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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얼마 안돼 아이를 갖게 된 현정이에겐 남편과 함께 하고픈 신혼 생활에 대한 욕구가 일보다 앞선 것이 타당하다"
- 강이관 감독
톱스타 문소리, 김태우, 이선균을 캐스팅 해 2005년 토론토국제영화제 국제평론가협회상과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에서 신인 작가상을 수상하면서 지난해 충무로의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으로 떠오른 영화 <사과>의 강이관 감독이 지난 주말, '제 4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상영 후 관객과 대화(gv)를 가졌다.
영화 <사과>는 멜로영화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클리셰'(상투적인 표현) 등 내러티브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신인 감독 특유의 카메라 실험과 극중 주인공 및 주변 인물들의 심리묘사 등 연출의 디테일이 기존 멜로, 로맨스 영화와 달리 서사 판타지를 없애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일깨우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극중 여주인공 현정의 시선에 의해 전개되는 내러티브(이야기)는 인물의 표정, 심리에 초점을 맞춰 자주 클로즈업(근접 촬영)되는 한편, 시종일관 핸드헬드(들고 찍기) 기법으로 영상의 디테일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강 감독은 이야기의 대상인 세 남녀 외에도 현정의 가족, 남편 상훈(김태우 분)의 친구들을 영화 곳곳에 배치시키며 주변인물에 관한 디테일에도 신경을 쓰며 어떻게 남녀가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고 무엇때문에 갈등하는지 영화 초반 두 남녀의 첫 데이트 장소에 놓인 그림처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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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임신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지방까지 내려와 남편의 내조에 힘쓰던 현정이 상훈의 회사 동료 한수의 환송회연에서 남편이 지방 근무지 발령이 회사의 명령이 아닌 자의적인 상훈의 결정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남편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나누는 대화 속에서는 연애나 결혼 생활에서 디테일한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일깨운다.
"내가 언제 돈 많이 벌어오라고 했어? 엄마한테 빌린 돈 갚으라고 했냐구?" - 현정
마치 소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를 보듯 서로 다른 남녀의 생각이 대조된다. 현정에게는 더 좋은 환경의 집을 갖는 것보다 남편과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내는 것이 소중하고 회사 일과 가장으로 책임감에서 자신과 상의하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 지 몰라주는 남편이 섭섭했던 것 아닐까.
이러한 부부간의 대화 단절을 나타내는 시퀀스는 "이혼하고 싶다"며 말하자 아무런 말없이 "이혼해줄께"라고 답한 대목에서도 드러난다. 그녀는 이혼을 결심한 순간에도 계속해서 상훈과의 애정을 확인하고 싶어하지만 대부분의 결혼 후 남자들이 그러하듯 상훈은 스스로 판단해버린 채 아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듯하다.
"내가 왜 이혼하자고 했는지 알아?" - 현정
"당신 나 미워하잖아" -상훈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한 후 뒤늦게 남편에 대한 연민을 느끼면서 건네는 대사에서는 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한다. 현재 달콤한 연애에 빠진 오래된 연인들이나 이별을 생각하는 부부들이 대화와 소통 그리고 공감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난, 여태껏 사랑이라는 걸 그래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정말로 노력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 미안해" - 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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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을 들은 상훈의 상처는 결혼 전 7년여 동안 사귀어 온 민석(이선균 분)으로부터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았던 현정의 충격에 버금가는 것 아니었을까.
현정의 가족과 나들이를 할 정도로 당연히 결혼할 거라고 믿었던 민석으로부터 회사 연수를 핑계대며 오붓한 둘 만의 제주도 여행을 떠난 현정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은 현정은 "그럼 오늘은 그만 만나고, 내일 다시 만나자"며 해맑게 반응하다가 심각해진 민석의 모습을 살핀 후 "그럼, 우리 결혼하자"며 민석에게 매달린다.
감성멜로 특유의 코 끝이 찡한 눈물을 흘리고 두문불출하던 현정이 민석에게 보내지 못하는 이메일 안부를 연신 쳐대면서 이별의 상처를 추스릴 때 쯤, 세 차례나 명함만 던지고 사라지던 상훈이 그녀의 이별사실을 안 후 다가와 상처를 꿰맨다.
남자로부터 버림받은 애증으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남자와 덥썩 결혼해버리는 현정. 하지만 그녀의 결혼 생활은 낭만적이던 연애사와 달리, 회사 일로 지방으로 내려간 남편과 주말부부가 되어 버린다.
어느 날 임신 사실을 알리기 위해 새벽녘에 승용차를 몰아 상훈의 숙소에 찾아든 현정의 기쁨도 잠시, 내려가는 걸 극구 반대하는 남편과 친정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혼생활을 단꿈을 누리고 싶어하는 현정의 선택으로 인해 상훈은 가장으로서 더 무거운 책임감 속에 지극히 현실적인 삶의 궤적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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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감독은 연애는 판타지이고 '결혼은 현실'이라고 말하는 듯해 보인다.
"널 사랑하는만큼 양보하는게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었어. 그러다보니 내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았어. 나보다 너를 과연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어. 근데 아니더라. 난 날 더 사랑한다고 생각했어." - 민석
남산처럼 배가 부른 현정을 뒤늦게 찾은 민석이 자신이 떠난 까닭을 설명하고 이에 그동안의 오해를 풀길 희망했는지 고속버스 정류소 가게에서 산 연두색 사과를 선물로 건네는 현정은 민석과 오해를 풀면서 남편과 화해를 시도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특히, 이 영화는 여러가지 열린 결말을 생각했다는 강 감독의 설명에 무엇보다도 엔딩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듯 보인다. 워킹맘으로 돌아와 위험천만한 민석과 짧은 만남을 정리하고 남편을 껴안는 현정이 영화 <싸움>에서 이혼한 여주인공 진아(김태희 분)가 전 남편 상민(설경구 분)에게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듣지 못했던 '미안해'라는 말을 건네는 것은 감독의 결혼과 사랑에 관한 희망적인 메시지로 보인다.
영화는 사람들이 연애의 무덤이라 일컫는 결혼을 선택하는 까닭은 서로간의 고통과 고민을 비로소 나눌 수 있는 '정신적인 성장'을 시작하기 때문이며, '결혼은 당사자 간에 꾸준한 대화와 함께 상대를 배려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한다.
개봉영화리뷰
정선기 기자의 블로그 - '디지털 키드 푸치의 이미지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