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계활(死生契闊) : 죽거나 살거나 함께 하자던/ 여자성설(與子成說) : 당신과 한 굳은 언약이었지/ 집자지수(執子之手) : 섬섬옥수 고운 손 힘주어 잡고/ 여자해로(與子偕老) : 단 둘이 오순도순 백년해로 하자고.」
|
그런데 단 둘이 오순도순 백년해로 하자고 굳게굳게 언약한 그 맹세도 노병사(老病死)의 순리에 따라 뜻하지 않게 홀로 남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 남은 한 쪽이 간 사람을 그리워하며 홀로 살아야 옳은가요? 아니면 갖가지 이유로 재혼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요? 제 주위에도 부인이 일찍 떠나자 석 달도 안 돼 젊고 아름다운 여인을 재취로 얻은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얼마 전에 열반(涅槃)에 드셨습니다. 그는 전생에 복을 많이 지었던지 재산을 많이 모아 남부럽지 않게 살았습니다. 건강도 죽기 전까지 아주 좋았고, 봉사활동도 많이 해 사회적인 명망도 어느 정도 받으며 살았죠. 자녀도 서넛이나 두었습니다. 그 자녀들도 하나 같이 여유 있게 살고 사회적 신분도 아주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돌아가신 후, 그 막대한 유산을 대부분 자신의 후처에게 남겼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집에서 기르던 개에게도 상당한 액수의 재산을 남긴 것입니다. 그런데 자녀들에게는 별로 남긴 것이 없다고 하네요. 당연히 이를 알고 자녀들이 반발 할 수밖에요. 주위 일가친척들도 어디 그럴 수 있느냐고 노인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늙은이가 망령이 들었지,” “후처한테 쏙 빠졌던 거야!” “젊은 마누라 마술에 걸려 든 거지” “후처로 들어 갈 때부터 꾸민 계략에 걸렸어” 특히 기르던 개한테도 막대한 유산을 준 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할 수 밖에요! 심지어 자식들이 개만도 못하게 되었다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높았습니다.
그 노인이 70세가 넘어서야 아내가 죽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 30대의 젊은 여자를 후처로 맞아들일 때에도 사람들은 말이 많았었죠. 그 때 그 노인은 몸이 아프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더 많은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었던 것입니다.
“늙은이가 주책이지 그 나이에 무슨 재취야” “아마 기운이 넘쳐나는가 보지.”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젊은 여자를 맞아들여? 죽은 사람만 원통하지!” “막내딸 보다 더 젊어요, 글쎄!” 그러면서 모두들 젊은 여자가 틀림없이 재산을 노리고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것이 지금 현실로 나타났다고 한 마디 씩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정한 부녀처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10년이 넘게 살았죠. 그런데 80세가 넘어 죽은 그의 유서에는 자식들에게 주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너희들은 나와 가장 가까운 나의 자식들이다. 그래서 너희들은 지금까지 오랜 동안 나에게서 많은 혜택을 받으며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물론 가장 많은 유산을 상속 받을 자격이 있는 나의 혈육들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내가 괴로울 때 누가 진실로 위로해 주고, 내가 아플 때 누가 지켜보며 함께 아파했는가? 울적할 때 마음을 풀어주고, 심심할 때면 함께 놀아 준 게 누구였더냐?
너희들은 아느냐? 예쁜 꽃 한 송이가 얼마나 나를 즐겁게 해주는가를? 정겨운 노래 한 가락이 어떻게 가슴 뛰게 하는가를? 정은 외로울 때 그립고, 고마움은 어려울 때 느껴진다. 그러므로 행복할 때의 친구보다 불행할 때의 이웃이 더욱 감사한 것이다. 병석에 누워 있는 노인에게는 가끔 찾는 친구 보다 늘 함께 지내는 이웃이 훨씬 더 고마운 것이다. 한창일 때의 친구들이 재롱을 부리는 자식들이라면, 늙어서의 이웃은 내 어린 시절 부모와 같은 분이 아니냐?
그러므로 내게 있어서 너희들은 친구라 할 수 있고, 너희들의 젊은 계모와 검둥이는 내게 부모와 같은 존재들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왜 친 자식인 너희들에게 보다 나의 젊은 아내와 나의 개에게 대부분의 유산을 물려주는지를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노인은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젊은 아내가 못된 계모로 살아도 내게는 가장 소중하고 고마운 분이다. 설령 유산을 노리고 들어왔다 하더라도 너희들 계모가 내게 잘해준 이상 내게는 그게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내 인생의 가장 괴롭고 힘없고 외로운 마지막 시기를 그래도 살맛나게 하고 위안도 받으며 살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힘없이 사는 노인에게는 어떻게 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며, 어떤 사람이 진실로 소중한 사람인지를 깊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남은 한 쪽이 간 사람을 그리워하며 홀로 살아야 옳은가요? 아니면 갖가지 이유로 재혼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요? 여기에 대한 답은 각자의 현명한 판단에 맡기기로 합니다. 다만 저의 생각은 거의 해로를 한 우리 부부가 그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잠자듯이 떠나가기를 간절히 염원 할 뿐입니다. 백년해로 맺은 언약 마음속에 새겼거늘 정은 두고 몸만 가니 남은 이 몸 어이하랴!
duksan4037@daum.net
*필자/김덕권. 시인. 칼럼니스트.

























