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판사는 올해 초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로텐더홀 불법점거사건으로 기소된 민노당 당직자들에 대한 재판을 맡았던 판사이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기소되지 않은 민주당 인사들과의 형평성을 거론하며,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것은 '사실관계도 살피지 않고, 법적용도 자의적으로 한 결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민주노동당 관계자 12명은 국회 폭력사태로 기소됐었다. 그런데 마 판사는 이 사건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 “의외였다”는 시선에 둘러싸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운영하는 단체의 후원 모임-출판기념회에 참석, 적은 액수이나 기부금까지 냈다고 한다. 마 판사는 이 사건 재판 담당 판사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노회찬 마들연구소 창립 1주년 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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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1월 12일자는 “마은혁 판사, 사회주의 혁명조직 핵심멤버였다” 제하의 기사에서 마 판사의 전력까지 들춰냈다. 이 신문은 “마 판사는 인민노련이 제도권 정당화를 꾀했던 1991년 한국노동당 창당에 참여했다. 1992년부터는 진보정당추진위원회에서 정책국장으로 활동했다”고 전하면서 “그는 1993년 한국외국어대 교지에 실린 ‘민중운동의 개혁과 진보정당 운동의 새로운 모색'이란 글을 통해 '군사파쇼정권에서 (김영삼 정부의) 부르주아 체제로 확립하는 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의 해방이라는 목표를 수행하는 투쟁 조건에 변화가 왔다'며 '진보세력의 정치적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진보정당이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진보 진영 쪽에서는 마판사를 옹호하고 있고, 오히려 마판사의 전력을 들추어낸 언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지난 11월 12일 “보수적 판결은 법과 원칙 따른 것이고, 진보적 판결은 이념 탓인가?”라는 제하의 논평을 냈다. 그는 이 논평에서 “서울남부지법 마은혁 판사의 민주노동당 당직자 공소기각 판결 이후, 몇몇 언론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마 판사의 사실상 징계를 요구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마 판사가 우리 당 노회찬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연구소 후원의 밤에 참석한 것으로 논란을 벌이는가 하면, 심지어는 마은혁 판사의 20여년전 노동운동 활동 경력까지 들춰내며 진정한 ‘이념’논쟁을 벌이고 있다.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고 지적하면서 “해당 언론에 거꾸로 물어보고 싶다. 보수적 판결은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고, 진보적인 판결은 판사의 이념 탓인가. 마 판사의 판결에 대해 나름의 관점으로 해석을 하여 진행되는 정당한 비판이라면 몰라도 이런 식의 무분별한 공세를 벌이는 것은 의도가 있는 색깔공세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마은혁 판사를 문제 삼아 실제로는 진보적인 법률이론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이 아닌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 판사에 대한 비판을 색깔공세로 치부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 대표는 지난 11월 11일 최고중진연석회의 석상에서 마 판사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마은혁 판사는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을 점거한 혐의로 기소된 민노당 관계자 12명에게 5일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마은혁 판사의 판결은 노회찬 전 의원 후원모임에 다녀온 뒤 6일 만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의구심을 지금 낳고 법원에서도 그 진상을 조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제하면서 “이 판결은 법조인이라면 도대체 말이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말이 안 되는 판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도 이 판결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런 판결을 어떻게 판사가 할 수 있는가”라고 탄식(?)했다.
이어 “더군다나 검사가 기소된 것만 판단하는 것이 바로 불고불리(不告不理)의 원칙이다. 이 원칙에도 위반될 뿐만 아니라 어떻게 다른 당 의원들 기소가 안됐다고 이렇게 공소기각을 할 수 있는지 아마 이런 판결은 전무후무한 잘못된 판결이라고 생각이 된다”면서 “문제는 마은혁 판사가 소속됐다는 우리법연구회와도 한번 연관을 지어서 생각을 해봐야겠다. 많은 국민들이 우리법연구회가 사법의 정치화를 가져오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법연구회가 편향적 시각을 가진 집단이 아닌가 하고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과거 군에서 사조직인 하나회의 폐해를 경험한 바 있다. 이것을 거울삼아야 되겠다”고 강조했다.
마 판사 개인적으로는 지난 10월 자신의 부인상에 노회찬 전 의원과 그 측근들의 조문 및 도움이 고마웠을 것이다. 하지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이러한 처사는 결코 호의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마은혁 판사는 이번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것과 노희찬 씨 등 민노당 당직자들과의 친분관계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며 사법부 당국도 이런 식의 일로 사법부가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하지 않도록 엄중하게 기강을 다잡아 나가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서인지 발 빠르게 이 사건을 갈무리 했다. 대법원은 11월 12일 “적절하지 않은 처신”이라고 언급하고 “징계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법관 윤리 강령에는 “판사의 정치적 중립 준수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후원금과 관련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법원 공직자 윤리위의 권고만 있을 뿐이라고 한다. 대법원은 마 판사가 학생시절 “사회주의 혁명조직의 핵심멤버로 활동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과거전력은 이번 사안과 관련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 윤리실이 “징계사안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린 것. 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이 깨끗하게 세탁된 것은 아니다. 그의 이념적 전력이 드러났고, 긴 시간에 걸친 이 사건과의 연관성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법연구회" 소속 회원으로서 마 판사에게 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 의무를 기대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인가하는 회의감도 든다. 이로써 일각에서 제시됐던 사법부내 일부 판사들의 좌편향적 행태가 명백하게 드러난 것으로 국민들의 신뢰 상실은 물론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사법부가 이런 식의 행동을 보인다면 앞으로는 사법고시 전형시 '확고한 국가관 확립 여부'를 주요 합격 요건으로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갓 일부 보수주의자들이 내세우는 급진적인 주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얏 밭에서 갓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마은혁 판사는 갓끈을 고쳐 맸다. 안상수 원내 대표가 “마은혁 판사의 판결은 노회찬 전 의원 후원모임에 다녀온 뒤 6일 만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한 것에, 이 사건의 진실이 투영되어 있는 셈이다. moonilsuk@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