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황해'를 통해 고구려 계승의 기치를 내걸고 건국한 발해와 제나라를 창건한 고구려 유민 이정기장군의 눈부신 활약상을 통해 당당한 고구려의 웅혼한 기상과 당당한 자주정신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후백제의 건국과 침몰, 신라의 멸망과 고려 왕건에 의한 후삼국 통일을 보면서 나라의 창업과 수성이 얼마나 힘든지, 순간의 방심이 천년 사직을 하루아침에 몰락케 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뼈저리게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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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는 연대기 식 해설로 거칠고 건조한 역사의 껍질만을 훑어내지 않는다. 딱딱한 서사(敍事)적 서술이 곧 역사소설이 외면 받는 지름길임을 잘 알고 있는 작가는, 작품 전편에 걸쳐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서정과 서사를 황금분할로 서술 마술처럼 작품에 빠져들게 한다.
뿐만 아니라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는 독자를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며, 유려하고 섬세한 문체는 물 흐르듯이 술술 읽히게 한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황해 즉, 서해는 등장인물들이 활동한 주 무대이자, 그들의 정서가 반영된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다. 탁류의 시각적 이미지는 작품 전반에 흐르는 혼탁하고 어지러운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낸다.
작품 속 인물들은 서해를 중심으로 서로 왕래하면서 때로는 반목하고, 때로는 화합한다. 치밀한 외교전과 목숨을 건 전투, 국경을 넘나드는 사랑과 우정, 배신과 증오가 얽히면서 그들의 운명은 원치 않는 길로 빠져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역사가 피땀과 눈물로 범벅된다.
소설 '황해'는 한민족의 영토를 신라 땅으로 한정짓지 않는다. 해동성국이라 일컬어질 만큼 번창했던 발해, 당 조정과 세를 다투었던 이정기 장군과 그가 창업한 제나라가 한민족의 주 활동 무대로 등장한다.
작가는 우리 민족이 활동했던 영역 뿐 아니라 각 세력의 관계와 그들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들에 주목했다. 그동안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는 역사적 사건들이 사료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실감 나게 묘사하는데, 예를 들어 등주와 마도산 등지에서 펼쳐진 생생한 전투 장면은 빈약한 사료의 한계를 극복한다.
당나라와 한반도, 왜를 잇는 장보고의 해상 제국은 난세일수록 빛났던 우리 민족의 강인한 기상을 한껏 보여준다.
이 소설에는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장문휴, 대일하, 장보고, 정년, 최치원 등이 역사 속에 존재했던 인물이고, 정현, 양극서, 이효선, 연긍욱 등은 소설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만들어낸 인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존 인물들에 비해 가상의 인물들이 품고 있는 진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 실존 인물들이라 할지라도 기존의 평가와는 다른 인간적인 면모를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색다른 면을 볼 수 있게 했다.
소설 속 인물들이 갈등하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배신하면서 역사의 무대는 더욱 현실감을 갖게 되고, 인물들은 생기를 지니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역사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몇 년 전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임동주의 '우리나라 삼국지', 김홍신의 '대발해'나 김훈의 '남한산성', 최근에 나온 중국의 동북공정의 실체적 음모를 파헤친 김진명의 '천년의 금서'에 이어 우리역사 바로 알기에 한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소설 '황해'는 우리의 역사와 그 안에서 살았던 인물들을 재조명함으로써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식민사관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우리 역사 해석에 대한 신선한 관점을 제시한다. 역사를 과장하고 미화하는 것도 문제지만 남이 심어 놓은 열등감 때문에 진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이문열, 황석영 등 전설적인 작가들이 우리역사의 재현보다는 ‘돈이 되는 중국 삼국지나 윤색’하는 마당에 참신한 역사소설 '황해'의 출현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글/ 장병영 민족혼되찾기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