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내리는 눈물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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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를 동물 가운데 영물로 보는 것은 그런 인간을 너무나도 잘 아는 소가 인간과 떨어져서는 살기가 힘들고 떨어지면 그 빛이 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다.
라디오도 고물이고, 남편도 고물이고…
이 다큐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할머니의 애교가 담긴 불평이다.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불평은 흘러간 유성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이조시대의 어머니처럼 깊이 괴인 정과 사랑을 몸으로 느끼게 했다. “라디오도 고물이고, 남편도 고물이고, 소도 고물이고, 아이고 내 팔자야” 할머니의 잔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그러나 그 속엔 남편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이 깊이 묻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할아버지는 귀가 어두워 부인의 불평은 잘 듣지는 못해도 소의 목에 달린 ‘워낭소리’에는 귀가 번쩍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비록 40살 먹은 소였지만 지난 30년 동안 자신과 함께해온 그 소는 자식이나 다른 없는 소였다. 소가 너무 늙어 일하기 어려워 젊은 소를 데려왔지만 여전히 ‘워낭소리’를 들으며 늙은 소와 논으로 나간다. 소 마차가 정 운기 같은 역할을 하고 최 노인이 술 취해 길을 잃어 버려도 소는 노인을 집 앞에 데려다 준다는 믿음이 인간과 동물 사이의 막을 허물어 버린다. 그는 소의 먹이를 위하여 불편한 다리를 쩔룩거리면서 소에게 먹일 풀을 베어오는 장면에는 소에 대한 사랑이 물씬 담겨 있다. 이 다큐는 겨우 2억을 투자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제까지 수입은 6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영화도 힘든 한국에서 다큐로 성공한 것은 그 작품을 국민들이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기 드물게 실례를 보인 작품이기도 한다.
‘워낭소리’ 성공 뒤엔 고통도
‘워낭소리’는 경상북도 첩첩 산중 봉화에서 일어난 일이다. 80순의 두 노인의 삶을 그린 이 다큐가 성공하기에는 한국인의 기질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집쟁이 남편에게 쉴 시간도 없이 잔소리 하는 부인. 그렇게 60년 이상을 살아온 팔순 노부부가 만들어낸 사랑.
부인을 남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쉬지 않고 말하지만 마지못해 대답하는 남편. 두 노부부 사이에는 대답이 필요 없을 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워낭소리’에 즐거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동조차 힘든 노인과 평생을 논, 밭에서 살아온 노인 부부가 외딴 곳에 버려진 것처럼 살고 있는 것을 보고 욕하는 관중도 있다고 한다.
왜 저렇게 내버려 두나. 유명해진 영화 덕분은 졸지에 자식들은 불효자로 각색돼 고통을 겪고 있다. 인터넷에는 자식들에 대한 악플이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두 노인들이 스스로 택한 삶을 인위적으로 변경시키려 한다면 그것이 더 불효일 수도 있다. 오직 논과 밭 밖에 모르는 최노인 부부가 메마른 현대식 아파트에서 살 수 있을까. 맨발로 뛰어 나가 밭에서 채소를 뜯어다가 저녁을 먹고 장을 만들어 먹던 그런 노인들에게 갈비가 마음을 기쁘게 할수 있을까. 살던 그곳에서 그들이 거동할 수 있는 마지막 날까지 살게 하는 것이 가장 효자의 모습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도 상영되면 다른 마음으로 다시 볼 수 있을텐데… dyk47@yahoo.com
**필자는 미국 주간현대 발행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