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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촌, 매서운 겨울찬바람이 친구를 해주네

<걷기 르포>가평군 청평면 창촌마을, 북한강 강변을 가다!!

문일석 시인 | 기사입력 2010/12/05 [08:58]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말하자면 걷기 취미꾼이다. 걸으면서 사유한다. 걷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한다. 걸으면서 시상(詩想)도 떠올린다.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청평 3리 일대의 걷기에 섰다. 이 마을의 또 다른 이름은 창촌(倉村)마을이다. 한자 이름을 풀면 곳간 마을이다. 역사적으로 이 마을 이름에 무엇을 담아놓았는지 모르나, 지명에 곳간 창(倉)을 사용, 거대한 창고임을 말해주고  있다.
 
창촌 마을에는 청평댐이 있다. 이 댐이 마을과 맞붙어 있다. 청평댐은 1943년 7월 완공된 댐으로 전기발전과 서울-경기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거대한 담수댐이다. 특히 댐이 안고 있는 수량은 서울 사람들의 물 걱정을 항구적으로 덜어줄 정도이다.
▲ 창촌     ©브레이크뉴스
▲ 창촌     ©브레이크뉴스
▲ 창촌     ©브레이크뉴스
 
창촌마을 걷기에 나섰다. 댐은 우람한 모습으로 길손을 맞이했다. 댐의 뼈대는 건재해 보였다. 그 건재함으로 댐 안의 수압에 의한 무게를 버티고 있을 것이다. 댐에는 24개의 수문이 있다. 밤이면 댐을 향한 훤한 조명에 따라 아름다운 야경이 연출되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의 후버 댐은 관광 명소로 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안보의 댐으로 떴다. 누군가 후버댐을 폭파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검문검색을 한다. 그런 점에서 청평댐도 가까운 미래의 관광지로 예약해놓고 있는 셈이다. 적이 청평댐을 폭파한다면 서울은 수장되고 말테니까.
 
댐 주변을 걷기 시작하면서 곧바로 창촌 마을의 이름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창촌마을 부근은 다광다풍다수(多光多風多水), 3다의 곳이었다. 그리고 미지(美地), 아름다운 땅이었다. 이를 아는 듯 모르는 듯, 북한강 가의 갈대 잎들은 서로의 마른 어깨를 부딪치면서 서걱대고 있었다. 
 
▲ 창촌     ©브레이크뉴스
▲ 창촌     ©브레이크뉴스
▲ 창촌     ©브레이크뉴스
강안 풍경은 물이 많은 곳임을 알게 해준다. 비가 오지 않은 겨울이라 시집가기 전 처녀들의 들떠있는 마음처럼 넓은 강변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강변이 넓다는 것은 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기철인 여름이면 그 곳에 물이 가득해질 것이다. 물론 바로 눈앞에 보이는 댐의 위쪽은 물 천지이지만. 또는 겨울이면 그 강안에 하얀 눈이 가득 쌓일 것이다. 눈이 펄펄 내리는 날, 눈이 수북이 쌓여 있는 날, 이 강변을 걷는 맛은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긴 듯 포근할 것이다.
 
전후좌우로는 낮지 않은, 그러면서도 악산이 아닌, 여러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분지 형태이다. 그 분지에, 맑은 날이면 하루 종일 햇볕이 가득하다. 남쪽 강으로부터 불어오는 강 바람 또한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그 공간에 가득함을 느낄 수 있다. 많은 햇볕, 많은 바람, 많은 물이 있는, 아름다운 땅이다.
 
향토 사학가들은 창촌 마을에 대해 역사적인 사료를 들어 말하겠지만, 필자가 이곳을 걸으면서 느끼는 마을 이름과 연관된 영감이 주는 의미는 그런 것이었다.
 
잘 닦여진 강변 산책로를 따라 무작정 걸었다. 창촌의 겨울 강변은 외로웠다. 창촌 마을에서 대성리 방향으로 걸었다. 걷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아 강변 전체를 전세 얻은 심정이었다.

여름이면 보트를 타거나 물 위에서 뱃놀이를 하는 인파로 붐비는 곳이다. 그러나 겨울이 오면 이 일대는 외로운 곳이다. 혼자서 강변을 걷는 맛은 일품이다. 혼자 걷는다는 것은 쓸쓸함을 뜻한다. 또는 외롭다. 고독스럽다. 그러나 인간은 어차피 철저하게 혼자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혼자서 걷는 맛이 얼마나 감칠맛이 있는지를 안다면, 혼자서 걷는 산책길이 따뜻한 산책길이 될 수도 있다.
 
걷는 가운데 낚시터와 조우했다. 뱃놀이를 즐기는 장소에는 프로 낚시꾼들만이 잠시잠시 머물다 떠난다. 일본에서 온 낚시꾼도 있었다. 이곳 강은 그만큼 유명한 낚시터임을 말해준다.

북한강변 일대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찾아오는 사람과 기꺼이 대화를 해줄 자세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다. 우직하게 생긴, 건장한  뼈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인 댐은 남성스러워보였다. 그 우람함으로 창촌(청평 3리) 일대의 겨울 광풍지수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필자는 창촌을 걸으면서 자작시 '손수건'을 읊조렸다. 겨울 북한강은 지나간 사랑을 애태워하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준비한 손수건 같은 땅이었다. 
 


▲ 창촌     ©브레이크뉴스
▲ 창촌     ©브레이크뉴스
손수건


다시는 못 볼 사람을 사모하여 흘린 눈물을 닦던
구겨지고 또 구겨진 올올 사이로
그리움의 냄새가 솔솔 피어오른다.

보고 싶어 잠 못 이루다
커피 잔에 마지막 남은 한 방울마저 입술에 적시며
밑바닥에 말라붙은 그리움까지 훔쳐내는
애틋한 사연을 주섬주섬 안고 있다.

젖은 천 조각이 무슨 죄인가

떠나보낸 사람 생각에
가을 갈대 잎처럼 소리 없는 바람에도 흔들리며
마른 눈물을 흘리지나 말지.

잊지 못하게 하는 절절함을
시도 때도 없이 흘려보내는 그 무엇,
정들었음이 죄라면 죄지.

그래도 산자의 그리움 때문에
눈물에 젖은 손수건을
세월의 깊이만큼 힘줄 굵어진 손에 쥔채
훌쩍거리며 이 세상을 살아간다. (문일석 시 '손수건' 전문)

 
인간끼리의 사랑은 한번 가면 결코 오지 않겠지만, 자연은 아니올시다! 그래서 자연이 위대한 게 아닐까?
 
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창촌 마을에는 사랑으로 온몸이 충전된 선남선녀들이 찾아들 것이다. 그래서 겨울 강변걷기는 외롭거나 고독스런 것만은 결코 아니다. 혼자서라도, 지치더라도 걸으면, 그 가운데 기다림을 상상하면서 영감(靈感)을 건져 올리면 된다.
 
겨울의 매서운 찬바람이 친구를 해준다. 겨울에 강가의 찬바람을 맞는다는 것도 싫지는 않았다. 살이 시릴 정도의 차가움의 세월이 내 곁에 있다면, 따뜻함을 가져다줄 춘풍도 쉬이 내 곁으로 다가올 테니까. 이런 여유를 부리니 찬 겨울 바람도 친구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문일석 시인     ©브레이크뉴스
예수의 산상 기도와 부처의 광야기도도 걷기의 산물이다. 그 성인들도 걷고, 또 걸었을 것이다. 걸음 그 자체가, 아니 걷는 게 곧 구도의 길이었다. 그 성인들 역시 홀로 걸어야만이 기도처로 갈수 있었을테니까.
 
그런저런 상상을 즐기며, 창촌 마을 부근의 북한강 강변을 걷고 또 걸었다.
 
▲ 새로 단장한 청평역     ©브레이크뉴스
<여행 안내>12월 21일 서울-춘천 전철이 개통된다. 전철로 서울 상봉동에서 청평까진 45분 걸린다. 청평역은 새로 단장했다. 서울 사람들이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창촌까지 오갈 수 있다. moonilsuk@korea.com

*필자/문일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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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jabal 2010/12/05 [15:30] 수정 | 삭제
  • 옛부터 물맑고 산좋은 곳을 요산요수라고 하였다.

    나도 가평군 청평면 청평리 창촌이란 마을에 가본적이 있다

    산세 좋고 물많은 자락에 자리한 인심좋고 경치좋은 마을이란 생각이 지금도 항상 그리워 지는 좋은 마을이란 기억이 난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왔으나 창촌마을에서 먹었던 오리고기와 매운탕 맛은 그 어디에서 먹던 것보다 환상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문일석 시인도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에 취해 가봤으리라 생각하면서 이왕 가셨다면 오리고기가 참으로 환상이니 한번 드시고 오시길 바랍니다.

    시간이 되면 언젠가 다시 한번 찾아 볼까하는 창촌 마을의 인심과 요산요수가 영원하길 기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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