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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감도장 도용 '딸' 고소한 아버지 피눈물

[독자제보] 농토 팔아 재산 증여, 사채로 빚더미 '철부지 딸'

김문수 기자 | 기사입력 2008/12/28 [12:49]
b씨 “인감도장을 도용한 사실에 아버지는 노여워하셨다. 이일로 인해 부녀지간에 사이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가 모든 것을 용서해주셨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뒷바라지 해온 70대 아버지 a씨와 딸 사이에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40여년을 키워온 딸이 아버지의 인감을 도용해 대부업체가 내민 약속어음에 도장일 찍은 것. 이에 아버지 a씨는 지난 3월 딸 b씨와 채무자 s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아버지 a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딸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재판부는 지난 2일 b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채권자란에 기재된 s씨를 무혐의 처리했다.
 
이와 관련해 딸 b씨는 지난 12월8일 항소를 제기한 상황.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이 이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집 증여세 700만원 내기위해 2007년 6월27일 2000만원 대출받아…10월부터 수금사원이 아침저녁으로 찾아와 빚 독촉”
 
지난 2008년 3월 a씨는 유가증권위조 혐의 등으로 딸 b씨와 대부업자의 지인 s씨를 고소했다. 지난해 6월 사채 빚을 진 b씨가 대부업체의 약속어음서류에 a씨의 허락 없이 인감도장을 사용, 대필서명을 한 것. 대부업체는 지난 2월 이 같은 위조유가증권을 이용해 a씨 소유의 상가에 가압류명령 신청을 했다.
 
이에 a씨는 공문서 부정행사, 유가증권 위조, 위조유가증권행사, 사기 등으로 b씨와 채권자란에 기재된 s씨를 고소했다.
 
유가증권 위조, 아버지의 고소
 
a씨는 “지인을 비롯해 몇 군데 물어보니 문제를 수습하기위해선 딸을 고소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딸이 더 이상 금전 문제에 연루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법무사의 도움을 받았다. 딸이긴 하지만 위임이나 동의, 승낙 등을 받지 않고 약속어음을 발행했다”고 고소 동기를 밝혔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서울 00동에서 거주하면서 상당기간을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다고 한다. 지난 2004년 00동 단지가 철거에 들어가면서 a씨는 b씨에게 도시개발아파트 입주권과 함께 도시개발공사에 제출할 서류에 쓰일 인감증명서 2매와 인감도장을 맡겼다는 것. 

a씨는 또 농토의 상당부분을 팔고 은행대출을 받아 어렵게 마련한 00동의 2층짜리 상가주택을 b씨에게 증여했다. 다만 예전에도 금전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바 있는 b씨에게 주택 증여조건으로 재개발 과정에서 분양받게 될 상가의 중도금을 내도록 했고 친척명의로 소유권이전가등기를 설정했다.
 
b씨는 지난 2006년 8월 a씨로부터 상가주택을 증여받으면서 증여세와 취득세, 등록세를 떠안게 되었고 그 이후로 빚 문제가 차츰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장사를 해오면서 아버지 몰래 사채를 일수대출로 쓰고 있었던 것.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자란 자금을 충당하기위해 또다시 사채를 쓰게 됐고 지난 6월말 대부업체로부터 진 빚을 일부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부업체의 연이은 빚 독촉으로 약속어음서류에 아버지의 인감도장을 사용하게 됐고 그로인해 법정에 서게 됐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그는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2003년부터 대부업체와 거래해왔다. 그동안 일수대출금을 잘 갚아왔고 또 새롭게 쓴 일수대출도 어렵지 않게 갚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집의 증여세 700만원을 내기위해 2007년 6월27일 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2007년) 9월부터 일수대출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면서 10월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됐다. 대부업체에 통사정을 했으나 수금사원이 아침저녁으로 찾아와 빚 독촉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대부업체는 지난해 11월에 찾아와 자신들이 요구하는 서류를 만들어주면 남은 대출금에 대한 변제 기일을 연장해 주겠다고 했다. 이런저런 핑계로 나를 속이고는 각종 대출서류에 내 자필서명과 아버지의 인감도장만 찍게 했다”고 주장했다.

b씨에 따르면 대부업체 사장 j씨는 b씨로부터 받은 약속어음에 채권자를 자신의 지인인 s씨로 허위기재, 대출금 2500만원, 대출일시 12월12일로 허위 기재했다는 것. 또한 j씨는 자신의 인감이 말소됐다는 명목으로 지인 s씨에게 부동산 가압류명령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것을 청구했고, s씨는 ‘채무자가 약속어음 지급기일이 지나도 약속어음금 및 이자 변제치 않아’라는 이유를 들어 대신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가압류명령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b씨는 “대부업체 사장 j씨는 우리 아버지를 잘 알고 있으니 자신이 말씀드리겠다며 아버지 명의의 서류를 요구했다. 또한 변제 기일을 연장해주겠다는 그들의 말을 믿고 백지상태에서 인감도장을 찍고 서명만하고 대부업체 직원에게 약속어음을 넘겨주었더니 대출일시와 대출금을 허위기재 해 사용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알게 된 a씨는 지난 6월, 딸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 2일 유가증권인 약속어음 1장을 위조, 위조사실을 모르는 대부업체 직원에게 약속어음을 교부해 행사한 이유로 b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s씨는 무혐의 처리했다.
 
대부업자도 책임 물어야 해
 
이에 b씨는 지난 8일 j씨, s씨, y씨를 고소하는 한편 1심 판결에 대하여 불복하고 항소했다. 그는 자신이 고소를 당해 지금에 이르게 된 경위는 대부업자 j씨와의 일수대출 거래에서 발생한 일이며 s씨 역시 유가증권위조 공모 및 위조 유가증권행사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03년도부터 2005년 말까지 현금거래 방식으로 △△대부업체와 거래를 해왔다는 것. 이 같은 현금 상환 방식은 지난 2005년 말부터 대부업체 직원의 통장으로 입금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대부업체직원들은 거래한 일수통장을 회수해갔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03년부터 수금사원 y씨와 거래를 해왔었다. 그는 통장으로 입금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난 뒤 일수통장을 정리해서 다시 돌려준다고 하면서 통장을 가져간 후 이를 다시 돌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돌려주지 않은 채 2007년 8월에 수금사원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 일수통장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들은 지난 2007년 5월 달 대출금을 일부만 갚고 6월27일 대출금은 전혀 갚지 않았다며 2500만원을 기재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5월 대출금은 원리금잔액에 해당하는 548만원을 수금사원 y씨의 통장으로 상환 했고 6월26일 주기 상환했다.
 
(6월)27일 날 빌린 2000만원 중 1390만원을 통장 입금 방식으로 상환했지만 일수통장을 정리해서 돌려준다고 하면서 가져간 후 이를 돌려주지 않았다. 또한 타 대부업체로부터 대출 받아 500만원을 현금으로 상환했다. 그들의 계산방식대로 한다 해도 이자를 포함해 남아있는 미변제 금액은 약 500만원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부업체의 입장은 b씨의 주장과 상반된다. 대부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천 만원, 6월 1500만원을 포함해 3500만원의 돈을 빌려주었다는 것. 이들은 이자를 제외한 2500만원에 대한 금액만 청구해 약속어음을 받았으며 여기저기서 받은 대출금액이 상가금액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게 돼 상가에 가압류를 실시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b씨는 “(대부업체는) 자신들만의 계산방식으로 돈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나는 이자만해도 5000만원 이상을 줬다. 계산을 해보니 연 136.2%의 높은 이자율을 적용했던 것이다. 1000만원을 대출한 것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12만원씩 100일간 1200만원을 갚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업체는 나를 상대로 무등록 상태에서 영업하다가 2007년 8월에야 등록한 후 2008년 11월에 폐업신고를 했다. 또한 나의 법률적 무지 등을 악용해 대출서류에 나의 자필서명과 인감도장을 찍게 한 후 불법부당하게 영업했으며 나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도 비슷한 방법으로 영업행위를 해왔다”며 “(대부업체 직원들은) 빚을 갚지 못한다며 수시로 찾아와 빚 독촉을 했고 결국 아버지 명의의 서류를 요구해 불법적으로 작성하게 한 뒤 가지고 갔다.
 
무엇보다 j씨는 s씨의 명의를 도용, s씨는 자신이 채권자가 아니면서도 약속어음에 채권자로 기재할 수 있도록 공모하고 유가증권을 행사했다. 그러므로 유가증권위조 공모 및 위조유가증권행사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아버지의 인감도장을 도용한 것이 사실이고 1심에서 선고된 형이 중하다고는 할 수 없다. 아버지에 대한 잘못은 크게 뉘우치고 있다. 그러나 내게 이 같은 잘못을 저지르게 한 j씨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범죄의 책임을 내게만 지우는 것은 억울하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후회 그리고 반성
 
b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보며 2심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b씨는 “대부업자 j씨로 인해 나는 아버지께 죄를 짓는 불효자식이 됐다. 그동안 거래를 해왔었던 곳인데다 우리 아버지와 알고 있다는 말을 너무 믿었다. 약속어음에 내가 인감도장을 찍은 것은 사실이지만 금액이나 날짜, 주소지는 내가 쓴 게 아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접근해서 사기를 친 것이다. 이일로 약 1년의 시간을 허비했다. 정작 잘못한 그들은 빠지고 나만 죄를 받고 있는 것 같아 억울하다. 마땅히 죄 값을 치러야 하는 사람들이 죄를 안 받는 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버지 몰래 하는 일이 잘못됐다는 것은 알았지만 나의 무지와 어리석음 때문에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인감도장을 도용한 사실을 알게 됐을 당시 아버지는 상당히 노여워하셨다. 이 일로 인해 한동안 부녀지간에 사이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나를 불쌍히 여기셨고 지금은 이 모든 것을 용서해주셨다. 아버지께서는 오히려 이 사건을 기회삼아 그런 일을 저지르지 말라고 하신다. 나는 아버지만 생각하면 속상하고 눈물이 난다. 내가 한 일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아버지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부모님께 불효를 범해 죄송할 따름이다. 이 사건으로 대부업과 관련해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됐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세상을 살다보면 조심해야 될 것도 많고 사람을 믿어도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이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이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김문수 기자 ejw020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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