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투표는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 대립 및 논란 속에 한국형 미래복지향방을 가늠할 계기여서 결과에 한층 귀추가 주목됐었다.
또 ‘선별복지-보편복지’로 구분되는 정치권의 복지논쟁과 맞물려 큰 주목을 받았다. 당초엔 단계적 무상급식안(서울시)과 전면무상급식 안(서울시교육청) 중 하나를 선택하는 차원이었으나 여야의 전면개입과 국민관심 증폭으로 ‘판’이 한층 커져버렸다.
오 시장-곽 교육감 간 단순한 복지노선 및 소신대립 차원을 넘어 내년 양대 선거의 ‘복지리트머스 시험지’로 부상하면서 여야 간 전면전으로 까지 비화됐다. 투표결과에 서울은 물론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하지만 선거 초중반부터 투표율 저조로 오 시장의 패색징후가 발현된 데다 퇴근 후 넥타이부대의 투표러시도 실종되는 등 막판이변조차 없었다.
서울민심역시 분열되고 갈렸다. 전체적으론 청년층 vs 장·노년층-강남 vs 비(非)강남 등 구도 하에 표심이 둘로 쪼개졌다. ‘복지’를 둘러싼 계층·정치색대립 양상마저 불거진 채 향후 후유증역시 만만찮을 조짐이다. 특히 강남3구는 철저한 계급투표양상을 보인 가운데 지난 6·2지선에 이어 이번에도 적극투표성향을 드러냈다. 강남-비 강남권 간 패 갈림은 확연했다.
또 여권에 악재인 반면 야권엔 호재로 작용하면서 정치권에 향후 메가톤 급 후폭풍이 몰아칠 조짐이다. 한나라당은 ‘선전’을 앞세운 채 애써 파장축소에 주력하는 반면 야권은 파상공세를 이을 조짐이다. 우선 당장 여권에 심각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당사자인 오 시장의 사퇴논란은 물론 지원독려에 나선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에도 여파가 몰아칠 전망이다.
특히 ‘오 시장 지원’ 진위논란에 휩싸인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향후 국정운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시종일관 객관적 중도스탠스를 유지한 채 끝까지 거리를 유지한 박근혜 전 대표에도 당내 및 보수진영의 원망 섞인 메시지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번 투표는 ‘정치권은 국민들을 과소평가하지 마라’란 메시지를 함의하고 있다.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위해 대신 싸워줄 세력을 원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국민들이 가장 필요한 건 믿을 수 있는, 신뢰를 던질 수 있는 이란 화두를 내년 4·11총선-12·19대선에 앞서 정치권에 던진 형국이다. 여권으로선 내년 양대 선거 전략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진 격이다.
|
대선불출마-시장 직 사퇴의 초 배수진을 친 채 승부수를 던졌던 오 시장은 결국 반대여론을 따돌리지 못한 채 ‘백척간두’의 최대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단 하나 위안거리는 여권 내 친李계 전망구도인 ‘2017 차 차기 보수진영 아이콘’ 부상가능성 단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가장 큰 명분을 잃었다. 정책문제인 무상급식을 정치문제로 이슈화해 불필요한 사회갈등을 초래했다는 책임론이 커질 상황이다. 또 서울을 분열시키면서 향후 시정에 적잖은 부담과 후유증을 남겼다. 개함조차 못한 주민투표를 위해 혈세 182억이 낭비된 데다 향후 서울시장보선을 치르기 위해 3백억이 추가로 또 필요하다.
또 주민투표결과에 서울시장진퇴를 건 것에 ‘협박정치’란 비난여론이 팽배하다. 덩달아 당내 인심마저 잃었다. 당내 만류에도 불구 ‘마이웨이’를 외치며 발걸음을 디딘 탓이다. 이에 특히 친朴진영의 시선이 한층 곱지 않다. 유승민 최고위원도 “당을 늪에 밀어 넣고 있다”며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가장 주목되는 건 오 시장의 사퇴시점이다. 오 시장이 오는 9월30일까지 사퇴 시 10월26일, 그 이후 사퇴경우 내년 4·11 총선과 함께 치러지게 된다.
‘준(準)대선 급’으로 내년 양대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울시장보선에 한나라당은 어떻게든 내년으로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오 시장의 즉각 사퇴로 10월에 치러야 한다며 맞선 채 양측 간 수성-공세대립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양대 선거 앞서 명암 엇갈린 여야, 정치적 득실, 후폭풍
여야 특히 여권에 메가톤급 파장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주도하는 ‘보편복지’에 탄력을 받은 채 힘이 실리면서 향후 정국주도 발판을 마련한 반면 한나라당은 거센 후폭풍에 휘말릴 공산이 커졌다. 민주당은 ‘3무1반(무상보육·무상급식·무상의료+반값등록금)’으로 불리는 ‘보편복지’ 구상에 탄력을 받은 반면 한나라당의 ‘단계적 복지’ 주장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민주당은 특히 오 시장이 시장 직에서 조기퇴진 시 유리한 국면 하에 서울시장보선을 치를 수 있게 됐다. 만약 서울시장을 거머쥘 경우 내년 총·대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민심을 확보하면서 총·대선을 넘볼 발판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한나라당은 내부논란 속에서 주민투표를 지원한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큰 가운데 자중지란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향후 정책노선을 둘러싼 진통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의 중도 하차는 또 당에 대한 반감 확산으로 이어지면서 서울시장보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가장 큰 손실은 내년 총·대선 핵심화두로 부상한 ‘복지이슈’를 주도할 기반구축기회를 잃은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과 현 정부의 향후 국정 운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균형재정이냐 복지확대냐를 두고 ‘한국형 복지’가 기로에 선 형국이다.
▲주민투표 무산유탄 날아든 박근혜 전 대표
주민투표 무산유탄이 여권 차기유력주자인 박 전 대표에도 날아들 상황이다. 주민투표와 선을 그은 채 끝까지 거리를 두며 일절 개입치 않은 박 전 대표 태도에 당장 당내 특히 친李계에서 불만목소리가 불거진다. “박 전 대표가 한 마디만 해줬어도…”란 보수진영의 볼멘 목소리 역시 동시화 되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선 향후 차기스텝 본격화를 앞두고 변수가 될 개연성이 크기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으나 후폭풍이 벌써부터 만만찮은 형국이다.
실제 오 시장 측은 무상급식논란 시작 무렵부터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박 전 대표 측 지원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5%가량 추산되는 견고한 친朴지지층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오 시장의 구원요청을 끝내 뿌리쳤다. 일부 서울지역 친朴계 의원들 역시 오 시장과 거리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가 무상급식문제를 ‘지자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거리를 둔 이유는 복지문제에 대한 인식차이와 대권구도에 변수를 만들지 않겠다는 경계심 등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차기대선 일성으로 복지확대문제를 화두로 제시했다.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나 양극화가 가져오는 사회적 병폐가 더 커 복지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란 것이다.
하지만 오 시장의 전면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서민들에 대한 복지확대를 막는 정책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아 박 전 대표의 복지노선과 지향점이 맞지 않다. 친朴계 유승민 최고위원도 지난 7·4전대 출마 당시 ‘전면무상급식’ 실시를 주장했다. 그는 당시 “추구하는 복지방향과 박 전 대표 생각이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애시 당초 오 시장과 박 전 대표 복지관이 일치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