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친구를 감금하고 마구 때려 숨지게 한 10대 청소년들이 붙잡혔다. 이들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훼손하고 한강에 버리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서슴지 않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더구나 조사 받는 내내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 등 반성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 충격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날로 흉포화하는 청소년 범죄는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지만 사회적 예방대책은 처벌 말고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탐정만화 나온 범행 수법 따라 “발목 자르고 피 빼고” 충격
죄의식 없어 조사 받는 내내 ‘낄낄’…“10대 이래도 되나?”
지난 6월13일 아침 7시께, 서울 마포구 양화대교 북단 지역.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10대 청소년 3명이 택시에서 내렸다. 이모(19)군과 정모(15)군, 이군의 여자친구인 안모(16)양이었다. 이들은 낑낑대며 담요로 싼 ‘짐’을 차 트렁크에서 내렸다. 그게 뭐냐고 묻는 택시 기사에게 이들은 “학교 축제에 쓸 조각상”이라고 둘러대며 요금을 건넸다. 하지만 택시가 떠나자 이들의 태도는 돌변했다.
이들은 담요로 꽁꽁 싸맨 ‘짐’을 대충 풀고 안에 주워온 벽돌과 시멘트 덩어리를 넣은 뒤 다리 밑 물에 집어던졌다. ‘짐’이 떠오르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사흘 뒤 이들이 한강에 던져 넣은 짐이 떠올랐다. 김모(15)양이었다.
친구 폭행, “한강에 버리자”
서울 마포경찰서는 6월22일 자신들에게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또래 김양을 폭행, 살해하고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한강에 버린 혐의(살인 등)로 정군과 최모(15)양을 구속하고 안양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시신 유기를 주도한 혐의(시신 유기)로 이군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고 연장자인 이군을 제외한 정군과 최양 등 동갑내기 남녀 5명은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최양의 집으로 김양을 불러내 함께 술을 마셨다. 애초 이들과 김양은 유흥가를 전전하던 가출 청소년이란 공통점에 친해진 사이였지만 평소 김양이 최양 등 다른 여자 10대들을 겨냥해 ‘몸가짐이 헤프다’ ‘남자들과 쉽게 성관계를 한다’는 험담을 하고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화가 치솟았다고 한다.
정군 등은 홧김에 김양을 집안에 가둬놓고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노동판을 전전하던 최양의 부모는 지방으로 약 한 달간 출장을 간 상태라 당시 집에는 이들의 잔혹한 행동을 말릴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4일 동안 온몸을 구타당한 김양은 12일 오후 6시20분께 숨졌다.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잔혹한 행각은 이렇게 시작됐다.
정군 등은 폭행 도중 김양이 사망하자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냉정을 되찾고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안양의 남자친구이자 나이도 많고 담력이 세다고 알려진 이군을 불렀다. 이들은 함께 인터넷을 뒤지며 매장과 화장 등 시신 처리 방법을 의논하다 무거운 물체를 달아 한강에 버리는 것이 가장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수심이 가장 깊은 곳이 양화대교 부근이라는 사실을 알아내 유기 장소를 결정했다.
만화에서 본 범행수법으로
문제는 시신을 옮기는 방법이었다. 양화대교까지 시신을 옮기기엔 너무 무겁고 들킬 염려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이군은 케이블tv에서 방영했던 어린이 탐정만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시신의 몸에서 피를 빼내면 훨씬 가벼워진다는 것. 이군은 정군을 시켜 시신의 목과 발목을 흉기로 자른 후 피를 뽑아내는 광기를 보였다.
이군 등은 카펫과 담요로 싼 김양의 시신을 벽돌, 시멘트 덩어리와 함께 로프로 묶어 지난 13일 오전 택시를 타고 마포구 양화대교 북단으로 가 다리 위에서 시신을 강에 던졌다. 이들은 택시를 불러 시신을 트렁크에 싣는 과정에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택시 기사에게 “학교 과제로 쓸 조각상”이라고 둘러대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범행 장소였던 최양의 집으로 다시 돌아와 당일 저녁 9시까지 약 13시간 동안 태연히 잠을 자고 헤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한 명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교회에 가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시신 유기 후 경찰 조사에 대비, 김양이 아버지와 싸우고 종적을 감춘 것처럼 입을 맞췄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양의 영혼이 해코지할지 모른다며 노잣돈 격으로 김양의 호주머니에 10원짜리 동전 5개를 넣고, 분향을 한답시고 이쑤시개에 불을 붙여 ‘간이 염’을 하기도 했다.
죄의식 없어 ‘큰일’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김양이 자신들에 대해 ‘헤프다’는 말을 하고 다녀서 때렸고 처음부터 죽일 의도는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들은 “이 아이들은 죄의식이 없다”며 “조사를 받는 내내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웃고 떠는 등 반성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또 “많은 사건을 겪어봤지만 청소년 범죄로는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피의자와 피해자 대부분이 가출했거나 학교를 다니지 않았으며, 일부는 특수절도·폭행 등 전과가 있는 만큼 부모가 장기간 집을 비우거나 없어 가정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이 아니겠냐”고 개탄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흉포화되고 있는 10대 청소년의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예방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0대 때는 개인보다는 집단으로 저지르는 범죄에서 죄의식을 덜 느낄 수 있다”며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경찰서를 드나들면서 사회적 규범을 학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원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또래 집단끼리 어울리다 보니 사회적 통제가 안 되고 비행과 범죄로 이어진다”며 “가정과 학교, 사회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비행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들을 돌보는 유대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dndn101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