려 했던 원정화의 행적을 앞다퉈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 11월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원정화에 대한 이야기 외에 중국과 일본에서도 활동했다는 그녀의 동선을 추적, 원정화 간첩사건의 미스터리를 재구성했다.
원정화는 거짓말쟁이?
현재 원정화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항소를 포기, 5년형이 확정된 상황이다. 하지만 많은 탈북자들은 원정화의 자백을 중심으로 한 합동수사본부의 수사 결과 발표와 공소 내용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sbs ‘그것이 알고싶다’ 취재진이 만나본 원정화의 지인들 또한 평상시 그녀의 생활태도와 행동을 고려했을 때 간첩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먼저 지난해 원정화를 취재했던 모 월간지 기자는 원씨의 첫 인상에 대해 “깡 마른 몸에 노란색, 빨간색 원색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취재를 마친 원씨가 “군인, 경찰 등 제복 입은 사람들이 의리가 있어서 좋다”고 속내를 비추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씨가 간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원정화의 말투와 애교에 많은 남성들이 넘어갔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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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의 사정을 잘 아는 탈북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여러 탈북자들은 원씨의 간첩활동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탈북자들은 원정화가 북한 보위부의 지령을 받은 간첩이라는 사실에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에서 탈북자나 남측 정보요원들을 납치해 북송하는 활동은 보위부 소관이지만 공작원을 남파하거나 특정인에 대한 암살을 지령하는 대남 공작기관은 노동당 대외연락부나 작전부 담당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탈북자는 “북한 보위부에서 남한에 간첩을 파견한 역사가 없다”면서 “원정화의 진술은 70%이상 과장됐다. 아무리 봐도 고위급의 간첩이 아니다 자기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해 남한으로 들어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이 더욱 흥미로웠던 점은 원정화가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sbs에 제보를 했었다는 데 있다.
당시 취재테이프에는 재혼결혼정보업체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을 하는 원씨의 모습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주변 사람들과 불화를 겪는 원시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는 간첩이라고 알려진 그녀의 행동을 해석하는데 의미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
원정화의 남자들은 누구?
그런가 하면 탈북 이후 원씨가 만난 남자들은 수사 발표와 같이 군인과 경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평범한 회사원부터 신용불량자까지 다양했다.
원정화가 영향력 있는 간첩이라면 아무런 정보력도 없는 그들을 만난 이유는 무엇일까. 여간첩 원정화의 포섭대상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어 상부의 지시에 따라 간첩 행위를 했다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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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2004년 남한에서 원정화와 결혼식을 올린 적이 있는 한 남성은 “지인의 소개로 만나 결혼에 성공했지만 원씨는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고 3개월의 결혼생활동안 1개월 정도밖에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씨가 이 남성에게 원한 것도 물론 돈이었다. 해당 남성에 따르면 결혼 이후 원씨는 남편을 설득 자신의 사업에 투자하도록 부추기고 대출을 받게 해 3000만원을 손에 넣었다.
그런가 하면 일본에서도 간첩활동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 원씨와 함께 일본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한 탈북여성은 “일본에서 간첩활동 한 적 없다”고 못박았다.
일본에 있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맞선을 보러 함께 간 경험이 있는데 장소가 도시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농촌이었기 때문에 차가 없이는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어려웠고 하루 종일 원씨와 함께 있었다는 설명이다.
원씨의 맞선을 주선했던 결혼정보업체 관계자 또한 “간첩활동을 하려고 했다면 교통이 편하거나 가까운 곳에 공중전화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현지답사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곳에서 간접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원정화 소식이 일본까지 전해지자 일본 당국에서도 원정화의 간첩활동에 대해 수사했지만 별다른 혐의 사항을 발표하지 않았다.
불똥은 탈북자들에게…
이날 방송은 “원정화의 간첩사건이 조작됐다거나 원정화가 간첩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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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원정화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건 이후 1만5000명의 탈북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이유에서다.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간첩의 존재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탈북자들이 원정화 사건 때문에 사회에서 격리당하고 배제당하고 있다.
결혼을 앞둔 탈북자 청년은 원씨 사건 이후 결혼식이 잠정 중단됐고, 초등학교를 다니는 탈북아동은 탈북자라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원씨와 함께 지낸 적이 있는 한 탈북여성은 “정화가 재판에서 모든 죄를 인정한다고 했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세월이 흘러도 좋으니 진실을 밝혀 달라”고 말했다.
사건이 일어난지 석 달. 원정화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것을 무엇일까. 당초 수사당국의 발표와는 달리 이날 방송에서 우리가 본 것은 “빚 때문에 간첩질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주위 사람들과 돈 문제로 다투던 탈북여성의 모습이었다.
원정화의 이런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남파 간첩들과는 많은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 사건을 둘러싼 추측과 의혹만이 남겨진 지금, 마타하리라는 원색적인 포장을 벗겨낸 원정화 사건의 실체가 더욱 궁금해진다.
취재 / 이보배 기자 bobae383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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