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찬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바람난 계절』 도서출판 시문학사에 출간 되었다. 요즘 현대시는 물체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상식적인 이해를 바탕에 두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지속성과 결속력으로 연속적인 표현을 한다. 접촉을 통한 인과성을 나타내는 게 아니라 직관적 물리학을 기본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언어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지도 않으며 순서를 뒤바꾸는 역설의 작위적인 작품을 지향하지도 않는다. 사물과 사물 사이의 틀을 비집고 들어가 내부에서 분열된 사유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읽는 독자들은 처음 대할 때는 약간의 혼란을 겪기도 하지만 이내 동요되어 언어의 정체성을 새롭게 이뤄낸 시인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시는 외형적인 면이 강한 것 같아도 내부에서 일어난 감정이 사물과 어우러져 부드럽게 정화된 언어의 꽃이다. 순발력과 과감한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 삶의 과정을 밟으며 이뤄낸 언어의 정점이다.
다섯 권이 시집에 이어 8년 만에 출간하는 시집으로 삶의 후반부를 살아가면서도 청춘의 향기가 솟구치는 힘을 보여준다. 해설을 쓴 유성호 평론가는 "현실과의 소통, 사물과의 화응을 통해 남다른 서정의 깊이를 축조한 미학적 결실이며, 역사와의 길항 과정을 보여준 어떤 축도와도 같다"라고 평설을 했는데 이는 안재찬 시인의 시적 감각이 그만큼 현실에 뒤처지지 않는 젊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첫 번째 시 「승강기」를 비롯하여 마지막 시 「향전 푼수」까지 무려 100편의 작품을 엮은 이번 시집의 특징은 삶의 현장 어느 곳 하나 빼놓지 않고 서정과 서사를 아우르는데 있다고 보인다. 장장 231페이지로 출간된 시집이다. 특히 장편 「산맥」은 700행이 넘는 서사성 작품으로 우리의 생활 역사와 함께 오해와 진실이 혼합된 현대의 광기 어린 사회상을 고발하고 치유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인생 후반부를 살아가며 병마와 싸우는 노익장을 과감하게 보여주는 시인의 눈길은 앞으로도 한결같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집이 또 다른 길잡이가 될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생애 뒤뜰을 기웃거리고 싶을 때가 있다. 자신이 아니라면 타인의 삶도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생애 동선을 따라가 그 빛바랜 생의 질고를 묻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호기심 가득한 내게 필연인지 우연인지 시인들의 시집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주어진다. 시인들의 시집을 읽노라면 각기 다른 생활 패턴을 유지하고 살아들 가는 모습이 읽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어떤 이들은 참으로 멋있게 내실을 기하면서 최선의 삶을 살아가고, 그 일상을 가장 솔직하면서도 겸허한 마음으로 진지하게 다루며 가는 시인들이 있는가 하면 더러는 여전히 내실 있는 삶을 충실히 살아오지도 못하면서도 드러내기 일쑤인 사람들도 만나곤 한다. 그러나 안재찬 시인의 시집은 읽는 내내 시에 빠져들어 단숨에 읽어 내렸다.
이 시집에 실린 대다수의 작품들이 시인의 감각으로 길어 올린 결과물이란 것을 볼 때, 시인은 보편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관심요법이 전 세상 곳곳에 가닿아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시선의 온기가 시 곳곳에서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 시집의 제목이 된 <바람난 계절>만 보더라도 바람을 이고지고 세상 곳곳을 유량했던 시인의 삶이 노출되고 있으며, 그 노출이 시인의 속성으로 다가와 수많은 편의 시들을 탄생하는 동기부여물이자 원동력이 되었음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충재 시인. 평론가)
안재찬 시인은 고려대학교 국문과 졸업. 《시인정신》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시집 『침묵의 칼날』, 『광야의 굶주린 사자처럼』, 『바람난 계절』 등 기독시문학, 현대시작품상, 자유문학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