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연 등 예술진흥의 지원업무를 맡아 일하다보면 드러나는 일이 없고 하는 일이 없어보여도 무척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게다가 개인 일상사까지 겹치게 되면 하루 이틀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그저께는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현재 공연 중인 ‘연극 왕초 품바’ 관련 일로 급히 현장에 다녀왔다. 품바의 명인이라 불리는 이계준 선생의 구수한 입담이 압권인 이 공연은 대구에서만 앙코르공연이 벌써 여러 번 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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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동해안 지역으로 찾아오려는 서울 일행들에게 더 나은 문화예술적 서비스와 지역현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설명해주고, 또 손님 맞기 준비에 상당시간을 보냈다. 매일 새로운 일이 쏟아지다보니 어느 일이 내 직업상 본연의 일이고, 또 어느 게 부수적인 일인지조차 분간되지 않는다. 바쁘다는 건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러다 보니 친하게 지내거나 소식을 수시로 올려야할 입장인 고마운 사람들에게 소식을 못할 경우도 많게 된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이런 저런 사유로 시간을 쫓기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겨나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울산에 있는 친한 친구와 통화를 했다. 친구는 울산지역의 경기가 좋긴 하지만 아직 건설경기 전반에서 구김살이 펴지지 않아 좋은 상품을 기획하여도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에는 여러 가지 사정상 주저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업 이야기는 덮어두고 근래 기분이 좋은 소식을 전해보라니 ‘이곳은 벌써 벚꽃이 절정을 이루었고, 태화강 주면에는 봄빛이 완연하다는 소식을 들려준다. 또한 4월 25일부터 4일간 태화강과 장생포 주변에서 <2013 울산고래축제>가 열리니 하루를 한 달처럼 분주히 사는 분께서 나들이하시라는 농담을 보낸다.
그 소리를 듣고 보니 갑자기 머리가 띵해진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 바쁘게 만들까 하는 회의다. 주말을 이용해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등산하는 일에 골몰하지만 평일에는 일주일 계획을 잡아놓아도 매번 특별하거나 일정에 없는 중요한 일이 펑펑 터지다보니 발품이 죽어날 지경이다. 지난주와 이번 주에도 계속하여 대인관계로 분주한 중에 갑자기 친구의 농담 한마디에 그 친구가 새삼 고마워지고 지친 일상에 희망과 용기를 가져다준다.
‘고래축제 때 한번 다녀가라’ 그 말을 들으니 지난번 만났을 때 장생포시장으로 나가 울산의 명물인 고래고기를 어렵사니 구하여 맛본 기억이 난다. 아직도 군침이 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고래에 관한 내용들이 뇌리로 밀려드는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가수 송창식의 고래사냥’ 노래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가사처럼 그러한 개인적 허무가 마침내 동해 바다로 가는 삼등 완행열차를 타고 고래잡이하는 곳으로 떠나가는지도 모른다.
그곳이 고래사냥을 하기 위한 종착역, 행여 울산일까만, 울산은 고래로 유명해진 고장이 아닌가. 지금은 고래잡이가 금지돼 있지만 포경이 허용되던 1986년 이전 까지만 해도 울산 장생포 일대엔 전국에서 고래고기를 맛보려는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벼 인산인해를 이룬 적도 많았었다. 그림 속에 나오는 희미한 전설의 ‘할매집’, 그 허름한 집에서 맛본 고래고기의 맛은 천하일품이었거든….
시중에서 고래고기 이야기 끝에 매번 들어봐도 아직도 한때를 기억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열두 가지 맛을 낸다는 고래고기가 마치 인생의 달고도 쓰라리고, 고달픈 여러 가지 행로를 나타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게는 고마운 울산 친구와 다른 환담 끝에 고래이야기로까지 번졌지만, 서로가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가끔씩 시간을 내어 지인들에게 안부를 물으면서 쌓아온 교분을 나누는 일도 소중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상의 분주함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면 잠시 여유를 찾을 마음의 여행이라도 한번 떠나자. 설령 간밤에 꾸었던 꿈의 세계가 아침에 일어나면 잊혀 진다고해도 신화처럼 숨을 쉬는 예쁜 고래를 만나러 동해바다로 한번 떠나보자.
yejuson@hanmail.net
*필자/손경찬. 칼럼니스트ㆍ예술소비운동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