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도 사랑을 만나면> 나를 스치는 바람 물결에 젖어 흐르고 흐르다가 사랑을 만나면 솟구치느니 서로가 벼랑이 되어 부딪는 환히 번쩍궁! 폭발하는 불꽃 이리도 일생을 한 순간의 포옹 하나로 세상 환히 웃고는 일 없는 듯 흔적도 없구나, 한 줄기 바람
아무도 시키지 않는데 왜들 저럴까. 무엇 때문에 강물은 흐르고 나무는 자라며, 저리도 새가 울고 꽃잎이 나부끼는 걸까. 무엇이 끌고 있기에 자동차도 돌멩이도 나도 이리 굴러가야만 하는가. 지금 안개가 일고, 구름이 떠돌며, 바람이 분다. 몸이 기웃 뚱 넘어질 듯 가만히 서있질 못하는 건 도대체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나의 텅 빈 부분을 메워줄 그곳은 어디인가. 어떠한 아픔도 기쁨이 되게 하는 그대, 그 영원한 푸른 영지를 향하여 다가가는 길, 자꾸만 허기져서 간절히 하고 싶은 말 한 마디가 싹 트고, 잎 피고, 꽃이 피는 세상,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헤매는 몸짓, 목이 터져라 불러본다. 그 이름 사랑! 급기야 제 몸에 불을 질렀다. 반딧불이 깜박이고 별이 반짝이며, 촛불이 타고 꽃들이 웃는다. 잡으면 잡꽃이요, 안으면 안개꽃, 놓으면 노을꽃! 사랑 때문에 살아 있는 것들은 저렇게도 뜨겁게 타는 것이 아닌가. 한 줄기 바람 집도 절도 없이 흐르다가 드디어 사랑을 만나서 완전해졌는가. 흔들어대던 깃발도 내리고, 벼랑이건 칼날이건 사랑에 몸 맡겨 버린 세상, 마지막 희열처럼 타는 불꽃 하나로 아무 일 없는 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바람! 이리도 천둥번개 같은 칼날에 목숨을 맡겨버린 무섭고도 장엄한 사랑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불꽃처럼 죽어서 웃는 자, 저 사랑의 얼굴은 장렬한 생명의 희열을 그려냈을 것이니, 그게 바로 저 불타는 빛인 게지. 가시고기의 부성이나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의 효심, 춘향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연정, 끝내는 사랑의 웅덩이에 투신 자폭을 감행하는 불나비의 단심까지 극단적인 예지만, 이는 곧 나를 기꺼이 채울 수 있는 사랑을 만났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평범한 생활이라 해도 어찌 사랑이 없으랴. 길게 보면, 결코 허술히 할 수 없는 하루하루가 내 몸에 갈망의 사랑을 불붙여 서서히 타고 있는 삶이라 할 것이다. 일거수일투족이 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정호승의 시) 외롭지도 목마르지도 않다면 구태여 서대거나 움직일 필요도 없는 것. 가슴에 박힌 외로운 불씨 하나가 에너지로 불타올라 뜨겁게 살라 하지 않는가. 내 몸에도 사랑물(物)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온전해지고 싶은 몸부림! 죽어서도 죽지 않는 사랑! 바람따라 강물따라 사랑 쪽으로 떼 몰려드는 삼라만상, 그 어느 먼지 하나에도 고이 깃드는 생명의 시초이자 무한 적멸 속으로 발화하는 불꽃이 곧 사랑이라는 것을 이 시는 극단적으로 읊조리고 있다. 사랑의 바람결에 젖은 몸, 한껏 사랑하고 더욱 열심히 움직여 보자. 먼 곳이 아니라 바로 가까이 스치는 사람, 서로에게 다사로이 마음을 채워주는 순간의 꽃, 웃음 스파크가 많은 세상! 나에게 다행히도 사랑의 불씨 하나가 있어 비로소 이 세상 낙원의 불을 켤 수가 있지 않는가. "돌이 되려거든 자석(磁石)이 되고, 사람이 되려거든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빅토르 위고)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표현 신인작품상 수상 詩集 등불 하나가 지나가네 물 길어 가는 새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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