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은 결과적으로 ‘의외의 게임’이었다. 선거전 하나같이 ‘여소야대’를 점쳤던 각 여론조사와 정치평론가들 전망은 물론 방송3사 예측조사마저 비웃듯 어긋났다. 이는 7개월 뒤 18대 대선에서의 여야 간 피 말리는 ‘아마겟돈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12월 대선전초전 격이었던 이번 총선은 한마디로 ‘박근혜의 저력’을 재차 과시한 무대였다. ‘선거의 여왕’ 그 타이틀의 재복귀 장이었다. 역시 서울 등 수도권에서의 ‘박근혜 카드’ 한계는 드러났으나 그의 대권가도에 청신호가 켜진 건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어김없는 TK(대구·경북)의 ‘새누리 올인’ 재연은 향후 대선전에서 박 위원장의 ‘영남권 맹주’ 그 한계와 연계되면서 넘어야 할 ‘산’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갖은 악재 속에 충청·강원 등 ‘중원 탈환 및 대약진’과 PK(부산·경남)의 ‘그나마 수성’의 공(功)은 박 위원장 ‘몫’이란 데 이견이 없다.
박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차기입지를 확고히 다진 셈이다. 반면 여권 내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혔던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나 친李핵심 이재오 의원 등이 가까스로 지역구를 지켜내는데 그쳐 친李박근혜대항마로서의 입지는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경기지사 역시 딜레마에 봉착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선거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탄탄한 대선가도를 달릴 것으로 보인다. 여권-보수진영 내 박근혜대항마는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 다만 새누리당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야당에 밀렸다는 점은 ‘박근혜 표’ 확장성이 수도권에서 한계를 드러낸 것과 직결되면서 여권의 풀어야 할 과제로 부상했다.
또 비례대표투표에서 새누리당이 42%가 넘는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으나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득표를 합치면 새누리당 득표율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대선승부를 미리 낙관하기엔 이른 부문으로 작용한다.
어쨌든 여당은 갖은 악재에도 불구 과반의석을 확보하면서 정권재창출 기반을 마련했다. 덩달아 청와대(MB) 역시 거야(巨野)의 거친 공세 직전에서 구사일생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그러나 박 위원장과 여당은 향후 대선국면에서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4·11결과는 국민-정치권 모두에 갖은 희비를 남긴 채 차기대권구도에도 의문부호를 던졌다. 특히 민주통합당은 갖은 호재에도 불구 총선승리 동력원으로 연계시키지 못한 전략부재 및 실책을 드러내 비난여론과 함께 심각한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야권연대가 일부 힘을 발휘했으나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향후 대선전에서의 전면 전략수정 역시 불가피해졌다. 한명숙 대표 등 당 지도부 인책론도 당장 수면위로 급부상하면서 심각한 내홍에 시달릴 전망이다.
특히 대선주자들 성적표가 초라해 12월 대선까지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문재인(부산사상) 후보를 중심으로 한 ‘낙동강 벨트’ 위력은 당초 예상대비 찻잔 속 미풍에 그쳤다. 기대를 걸었던 문성근, 김정길, 김영춘 후보 모두 고배를 마신 대신 문 후보와 조경태 후보만 국회에 입성했다. 이는 잠정주자로 꼽히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딜레마와도 연계된다.
낙동강 벨트승리를 바탕으로 야권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힐 것으로 예상됐던 문 상임고문의 앞날은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와중에 또 서울강남에서 승부수를 띄웠던 정동영 후보역시 강남벨트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해 재기불씨를 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야권의 차기대안으로 안철수 교수 등 제 3의 인물 등장 가능성이 증폭될 분위기다. 다만 안 교수 경우 이번 총선에서 제한적인 메시지 정치를 했으나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장 일각에선 ‘안철수 현상’이 퇴조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상 야권의 대선가도가 ‘오리무중’에 빠져든 셈이다. 안개 속 차기구도 하에 원내에 입성한 이해찬 전 총리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전계기는 있다. 차기구도에서 여권이 일찌감치 박근혜 단일체제로 굳어진 반면 야권은 향후 대선주자 도출과정에서 시너지 증폭 및 흥행몰이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는 탓이다.
이번 총선결과는 여야에 ‘동전의 양면’ 성격을 띠고 있다. 여권은 일단 대선발판을 마련했으나 수도권 공략이 최대 난제로 부상했다. 예기치 못한 패배를 맞은 야권 입장에선 위기이자 기회인 양면성을 내포하고 있다. 다만 지난 총선과정에서 드러낸 갖은 실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재차 반복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아야 할 입장에 섰다.
정치는 시시각각 변하는 시초의 ‘생물’이다. 대중과 여론은 유난히 변덕스런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향후 또 다른 돌발변수를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오늘의 ‘맑음-흐림’이 7개월 후 똑같이 재연될 가능성은 없는 개연성을 받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