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행정구역 자율통합을 추진해 조용히 살고 있던 지자체를 술렁이게 했다. 지자체 통합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이는 근거 없는 얘기들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사회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시발점으로 정부가 지자체 통합 정책을 밀어붙였다는 의견이 많다. 경축사 후인 9월 말경 행정안전부가 자지단체장과 지방의회, 주민들로부터 지자체 통합건의서를 접수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미루어 유추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총 18개 지역 46개 지방자치단체가 통합하겠다고 건의서를 냈지만 최종적으로 ‘창원·마산·진해시’와 ‘성남·광주·하남(아직은 미정)’ 2곳뿐이다.
지자체 통합 논란 심화
사회통합을 위해 지자체를 통합하겠다는 정부의 주장과 정반대되는 일이 생기고 있다. 오히려 지자체 통합이라는 정부의 정책 진행으로 인해 해당 지자체 주민들과 자치단체는 혼란에 빠져 있다. 통합건의서 제출에 있어서 통합하겠다는 지자체가 모두 찬성해 건의서를 낸 것이 아니라 통합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지자체에서 일방적으로 내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남양주와 구리의 경우다. 이에 대해 구리시청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남양주시장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비민주적 결정이었다”며 비판하고 있다.
또한 지역 간의 다툼도 있었다. 전주시와 완주군도 통합 예정 지자체였지만 정책 진행 당시 ‘지역 간에 비방이 심하게 오가는 등 감정의 골 깊었고 근거 없는 소문 나돌고, 지역 시민단체들의 대립에 행정기관 관여해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헛소문도 있었다’며 완주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는 통합이라는 게 정말로 타당성이 있고 해당 지자체 주민들 상당수가 원하는지 그 목소리를 듣고 신중하게 듣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많다. 행정안전부가 지자체 통합 결정을 놓고 시행한 설문조사 표본도 많은 지자체는 1000명 적게는 지자체는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를 놓고 진행했다. 한마디로 주민투표는 하면 골치 아프니까 빨리 결정해 자신들의 의도대로 하겠다는 정부의 심산이다. 결국 1000명의 의견이 하나의 지자체 모든 주민들의 의견이 된 셈이다.
무엇보다도 청원군의회 관계자는 ‘지자체 의회가 찬성하면 지자체 통합으로 밀어붙이고 의회가 반대하면 주민투표로 가자는 게 행정안전부의 계획이었다. 행정안전부의 계획은 주민투표 없이 가자라는 게 업무 진행상 짜여 있었다’고 말해 행정안전부의 주먹구구식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듯한 정책 진행은 조용한 지자체를 술렁이기에 충분했다.
광양시의 경우는 1995년 광양군과 동광양시가 통합해 지금의 광양시가 됐다. 지자체 합병의 선례라고 할 수 있다. 광양시청 관계자는 ‘통합 당시도 동서간의 갈등이 있었고 지금도 남아 있는 상태라 힘들었다. 서로 뿌리가 같은 지역인데도 힘들었는데 여수, 순천, 구례처럼 뿌리가 다른 지자체와 통합할 경우 시너지효과보다는 부작용이 심할 것 같다. 지금 같이 서로 아무런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통합하라고 하면 잡음도 많고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통합의 의도는
정부가 주장하는 지자체 통합의 명분이 설득력이 없어 지자체가 혼란스럽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생활권과 행정구역이 달라 겪는 주민 불편 해소’, ‘행정기관이 원스톱 되지 않아 여러 행정기관을 방문해야하는 불편을 해소’, ‘주민들에게 쓰일 예산이 행정비용으로 사용되기는 문제 해결’, ‘주민참여 기회를 늘려서 건강한 주민자치를 만들기 위해’, ‘내실 있는 지방자치 발전의 토대를 마련’, ‘자치단체 인구 격차가 극심해 이를 해소’, ‘자치단체 간 재정력 격차 심화 해소’를 위해 지자체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7가지를 들어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소화기로 꺼도 될 불을 소방차 열대 불러 끄는 식’의 큰 우를 범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로 출근·통학할 때 시내버스가 자치단체의 경계를 넘어 갈 경우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 사업상, 대출 등으로 주민이 행정업무를 사용할 경우 여러 행정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성하고 잘 홍보하면 된다. 교통 요금 추가 징수 역시 지역 교통회사들과 협의해 적절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 무엇보다 이 두 가지 불편은 주민들이 살아가는데 지배한 영향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반면 창원·마산·진해·함안을 통합할 경우, 진해시에서 처리했었던 일들이 시청이 없어지면서 멀리 창원시청으로 가야하는 큰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통합 대상지였던 광양시청 관계자는 “광양시는 시청이 시내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민들의 접근성이 용의하지만 만일 통합으로 청사고 옮겨질 때는 오히려 주민들이 행정서비스를 받기 위해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각 지자체별로 정책과 사업들이 하나의 시청에서 통괄하다보면 업무상 혼란도 올 수 있으며, 사업 지원 예산에도 차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지자체 균등 통합보다는 흡수 통합 성격이 강한 곳의 경우는 예산 분배에 대한 논란이 생겨 오히려 지역 통합 보다는 와해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주민들에게 쓰이는 예산이 지금까지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연유로 비효율적이게 됐는지 살피고 이를 바로 잡아야 하는데 그 대안이 지자체를 통합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다. 만일 지자체를 통합할 시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만한 예산을 들여서 통합을 진행할 경우 금전과 주민 생활 개선에 있어서 예산 투자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가장 쉬운 예로 3개의 지자체가 통합되면 현재의 청사는 공무원 인력을 다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만큼의 신규청사를 건립하던가, 증축 및 증설은 필연적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 그리고 도로의 이정표도 다 바꾸어야 하면 주소도 바뀌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는 예산도 소요된다. 무엇보다도 행정기관이 통합하기 때문에 공무원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도 따른다.
정부의 주장 가운데 가장 우스운 주장은 ‘주민 참여’에 관한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은 정책에 대한 주민참여가 매우 떨어진다. 작은 규모단위로도 참여가 떨어지는데 지자체 규모를 크게 넓히면 주민 참여가 늘어난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너무 힘들다. 주민 참여가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를 생활권과 행정구역 불일치를 꼽고 있다. 정부는 스스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치 참여 현실을 밝히고 있다. ‘생활권에서 불편을 겪는 사람이 해당지자체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현실을 말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는 대안이 지자체를 통합한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또한 정부의 주장 가운데 ‘지자체의 규모와 역량이 커진다면 자치단체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더욱 잘 해결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있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규모가 크면 클수록 작은 규모의 것들을 보지 못한다.
이를 두고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 김미영 부장은 “농촌지역의 경우 인구 분포가 산발적으로 돼 있는 특성이 많다. 이런 상황에 지자체를 크게 합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많다. 농촌지역의 주민 복지가 우선 시 돼야 하는데 지금의 인력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업무를 통합해 공무원 개개인의 업무를 과중시키면 농촌 복지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내실 있는 지방자치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지자체 통폐합을 실시한다고도 주장한다. ‘지자체 규모가 클수록 언론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지역 주민의 관심과 이익을 대변해줄 민간단체 활동이 활발해 지는 등 정책 감시 체계가 강화하기 위해 꼭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규모가 크다고 언론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라는 발생은 정부가 언론을 삐뚤어지게 바라보는 지극히 사견적인 발상이다. 우리나라 언론이 공정하지 못하고 바르지 않았다는 의미를 내비친 것이다.
또한 그동안 지자체 민간단체가 정책 감시체계가 소홀했다고 정부는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니다. 4대강사업만 해도 많은 민간단체들이 극구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가장 큰 행정기관인 청와대와 정부를 행해 민간단체들이 일제히 감시하고 이의제기를 하는데도 말이다.
지자체 통합 얻는 게 뭔가?
구리시청 관계자는 “지자체가 통합하게 되면 행정구역이 커지고 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복지 부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외국의 경우 지자체 규모가 작고 주민들이 적을 경우 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소통이 더 원활했다”라고 설명했다. 즉 지자체 통합 시 보다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복지는 악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광양시청 관계자는 “행정기관이 하나로 통합되기 때문에 그만큼의 공무원들 구조조정은 필수다. 지금의 인력으로도 행정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없는데 만일 행정기관이 통합될 경우 지금보다 더 나은 행정서비스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자체를 통합시키기 위해서 행정안전부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자치단체의 교부세액 합계를 5년 간 보장하고, 통합자치단체에 보통교부세액(1년분)의 약 60%를 10년 내에 분할하여 추가로 교부하며, 통합 전 시·군 당 50억 원의 특별교부세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도 모자라서 ‘통합자치단체 추진사업에 대해 국고보조율을 10%p 상향 조정하고 통합 이전의 지출한도(ceiling)를 5년간 보장하는 등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 상 특례를 강화한다’ 이것도 더 모자라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과 관련,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하여 예산을 우선 배정하며, 장기임대산업단지 입지 선정 시 우선 고려하겠다’라는 제안으로 지자체를 현혹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청원군이 반대하는 이유는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지자체 통합 로드맵으로 가면 상관없는데 그렇게 가지 않을 것이 빤하기(인센티브 및 각종 해택이 없을 것) 때문에 신뢰성이 없어서 지자체 통합은 옳지 않다는 게 군의원들의 생각이었다”고 청원군의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한 “지자체 통합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편파도 많았고 말 바꾸기도 많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완주군청 관계자는 ‘사실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은 예전부터 지역 주민들 입에 오르내리던 일이다.
군민들 사이에 통합으로 이득이 오는 게 뭔가는 꾸준히 제기된 문제였고, 정부의 선전처럼 지자체 통합으로 오는 인센티브가 전적으로 완주군에 투자된다는 보장도 없고 정부가 주장하는 것들이 법적으로 효력이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있다.
또한 완주군민들은 어떤 해택을 받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통합은 곧 지역 와해
남양주시와 구리시도 지자체를 통합하기로 건의 했었다. 하지만 구리시 주민들의 반대로 이는 성사되지 못했다. 남양주시의 경우 행정구역은 넓고 인구도 많지만 도농복합지역인 반면에 구리시는 매일 서울로 인구유동이 많은 지역이라 그만큼 도시화가 많이 됐다. 구리시에 비해 남양주시는 상대적으로 낙후됐기 때문에 지자체 통합 시 구리시가 남양주시의 발전을 위해서 상당 수 희생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구리바로세우기 시민연대는 “두 시가 통합돼 의회 의원수가 14대 7이기 때문에 의원수가 많은 남양주가 유리해 상대적으로 적은 구리시에는 피해아닌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즉 재정 분배 시 구리시에 손해가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인센티브를 준다 해도 남양주시 소유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반대했었던 것이다.
공주시는 왜 부여군과의 통합에 대해 반대했냐는 본지의 질문에 “부여에 가서 물어보라”며 거절했다. 이는 공주시와 부여군이 통합될 경우 공주시의 손실이 크기 때문에 공주시가 반대하는 것이다. 공주시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부여군을 떠안고 있을 경우 공주시의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 부여군청 관계자는 “부여와 공주는 백제 문화유산이 공존하는 뿌리가 같은 지자체이며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과 부여군과 공주시가 추진하는 사업이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통합하는 게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모든 게 백제 문화라는 정신이 같이 공유된다”라는 말을 강조했다. 즉 공주시에 업히자는 것이다. 이런 부여군은 공주시에게 있어서 달가운 곳이 아니다.
여수·순천·광양시·구례군의 경우 광양시민의 반대로 통합이 무산됐다.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1000명 주민 중 무려 81.7%가 반대했고 다른 지자체들은 찬성 쪽으로 기울였다. 광양시청 관계자는 “광양시민단체들이 반대한 이유는 광양은 신흥공업도시기 때문에 주거, 교육, 문화 부분이 취약하지만 순천의 경우는 교육, 문화가 발달됐기 때문에 통합이 되면 광양시민 상당수가 순천으로 유입돼 광양시로서는 좋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통합은 정부의 통제 야욕
경실련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지자체 통합은 자율 통합이 아닌 중앙정부의 인위적이고 강제적인 통합이다”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시·군·구로 이루어진 기초자치단체는 지역 내의 작은 일상적인 문제를 지역주민 스스로 해결하는 생활자치 단위로써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다. 이를 통합해 광역자치단체 급으로 만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즉, 분산된 여러 자치단체를 중앙정부가 통제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하나로 통합된 지자체를 만들면 통제하기 쉽다는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지자체 통합은 주민생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주민 투표는 필수다. 이를 두고 경실련은 “진지하고 충분한 논의와 검토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얼마든지 조작 가능한 주민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앙정치권의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임기 말의 지방의회 의결만으로 통합을 결정하려는 것은 주민의 진정한 자율결정권을 철저하게 유린하려는 발상이다”라고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