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은 불기운을 뿜는 산으로 예부터 서울 외사신산(外四神山:용마산/낙산/관악산/삼각산)의 하나로 서울 남쪽의 외부 바깥에 울타리격의 산이다. 봉우리가 불꽃 형상인 이 산은 풍수적으로는 화산(火山)에 해당한다.
그래서 조선 초에 북악(北岳) 남쪽에 궁이 들어서고 그 남쪽 분지에 도읍이 형성되면서 풍수적으로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조선 초에 태조 이성계를 도와 국가의 기틀을 잡는 데 큰 기여를 했던 무학(無學)대사는 정궁(正宮)인 경복궁을 북안산인 옛 백악산(白岳山)의 남쪽기슭에 자리 잡아 짓는 것을 반대했다.
백악 밑에 궁이 들어서면 궁의 정문은 남향이 될 것인데, 이 문이 화산인 관악산을 마주보게 되어 그 불기운이 궁을 억눌러 도성에 늘 내우외환(內憂外患)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래서 무학은 자기가 주장해 왔던 대로 무악재 밑이 궁터가 되어야 한다고 했음이다.
그러나 당시 이태조의 신임을 크게 받고 있던 정도전(鄭道傳)은 그렇지 않다고 하였다. 도성과 관악산 사이에 다행히 한강이 있어 관악산의 불기운이 물을 건너올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이런 주장으로 백악 남쪽의 궁 자리를 찬성하였다. 이렇게 해서 조선의 정궁은 지금의 모습처럼 백악 남쪽으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그 뒤 이방원에 의한 1차 왕자의 난, 박포(朴苞)의 선동에 의한 2차 왕자의 난 등과 같은 왕실 반란이 있었고, 순탄치 못한 일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사람들은 백악 밑의 궁궐자리를 반대했던 무학의 예언을 생각하기에 이른다.
왕자의 난 이후로도 사육신 처형으로 마감한 세조반정, 왜인침략에 의한 임진왜란, 오랑캐의 남침에 의한 병자호란, 경복궁화재 등 관악산의 화기설(火氣說)을 뒷받침해 주는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러나 이태조 자신도 관악산 화기설을 전혀 무시하진 않았다. 관악산이 화산(火山)이란 점을 의식했던 이태조는 화환(火患)을 막기 위해 무학의 말을 따라 이 산에 연주(戀主), 원각(圓覺) 2개의 사찰을 세웠다.
경복궁정문에서 이 관악산이 덜 보이도록 궁궐의 일직선상에 남대문을 세운 것도 풍수적인 배려다. 남대문의 현판인 숭례문(崇禮門)의 글씨를 보면, 다른 문루의 현액과는 달리 세로로 씌어져있다. 이는 남쪽인 예방(禮方)에서 오는 관악산의 불길을 밤낮으로 ‘서서 지켜서’ 막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화기에 대한 조선의 예민 반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남대문 앞에 인공연못인 남지(南池)를 파 관악산에서 오는 화기(火氣)를 없애려는 상징적인 방비책도 썼고, 관악산의 최고봉인 연주대(戀主臺)의 뒤쪽 높은 바위에 작은 구멍을 파서 물을 가두어 화기(火氣)를 눌리는 방편을 담기도 했다.
관악산 옆 삼막산(三幕山)에서 시흥쪽으로 내려가면 시지산(施芝山)이 있다. 이 시지산에 호압사(虎壓寺)라는 소(小)암자가 있다. 이 암자의 뒷산에는 호랑이가 금방이라도 뛰어갈 듯한 모습의 범(虎)바위, 즉 호암(虎岩)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 호랑이바위가 날뛰면 지금의 금천구인 옛 금천현(衿川縣)의 지세가 쇠퇴하고, 이런 금천현이 쇠퇴하면 결국 한양에까지 재앙이 불어 닥친다는 풍수논리에 따라 조선태조가 북쪽에 그를 위협하는 활에 해당하는 궁교(弓橋)와 사자에 해당하는 사자암(獅子庵)을 지어서 그 호랑이바위가 날뛰지 못하게 억압하는 조치를 방편으로 하였다.
조선말의 대원군은 경복궁을 재건할 때 관악산의 지세를 죽인다는 상징적 의미로 궁궐의 정문인 광화문 앞에 바다의 신(神)이며 불을 끄는 상상의 동물인 해태를 돌로 만들어 세우기도 했는가 하면 관악산 곳곳에 물동이를 파묻어 두기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nbh1010@naver.com
□글/노병한/자연사상칼럼니스트․한국미래예측연구(소장)
……………………………………………………………………………………………………………………………
□필자소개: 경희대에서 행정학석사학위, 단국대에서 행정학박사학위, 러시아극동연구소에서 명예정치학박사학위 수위함. 서울시공무원교육원, 서일대, 명지대, 경기대, 대불대, 단국대, 전남대, 숙명여대 등에서 초빙교수역임, 동방대학원대학교에서 석사&박사과정의 주임교수역임, 건설기계안전기술원장, 경주관광개발공사와 고속도로관리공단 상임감사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