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상반기 한반도 정세 분석과 전망
한반도 정세가 나날이 긴장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한미합동군사훈련 '키 리졸브'가 시작된 가운데 북한은 북한 영공과 그 주변을 통과하는 남한 민항기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고한데 이어 남북간에 존재했던 마지막 통신회선을 차단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3월10일 코리아연구원의 '현안진단'에 기고한 '2009년 상반기 한반도 정세 분석과 전망'을 통해 현 재의 한반도 정세가 나타난 배경에 대해 분석하고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짚었다.
정욱식 대표와 코리아연구원의 양해를 얻어 '현안진단' 기고문을 전제한다.
북한, 오바마 행정부에도 강한 불만 갖고 있는 듯
광명성 2호 발사 여부와 한·미·일 대응 방식 초미 관심사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 '키 리졸브'를 최근 시작했고, 북한은 5일 키 리졸브 훈련기간(3월 9일부터 20일) 동안 북한 영공과 그 주변을 통과하는 남한 민항기들의 "항공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고 경고한 데 이어, 9일에는 "북남 사이에 유일하게 존재하여온 마지막 통로인 군통신을 3월 9일부터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를 강행할 태세이고, 한미일 3국은 이를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은 미사일방어체제(md)로 요격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9일 "우리의 평화적 위성에 대한 요격은 곧 전쟁을 의미한다"며, "가장 위력한 군사적 수단"으로 한·미·일에 대한 "보복 타격전을 개시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의 수준을 높였다.
6자 회담도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2·13 및 10·3 합의에 따라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제공키로 한 대북 에너지 지원이 3월중에 '일시 중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원은 3월중으로 끝나게 되는데, 5.5만 톤이 남은 한국은 북한의 검증 미합의 및 긴장조성 행위를 이유로, 아직 지원을 개시조차 하지 않은 일본은 납치 문제를 이유로 중단을 거부하고 있다.
만약 한국이 에너지 지원을 재개하지 않으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불능화 조치를 또 다시 중단하고 원상복구를 경고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서해상에서의 군사 충돌 위험도 상존한다. 북한은 이미 "서해 해상분계선에 관한 조항들"을 폐기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남한은 북한의 북방한계선 "침범 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이다.
특히 남한 군당국은 현장 지휘관의 권한 위임과 "북한이 장사정포나 미사일 등으로 우리 함정을 공격할 경우 북한의 공격지점을 타격 하겠다"는 경고까지 내놓았다.
과거의 전례와 북한의 현 태세를 고려할 때, 북한은 '키 리졸브' 훈련기간에 해안포, 지대함 및 함대함 미사일 훈련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nll 월선 강행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서해는 확전의 위험성까지 포함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북한은 왜?
그렇다면 북한은 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위협적인 언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대외적, 대내적 요인의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북한은 이명박 정부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보고, 대남 전술의 목표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에서 이명박 정부 '흔들기'로 바꿨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작년까지 북한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과 위협을 하면서도 6·15와 10·4 선언의 전면적 이행을 천명하면 남북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양면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앞장서서 유포하는 한편, 북한 내 급변사태 발생 시 군사적 투입을 공공연히 거론했다.
또한 '기다리는 전략'이 상징하듯 북한에 대한 '악의적 무시' 경향을 보였고, 비핵개방 3000의 핵심적인 입안자인 현인택을 통일부 장관에 임명했다. 이는 북한이 이명박 정부가 과거 김영삼 정부와 흡사하게 '흡수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한 요인이다.
바로 이 지점에 북한의 대남 강경론의 목표와 관련된 질문이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를 제2의 ys로 보면서 대화상대로 아예 인정하지 않기로 하고 'mb 정권 흔들기'를 작심한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대북정책 전환을 기대하면서 벼랑끝 전술을 택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후자라면 한반도 위기는 일시적 국면으로 끝나겠지만, 전자라면 상황은 대단히 심각해진다.
이명박 정부, 김정일 위원장 건강이상설 앞장서서 유포
북한내 급변사태 발생 시 군사적 투입 공공연히 거론해
물론 이는 북한에게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정책 역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대응의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일시적으로 전자를 선택하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또 다시 변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문제는 타이밍상의 엇박자이다. 이명박 정부가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더라도, 북한이 위협적인 언행을 계속하면 대북정책의 전환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불만도 강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은 오바마 취임 직후인 2월 초순 “전면전은 물론이고 북한의 핵무기 통제력 상실 가능성 등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작전계획(혹은 개념계획) 5029'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과거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핵심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한미 양국의 군 수뇌부가 북한 내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군사 투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직후에 대규모의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방어용'으로 간주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북한은 새로운 대북 접근을 천명한 오바마 행정부가 적어도 군사적으로는 과거에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위협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키로 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러한 대외 환경의 악화, 혹은 불확실성의 증대에 맞서 외부의 위협을 극적으로 부각시켜 '일단'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김정일의 건강이상설 및 그의 체제의 3기 출범과 후계체제 준비, 그리고 2012년 강성대국론이 맞물려 있는 시점에 남북관계 악화와 6자회담의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대외적 강경노선을 통해 체제 결속 및 이완된 통제 체제의 복원을 시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협상의 법칙' 재구성?
북한의 최근 위협적인 언행은 다른 각도에서도 해석할 수도 있다. 6자 회담 및 북미 직접대화에서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협상의 법칙'을 재구성하려는 의도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미국의 핵 위협 제거, 즉 남한 내 핵무기 재배치 및 일시통과 금지와 핵우산 철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더라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리근 외무성 미주국장은 올 1월 평양을 방문한 셀리그 해리슨에게 "핵 협상을 하면, 미사일 협상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반발의 수위를 크게 높이는 한편, 6년 만에 유엔사 장성급 회담 재개를 제안해 군사훈련 취소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북한은 두 차례에 걸친 회담에서 "키 리졸브 철회 여부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전철을 그대로 밟으려고 하는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향후 북미회담에서 한반도 군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임을 예고해준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북한이 한반도의 긴장 조성을 통해 군사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북한의 핵무기 및 핵물질 폐기 협상 단계에서는 한미 양국의 군사적 위협 해소도 의제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에 따라 향후 한반도의 갈등과 협상 구도는 '군사 대 군사'가 될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북한은 단기적으로 외부 위협을 강조하면서 체제 결속을 강화해 내부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김정일 3기' 출범 직후 미국과의 대담판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대담판의 골자는 핵포기의 조건으로 관계정상화, 평화협정 체결, 경제 및 에너지 지원 등 오바마 행정부가 밝힌 내용은 물론이고, 경수로 제공, 미국의 대북 핵위협의 납득할 만한 해결 및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 내지 대폭 축소 등이 될 것이다. 또한 미사일 협상을 재개해 미사일 수출 중단에 따른 경제적 보상 및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포기에 따른 인공위성 대리 발사를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이러한 대담판을 시도할 경우 오바마 행정부의 머릿속은 대단히 복잡해질 것이다.
남한에 대한 핵우산 철수 및 핵무기 재반입과 일시통과 금지 수용은 '핵무기 없는 세계 만들기'라는 오바마의 거대 비전과 부합하는 측면이 있지만, 이는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의 후퇴로 해석될 수 있고 다른 동맹국에게도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의 하향 조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또한 한반도 긴장의 획기적인 해소는 일부 대형무기 사업 재검토와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을 통한 미국 군사력 운용의 자율성 증대 및 국방예산 절감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미국 내 군산복합체 이익 및 이명박 정부의 입장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남북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오바마가 과감한 선택을 하기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북한이 '광명성 2호'를 쏜다면
향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또 하나의 초미의 관심사는 북한의 광명성 2호 발사 및 이에 대한 한미일 3국의 대응이다. 북한이 발사 징후만 보이고 실제 발사는 유예한다면 '3월 위기'는 일시적 국면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발사 강행 입장을 연이어 천명하고 있지만, 곧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발사를 유예하면서 협상 국면을 주도하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3월말∼4월초에 실제로 발사한다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6자회담의 틀이 흔들릴 것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는 한미일 3국과 '자주적 권리'로 인정해야 한다는 북중러 3국 사이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6자회담 재개는 상당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대응 수준에 따라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파란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이유로 에너지 지원을 공식화하고, psi 및 md 정식 참여를 추진하며,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을 촉구하는 등의 과잉대응에 나선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악화될 것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과 일본이 md를 이용해 요격에 나선다면 군사적 위기도 한층 고조될 것이다. 요격에 실패한다면 미일 양국은 망신을 당하고 북한이 비난하는 수준에서 사태는 수습될 수 있지만, 요격에 성공한다면 북한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이 제기될 것이다.
예상되는 북한의 군사적 대응은 탄도미사일 발사 태세를 갖춰 미국과 일본에 위협을 가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시험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미일 양국이 실제로 요격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고, 요격을 시도해도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시 관심의 초점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으로 모아진다. 일단 유엔 안보리 위반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한 만큼, 유엔 안보리에서의 논의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의장성명' 이상의 대북 결의안 채택은 불가능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더라도 '냉각기'를 거쳐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담당 특별대표를 평양에 파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시점은 4월말∼5월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행정부는 출범 100일 이내에 초기 세팅을 대단히 중시하는데 이때가 바로 그 시한이다.
또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 이어 보즈워스의 동아시아 순방도 마무리되어 대북정책 검토도 4월말 이전에 일단락 될 것이다. 북한 역시 김정일 3기 체제 출범을 마무리한 시점이기 때문에 미국 특사 수용에 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보즈워스 역시 3월 9일 한국 순방 기간에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며, "어느 시점엔 북한을 방문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올해 상반기까지는 남북관계, 북미관계, 6자회담이 서로 엇박자를 연출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호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남북관계는 주체적인 문제 해결 가능성이 희박하고, 6자회담의 동력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따라서 핵심 변수는 북미관계이다. 북미관계가 신경전(1-2월)과 갈등 국면(3월), 그리고 냉각기(4월)를 거쳐 대화기(4월말-5월초)로 접어들면 남북관계와 6자회담에도 뒤늦은 해빙기가 올 지 주목된다.
보즈워스의 평양 방문시 대화 의제는 크게 세 가지가 될 전망이다. 하나는 남북관계로서, 조속한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미국과 남북관계 악화 책임을 남한에게 돌리는 북한 사이의 입장 충돌이 예상된다.
또 하나는 6자회담 재개 방안이다. 여기서 관건은 오바마 행정부가 차기 6자회담에서 검증의정서 채택을 시도할 것인가에 있다.
이러한 입장을 견지한다면, 북한은 조속한 6자회담 재개에 응할 가능성이 낮고, 에너지 지원 완료 및 미완료시 불능화 중단 및 원상복구를 경고할 가능성이 높다. 끝으로 대타협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은 핵포기에 따른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상응조치는 물론이고 군사 문제 해결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반면 오바마 행정부는 관계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경제 에너지 지원을 통해 북한이 다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집중적인 설득에 나설 전망이다. 동시에 북한의 핵 포기 진전 시 군사 문제에 있어서 일정 정도의 유연성을 암시할 가능성이 존재하며, 미사일 회담 재개도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