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칼 겨눠도 부녀간의 정은 깊다?
우리 재계 현실에서 오너의 자식 챙기기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런데 얼마 전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의 맏딸인 정담씨의 승진을 두고는 비난의 여론이 일고 있다. 정담씨는 2006년 10월에 동양매직에 입사한 이후 2년 만에 상무보에 오르며 임원이 됐다. 오너가의 초고속 승진으로 인해 계층 간의 갈등이 조장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동양그룹 비난의 중심은 도덕성 부재에 있다. 동양그룹은 한일합섬 인수 후 문제가 불거지면서 동양메이저 추모 사장이 구속됐고 현재현 회장 또한 재판 중에 있다. 또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쥐꼬리 지분’으로 그룹을 좌지우지 하는 사정이 개선되어야 함에도 여전하다. 그러자 ‘자식사랑’이 아닌 적체된 문제 해결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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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맏딸 정담씨, 입사 2년 만에 임원…오너경영 강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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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생으로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거친 후 지난 2006년 10월 동양매직 차장으로 입사했다. 정담씨는 입사 1년여 만에 부장으로 오른데 이어 또 다시 상무보로 승진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비난 여론이 만만치 않다. 한 포털 사이트에 승진 소식이 기사로 등재되자 많은 누리꾼들이 이를 질책했다. 일단 누리꾼들의 질책은 계층 간의 갈등으로 보인다. 오너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초고속 승진의 대상이 되는 것은 기업의 주인이 주주라는 것을 망각한 처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양그룹측은 “오너 2세 특혜와는 거리가 멀다”며 “현 상무보가 뛰어난 실적을 검증받아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담씨가 동양매직 마케팅 실장을 맡은 이후 동양매직의 정수기 판매량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동양그룹의 해명에도 오너 2세의 초고속 승진에 대한 비난은 계속됐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동양그룹 정담씨와 같이 초고속 승진을 한 사례는 많지만 이와 같이 비난을 한 몸에 받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동양그룹 장녀, 초고속 승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8년 인사에서 박삼구 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전략경영본부 상무보(35)를 2년 만에 상무로 승진시켰다. 박 상무는 지난 2005년 금호타이어에 부장으로 입사해 2006년 상무보로 승진한 데이어 2년 만에 정식 상무 직함을 달게 됐다. 박 상무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진그룹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상무b(34)를 상무a로 승진시켰다. 조 상무는 인하대를 졸업한 뒤 한진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에서 근무하다 2004년 대한항공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지난해 말 한진그룹 정기 인사에서 상무보에서 상무b로 뛰어오른데 이어 올해 또다시 승진했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2004년 현대상선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재정과 회계 분야 실무를 맡았던 정지이(32) 현대유엔아이 전무도 초고속 승진을 한 사례다. 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 전무는 2006년 it 계열사인 현대유엔아이 상무를 거쳐 이듬해 전무로 고속 승진했다.
이들과 정담씨와의 차이는 비난이 있고 없느냐는 것이다. 결국 계층 간의 갈등 이외에 또 다른 문제가 동양그룹 내에 숨어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것은 지금 현재현 회장의 입장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된다.
동양그룹 현 회장은 현재 재판 중에 있다. 2006년 말 인수했던 한일합섬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당시 동양그룹은 안정된 사업기반을 바탕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오던 중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동양메이저를 통해 한일합섬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방식에 검찰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동양그룹 차입방식을 통해 한일합섬을 인수했다. 차입인수란 인수할 기업의 자산이나 향후 현금흐름을 담보로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m&a 기법의 하나이다. 즉 동양그룹이 돈 없이 남의 재산을 삼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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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문제, 먼저 해결해야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동양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준비 중에 있다. 그 중심에는 동양메이저가 자리한다. 그런데 동양그룹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동양메이저보다 동양레저라는 비상장회사가 부각된다. 동양그룹은 현 회장을 정점으로 크게 ‘동양레저→동양메이저→동양매직·동양시스템즈’, '동양레저→동양메이저→동양캐피탈→동양레저'와 '동양레저→동양종금증권'으로 짜인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동양레저를 갖고 있으면 동양그룹 전체를 호령할 수 있는 구도이다. 동양레저는 현 회장 30%, 현 회장의 외아들인 승담씨가 20%, 동양캐피탈이 50%를 보유하고 있다. 동양캐피탈이 동양메이저의 자회사인 점을 감안해 보면 동양레저는 사실상 현 회장家의 소유라고 볼 수 있다. 동양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경영 투명화를 이룬다고 밝혔지만 동양레저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런데도 동양레저는 지난 해 12월 동양메이저의 지분을 19.35%까지 끌어올리며 지배 구조를 탄탄히 하고 있다. 이 대목은 현 회장이 순환출자 구조 해소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마저 갖게 한다. ‘쥐꼬리 지분’으로 그룹을 호령하는 구조가 더욱 공고해진 것이다.
무엇보다 동양레저가 이 같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는 이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편법승계로 까지 이러질 공산이 크다. 다시 한 번 현 회장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이 같이 도덕성 결여가 바탕이 된 문제 해결은 뒷전이고 자식 챙기기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이에 대한 비난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담씨의 승진으로 오너경영을 강화한 동양그룹. 앞으로 남은 도덕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되고 있다.
취재 / 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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