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명운을 가를 유권자들의 선택이 2일 오전 6시 부터 시작됐다. 이번 지선은 선거 사상 최초로 ‘1인 8표’로 치러지며 3천886만1763명의 유권자가 광역단체장 16명, 기초단체장 228명, 광역의원 761명, 기초의원 2천888명, 교육감 16명, 교육의원 82명 등 총 3991명의 지역 일꾼을 선출한다. 특히 오는 2012 총선·대선의 중간 연결지점에 있어 승리하는 정당은 향후 대선까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 ‘견제-균형-안정’의 삼각구도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중은 3일 새벽 늦게 나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결과는 여야 지도부의 향후 거취 및 당내 역학구도, ‘잠룡(潛龍)’들의 차기구도와도 직결돼 있다. 각 당 지도부는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당내 입지가 커지겠지만 패배할 경우 책임론 등 후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또 당내 역학구도의 변화로 인해 잠룡들의 차기 입지가 재편되면서 큰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번 지선에서 여야가 가장 주안점을 두는 곳은 상징적 승부처인 수도권 ‘빅3’다. 서울(한 오세훈-민 한명숙), 경기(한 김문수-국 유시민), 인천(한 안상수-민 송영길) 3곳의 승리구도에 이번 지선의 의미를 두고 있다. 승패의 1차 기준점은 수도권 광역단체장 2곳과 비(非) 영호남 지역 1곳 이상의 확보 여부가 될 전망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전체 유권자의 49%가 몰려있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승부결과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수도권 3곳 중 2곳, 특히 서울·경기를 확보하면 승리의 최소요건은 채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몰려있고 전국적 표심이 축약된 핵심 승부처로 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수도권 3곳과 충북(한 정우택-민 이시종)·강원(한 이계진-민 이광재)·경남(한 이달곤-무 김두관) 등 접전지에서 2곳 이상 승리하면 ‘압승’으로 보고 있다. 서울·경기와 접전지 2곳에 승리하고 만약 인천을 내줄 경우 ‘완승’, 서울·경기에서 승리하고 인천 및 접전지 3곳을 모두 내줄 경우엔 ‘승리’로 잡고 있다. 기초단체장 경우 수도권에서 2/3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서울을 내주고, 경기·인천에서 승리하면서 충남을 포함한 5대 접전지에서 2곳 이상 이기면 ‘승리’로 보고 있다. 또 수도권에서 ‘전패’하고 대구·경북·부산을 한나라에 내줄 경우 ‘韓완승’, 수도권 ‘빅3’를 장악하고 접전지 2곳 이상을 확보할 경우 ‘완승’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초단체장 경우 수도권에서 반타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유선진당 경우 충남(민 안희정-선 박상돈-한 박해춘)·대전(선 염홍철-한 박성효)에 사활을 건 상태다. 대전·충남에서 모두 승리할 경우 차기 대권을 둘러싼 충청발 정계 개편의 중심에 서게 될 전망이다. 반면 한 곳이라도 패할 경우 충청권 맹주란 타이틀을 잃으면서 당세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은 지난 야당 시절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연이어 압승했다. 지난 02년 제3회에선 11곳, 06년 제4회 경우 12곳을 휩쓸었다. 그러나 이번엔 ‘지선=與불리’란 전통등식 하에 치르는 첫 선거여서 한층 부담이 크다. 수도권 ‘빅3’와 영남권 5곳을 포함한 10곳 정도에서 당선자를 내면 ‘대승’의 입장이라 점친다. 이 대통령-박근혜 전 대표-정몽준 대표의 정치적 명암도 걸려 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이명박 대통령과 당내 친李계의 후반기 국정 장악력 및 주도권은 엄청난 동력원을 가진 채 ‘제동’없이 치고 나갈 전망이다. 반면 박 전 대표에겐 정치적 ‘시련’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또 오는 6월 말~7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친李계 주도의 당권 장악력이 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진행형인 ‘친李-친朴’간 세종시 대첩에서도 친李계가 우위를 점할 계기가 되나 이는 충청권 3곳의 선거결과가 별도의 영향을 미친다. 韓매파주도의 ‘개헌’도 동일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박 전 대표의 부재 속에 이번 선거를 지휘한 정몽준 대표의 발언권도 커질 예정이다. 오세훈, 김문수 후보가 이번에 재선에 성공할 경우 차기주자 반열에 오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선거결과에 따라선 이와 정반대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부동층 속에 숨겨진 야당 표가 막판에 결집해 인천·경남·충북·강원 등 접전지 몇 곳에서 한나라가 패배하는 경우다. 특히 충청권 경우 한나라가 3곳 모두를 야당에 내주는 4년 전 대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경우 세종시 수정은 ‘불가능’의 국면에 처할 수 있다. 2곳에서 패하고, 1곳을 가져도 추진 동력원 및 명분이 떨어질 상황이다. 3곳 모두를 반드시 이겨야 6월로 예정된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처리나 박 전 대표·친朴계와의 싸움에서 ‘명분’을 내걸 수 있는 입장이다. 또 이 대통령-박 전 대표-정 대표의 명암이 정반대 형국으로 치달으면서 박 전 대표의 차기입지가 더욱 공고히 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도 한나라당과 비슷한 입장에 서 있다. 전통 텃밭인 호남을 뺀 수도권과 접전지를 포함한 3∼4곳에서 승리하면 현 정세균 대표 체제는 순항가도에 선다. 당의 승패가 인천·경기·충남북·강원 등 중부권 경합지역에 달렸다. 또 수도권 ‘빅3’중 중 한 곳을 건지고, 강원·충남충북·경남 등 접전지 2곳에서 승리해도 정 대표 체제에 대한 인책론은 불거지지 않을 전망이다. 정 대표는 차기 당권 경쟁에 ‘청신호’가 켜지고, 잠재적 대선주자로 위상을 높일 수 있으나 만약 패배할 경우 책임론의 1차 과녁이 되면서 조기퇴진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패배할 경우 정 대표와 경쟁관계인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전 의장은 잃을 게 적다. 두 사람 모두 현 지도부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전가하면서 위축된 세력 복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손 대표 경우 경기지사 단일화 과정에서 통합·조정자 이미지를 구축한 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선거결과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당 안팎에서 조기 전당대회 논의가 불거질 공산이 커다. 또 오는 7일 당 워크숍을 열 예정인데 선거에서 패배하면 여기서 당장 쇄신론이 분출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다음달 28일 국회의원 재·보선 이후인 오는 8월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친盧그룹의 정치적 명암도 걸려있다.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는 이번에 이길 경우 단박에 야권 유력대선주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左희정·右광재’로 지칭되는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는 이번에 당선될 경우 ‘脫盧-대중 정치인’으로 독자생존하면서 차세대 야권 대선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는 이번 승패에 관계없이 영남 대표주자로서 이미 위상을 확보한 상태다.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도 승리할 경우 야권의 차세대 리더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지선에서 또 하나의 관심사는 투표율이다. 역대 지선에선 지난 95년 1회 68.4%, 98년 2회 52.7%, 02년 3회 48.9%, 06년 4회 51.6% 등의 투표율을 보였다. 문제는 그간 줄곧 저조했던 2~30대 젊은 층의 투표율이다. 대체로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이 유리한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번 경우 ‘천안함-北風’에 따른 안보이슈 팽배로 여권이 그리 불리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