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템포 늦었다..’ 9일 박희태 국회의장의 다소 ‘때늦은 사퇴’에 따른 대체적 시각이다. 총선을 불과 60여 일 앞두고 드리워진 암울한 그림자에 여권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파장은 예상외로 클 전망이다.
지난달 3일 새누리당 고승덕 의원에 의해 불거진 ‘돈 봉투’ 사건은 박 의장이 이날 사실상 의혹책임을 인정하면서 여권에 ‘4·11총선뇌관’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고 의원은 “08전대를 2~3일 앞두고 박 의장 명함과 3백만 원이 든 돈 봉투가 의원 실에 전달돼 돌려줬다”고 폭로했었다.
박 의장 비서 고명진 씨가 돈 봉투 전달자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그 ‘윗선’으로 지목됐으나 그간 박 의장은 “모르는 일”이라며 ‘버티기’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날 고 씨가 검찰수사에서 기존 태도를 번복해 박 의장-김 수석 연루사실을 인정하는 ‘양심선언’을 하면서 결국 때 늦은 사퇴에 나섰다.
당장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온 4·11총선정국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청와대 모두 얽힌 사건이란 점에서 여권엔 피할 수 없는 ‘악재’인 반면 야권엔 ‘MB정권심판 론’에 더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잇단 총선악재에 새누리당은 거의 ‘울상’인 형국이다. 당명교체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지역구불출마 선언 등 극적쇄신카드가 당장 희석돼 버린 게 가장 큰 타격이다. ‘돈 봉투 사태를 너무 키웠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불거지나 때 늦은 양태다.
최근 당명과 로고, 상징 색까지 바꾸며 전신인 ‘한나라당’ 이미지 탈색에 나섰으나 ‘무위’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민의의 ‘바꿔 열풍’에 ‘무한쇄신’을 강조해 온 가운데 총선 목전에서 ‘돈 봉투 당’ 낙인이 찍힐 우려가 커진 탓이다.
당 비대위 황영철 대변인이 즉각 진화에 나섰으나 돈 봉투 사태를 좀 더 일찍 털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또 와중에 비대위-당 사이에 ‘일희일비’의 상반된 기류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전대 돈 봉투 후폭풍에 초유의 디도스 파문이 다소 희석된 반면 ‘쇄신 하이 킥’에 찬물이 끼얹어진 탓이다. 또 비대위 일각에서 이번 사태를 쇄신-정화의 한 계기로 보는 시각도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적 당내 분위기는 박 의장에 대한 원망과 김 수석을 향한 비난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문제는 고 씨의 고백으로 검찰의 지지부진하던 돈 봉투 사건이 급물살을 탈 조짐인데 있다. 향후 검찰수사에 가속도가 붙어 소속 현역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갈 상황인 가운데 ‘새누리’ 이미지가 재차 구태정당 이미지로 유권자들에 인지될 수밖에 없어 ‘전전긍긍’이다.
당장 박 의장과 김 수석은 ‘검찰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인 가운데 여당에 타격을 가한 후 재차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다. 지난 08전대에서 박 의장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어서 난감하다.
김 수석이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해온 상황으로 가면서 결국 ‘연루설’이 사실화돼 가는 분위기인 탓이다. 김두우 홍보수석에 이어 김 수석마저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되면서 임기 말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마무리에도 치명타가 될 공산이 커졌다.
반면 호재를 맞은 야권은 맹공에 나섰다. 특히 함께 ‘돈 봉투’ 수사를 받았다가 최근 혐의를 벗은 민주통합당은 ‘MB정부 비자금게이트’로 규정하고 특검까지 추진할 수 있다며 여권에 대한 압박고삐를 바짝 조이는 양태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이날 오후 하금열 대통령실장 예방을 받고 “김 수석이 저를 찾아 왔을 때 (고 의원과) 일면식도 없다며 거짓말 했다, 공직을 하기엔 부적격, 사퇴해야한다”고 면전에서 아예 직격탄을 날렸다.
헌정사 초유의 현직 입법부 수장 중도불명예 사퇴란 ‘오점’을 남긴 가운데 여권이 박 의장의 부적절한 사퇴시기 및 형식, 내용 등으로 인해 목전의 총선을 앞두고 충격파에 휩싸였다. 더불어 새누리당은 감잡히지 않는 해당 부메랑에 깊은 우려를 드리운 채 ‘돌파구’ 모색을 위한 무한고민에 휩싸인 형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